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나라 경공은 별로 뛰어난 임금이 아니었지만 명재상 晏 (안영)의 도움으로 나라를 잘 다스린 임금으로 평가받은 임금입니다.

어느 날 경공이 지극히 아끼는 말(馬)이 마구간지기의 실수로 죽었습니다. 불같이 격노한 경공은 당장 저 마구간지기의 목을 베라고 추상같은 명을 내렸습니다. 말이 아무리 귀중하다 해도 사람 목숨에 비할 바는 아닙니다. 그러나 경공이 하도 펄펄 뛰는 바람에 아무도 이를 말리지 못하였습니다. 이 때, 안영이 조용히 나서서 이렇게 아뢰었습니다.

임금님, 저 마구간지기가 자기 임무를 소홀히 하여 임금님이 사랑하는 말을 죽도록 하였으니, 죽어 마땅합니다. 하오나 저 놈은 말 한 필 때문에 죽게 되었으니 억울하다고 할 것이며, 이 소문을 들은 세상 사람들도 제나라 경공은 그깟 말 한 마리 때문에 사람을 죽이는 어리석은 임금이라고 비웃을 것입니다. 그러므로 마구간지기가 왜 죽어 마땅한지 그 죄를 분명히 하고 목을 베겠습니다.

그리고 마구간지기에게 이르기를,

네 이놈, 마구간지기는 듣거라. 너는 세 가지 큰 죄로 죽는 것이니라.

첫째. 네 임무를 소홀히 하여 우리 임금이 그토록 아끼시는 愛馬를 죽게 한 죄.
둘째. 우리 임금으로 하여금 그깟 말 한 마리 때문에 사람을 죽이게 한 죄.
셋째. 우리 임금이 말 한 필 때문에 사람을 죽였다는 이 소문이 퍼져, 세상 천하         사람들로 하여금 우리 임금이 말 한 필 때문에 사람을 죽이는 잔인하고 어         리석은 임금이라고 욕을 하도록 만든 죄니라.

하고는 당장 목을 자르라고 하였습니다.

경공이 아무리 범용한 임금이라 하나, 안영의 말을 못 알아들을 임금은 아닙니다. 경공은 "안자여, 내 잘 알았소. 그를 용서해 주도록 하오" 라고 하였습니다.

목에 칼이 들어와도 할 말을 하는 것은 용기가 아니라 만용일 수 있습니다. 그 할 말을 동을 가리키며, 실인즉 서를 말하는 指東說西의 지혜가 필요한 시대입니다.

<성동호, 중국명재상열전, 홍신신서, 69-70쪽, 박재희, 손자병법과 21세기, EBS 한국교육방송공사, 109-110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