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4월 8일-4월 14일은 고난 주간입니다. 이 고난주간에 꼭 읽어 두어야 할 좋은 詩 한 편을 소개합니다. 이 詩는 내 좋은 친구 권택명 시인이 최근에 펴낸 시집 <첼로를 들으며>에 실려있습니다. 이 시집을 꼭 一讀하시기를 권합니다.

베드로전 2

닭이 울기 전에
나는 좀더 멀리 가야 하리라
그 분의 눈빛에서
더 멀리 도망쳐야 하리라
장닭처럼 벼슬 곧추 세우고
대제사장 집 뜰 안으로
당당하게 들어가지 못한 새가슴
고개를 떨구고
가능하다면 겟세마네 동산 지나
올리브 숲 저 너머까지에라도
나는 갔어야 하리라
닭 울음소리 들리지 않는 곳까지
한걸음에 내달았어야 하리라
그러나
모닥불 어스름 불빛 속에서도
눈썰미 좋은 계집종이여
그대는 알리라
이미 그대 눈썰미 따위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
그 분의 그 눈빛이
나를 꿰뚫고 지나
골고다 언덕 너머
제국 로마의 심장부까지 가버린 사실을
오고 오는 세월 닭이 울 때마다
내 통곡의 눈물 방울 속에
그 분이 언제나 부활하고 있음을
<권택명, 첼로를 들으며, 모아드림, 2001, 142-143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