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이 맘때 일본 유명 음식점 100 곳을 엄선하여 탐방 취재하였다. 여름부터 겨울까지 계속된 일본 음식점 기행을 통하여 나는 믿을 수 없는 사실을 눈으로 확인하였다. 유명한 음식점의 70% 이상이 탁자가 10개 미만의 소규모이며, 주방장이 곧 주인이라는 사실이었다. 뎀뿌라집, 화식집, 스시집, 우동소바집, 프랑스 요리 전문점, 이태리 요리 전문점, 등 유명하다는 음식점은 한결같이 작은 규모였다. 프랑스나 이태리 요리 전문점 주방장은 유럽 현지 최고 수준의 주방장이 下山해도 좋다는 허락을 받고 온 사람들이다.

맛? 너무 너무 맛있다. 한국에서 이 정도라면 크게 확장하고 이곳저곳 분점을 냈을텐데 여기는 손바닥만한 식당 한 군데밖에 없다는 것이 경이롭다. 이들은 우리만큼 돈 버는 방법을 모르는 것일까? 아니다. 이들은 자신이 직접 책임질 수 있는 한계 이상은 확장하지 않는다는 주인의 철학이 있다. 가게를 넓혀 손님이 많아지면 맛이 떨어지고, 서비스도 주인이 감당하기 힘든다. 일류라고 자부하는 사람으로서 그 이상 자존심 상하는 일은 없다는 것이다.

다음은 이규형과 어느 고깃집 주인과의 대화이다. "내가 14년째 고기를 굽지만 구울 때마다 긴장해요". "왜요?". "고기란 0.1초 더 굽고 덜 굽는 데 따라 (이때 잽싼 동작으로 굽던 고기를 0.01초 내로 뒤집었다)맛이 달라지거든요". "아, 그래요. 그런데 이 집 고기 맛이 일본 제일이란 게 정말입니까?". "그럼요". "왜 그런가요? 마츠자카(일본 쇠고기 명산지) 쇠고기라서요?". "아니요. 마츠자카라고 다 맛있나요?". "그럼 뭡니까?". "우리 집 고기는 정자부터 관리하여 생산하고, 그 놈에게 맛있는 먹이를 주고, 다른 소보다 운동을 덜시켜 나온 게 바로 요 쇠고기란 말입니다(하면서 굽던 고기를 상 위에 탁 내 놓았다!). 그러니 일본 최고지요".

이들의 자신감은 이 가게에 뼈를 묻는다는 신념에서 나온다. 한마디로 그들에게는 혼이 있다. 맛에도, 서비스에도, 대화에도. 혼이 있다는 말은 음식뿐만 아니라 Made in Japan 의 모든 상품에 통용된다. 솔직히 말해서 Made in Japan에 문제 있다는 말 들어본 적이 있는가?. 내가 일본에 10년째 살지만 Made in Korea가 제값 받고 팔리는 것을 본적이 별로 없다.

결국 일본 사람들에게 배울 것은 여기에 내 뼈를 묻겠다는 혼이 없는 한 좋은 물건, 좋은 서비스, 좋은 맛은 나올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는 일이다.

<주간 동아, 2000년 8얼 24일자, 이규형이 본 일본, 32-33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