신세대 학생들은 3D, 즉 더럽고(dirty), 힘들고(difficult), 위험한(dangerous) 일을 기피한다고 언짢아 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지금 기성 세대들은 한국 경제가 GNP 200불에서 10,000불 비약하는 동안에 3D 일을 다 겪어보았습니다. 그러기에 그 피땀의 열매를 먹고 자란 신세대 학생들이 백수로 놀지언정 3D 일은 안 하겠다고 하는 태도가 괘씸하고 배부른 수작으로 보일 것입니다. 그런데 이런 현상이 우리 한국 신세대만 그렇다면 한국 신세대들이 나약하고 배은망덕하다고 해도 좋습니다만, 이런 현상은 자유 분방한 미국은 물론, 엄격한 가정 교육으로 유명한 독일, 우리보다 앞서 산업화를 이룬 일본도 마찬가지입니다.

3D 일은 기피하는 것이 마땅합니다. 일이 더럽고, 힘들고, 위험해서가 아니라 3D 일은 대개 단순 반복적인 노동이기 때문입니다. 신세대는 인간 삶의 패라다임을 직감적으로 느끼고 있습니다. 그래서 3D 보다 신나고 도전적이고 몸으로 표현하는 일을 하고 싶어합니다. 21세기는 3D 대신 3A로 살아야 생존력이 높습니다.
<참고: 2002년 1/22(화) 조선일보 31면, "외면당한 청년 취업대책">

3A 란 언제(Anytime), 어디서(Anywhere), 누구(Anyone)와도 만나고 일할 수 있는 능력입니다. 지금은 지구촌 시대입니다. 오전 8시부터 오후 5시 근무라는 틀은 이미 깨어졌습니다. 한국이 밤 10일 때 미국은 오전 10입니다. 키보드 몇 개만 누르면 그 즉시 언제, 어디서, 누구와도 일할 수 있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그래서 요즘 학생들이 죽어라 영어 공부하는 것은 인터넷 세상의 80%가 영어로 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또 인터넷은 접속 시간이 7초를 넘기면 고객을 잃는다는 말처럼 시간을 다투는 경쟁임으로 접속이 편리한 때를 골라 일하는 것이 능률적입니다. 그러나 이런 이유만이 아니라도 신세대 학생들은 자기가 좋아서 일을 하기 때문에 밥 먹는 시간에도 일을 하고, 일하다가 쉬고 싶으면 스타크래프트 게임을 하기도 하고 또 다시 반짝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컴퓨터 앞에 앉는 생활에 익숙합니다.

산업시대에 성공하는 사람은 사장이 시키는 일을 성실히 수행하는 사람이었다면, 정보화 시대에서 성공하는 사람은 자기가 미치도록 하고 싶은 일에 몰두하는 사람입니다. 이런 사람에게는 머릿속에서 돌아가는 아이디어에 생활 리듬을 맞추는 게 편하지 시계 바늘이 가리키는 물리적인 시간에 맞추는 것은 비효율적입니다. 이치가 이러하니 신세대 학생들에게 3D를 연상시키는 일을 하라고 타박하지 말고, 3A에 걸 맞는 일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지혜로운 것입니다.

<조벽, 조벽교수의 명강의 노하우&노와이, 해냄, 217-219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