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로 사는 한 어머니가 딸 하나를 애지중지 키웠습니다. 그 어머니는 항상 딸에게 말했습니다. "얘야 아버지도 안 계시니 네가 공부 잘 하고 착하게 살아야 한다. 과부 딸이 못됐다는 말 듣지 말고, 엄마 속 썩이지 말아라" 고. 딸은 공부도 잘하여 일류 대학에 입학하여 엄마 말대로 다른 친구들과 어울리지도 않고 그저 학교와 집밖에 모르고 살았습니다.

이 순진한 여학생이 3학년 겨울 방학 때 사회 경험을 쌓는다며 처음으로 시내 슈퍼마켓에서 아르바이트하러 다니다가 그만 한 청년의 꾀임에 걸려들었습니다. 그 청년은 고등학교를 중퇴한 후 노동판에서 일하는 그의 아버지에 얹혀 사는 알짜 백수 건달이었습니다. 그 여학생은 그들을 돕는다며 아르바이트도 학교도 다 그만두고 그들과 살았습니다.

그 엄마 속이 어떻겠습니까? "얘야, 제발 정신 차려라. 미친개한테 한 번 물렸다 치고 돌아와라" 별별 소리를 다 하고 울고불고 난리를 쳤지만 착하게만 살아온 그 여학생은 그들이 불쌍하다며 2-3년을 그렇게 살았는데 결국 그 청년에게 버림받고 처량한 신세가 되었습니다. 그 여학생이 친구도 사귀고 학교 클럽 활동도 하였더라면 상황에 따라 슬기롭게 대처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너무 안되었습니다.

이상한 일이지만 홀로 떨어져 자라는 나무는 올곧게 자라기가 어렵습니다. 오히려 울창한 숲 속에서 자란 나무가 서로 부딪기며 비비대는 과정에서 불필요한 가지를 떨어내면서  반듯하게 자라 훌륭한 재목이 되는 법입니다.

부모나 선생님들이 올곧게 살 것만을 고집하기보다는 화살은 활줄이 잘 휘어야 날아간다는 법도 가르쳐 주고, 바람이 불면 나무가 흔들거려야 하는 법도 가르쳐 주어야 합니다.

지구 중심 축이 23.5도쯤 기울어져 있는 것처럼 우리 인생도 약간은 삐딱하게 사는 것이 올바로 사는 것일런지도 모릅니다. 23.5도쯤 삐딱하게 사는 것은 76.5%는 바르게 사는 사람들에게 주어지는 보너스일 수도 있습니다.

불가에는 五戒란 것이 있습니다. 살생하지 말라(不殺生), 도적질하지 말라(不偸盜), 거짓말하지 말라(不忘語), 간음하지 말라(不邪淫), 술 먹지 말라(不飮酒)가 그것입니다. 그런데 스님이 술 한 잔 걸쳤다면 그것은 분명 삐딱한 것입니다. 그러나 거기에 시 한 수를 읊었다면 멋있는 일이 아니겠습니까?

<담원 석혜경, 약간 삐딱하게 사는 것도 바로 사는 것이다, 하남출판사, 28-30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