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목회자들은 생일 잔치, 회갑연, 심방, 특별한 날을 위한 마련한 잔치 자리에  초대받는 경우가 많습니다. 나는 전에 어떤 권사님의 남편 생일 축하 잔치에 초대받은 적이 있습니다.

잔치 상이 들어오기 전에 함께 심방 간 전도사님, 장로님, 집사님들과 함께 축하 예배를 드렸습니다. 그리고 곧 바로 진수성찬의 잔치 상이 들어왔습니다. 특별히 그 권사님이 남도 출신이라 음식 솜씨가 보통이 아니었습니다.

산해진미로 상다리가 정말 휘어질 정도로 잘 차린 생일 잔치 상이었습니다. 별거 별거 다 있었습니다. 모두를 한 참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 그러다가 누군가 야, 이거 참 있다 하였고, 누군가는 나는 저것이 참 있다고 하였습니다.

이런 분위기라 나도 한 마디 쯤 하여야 할 판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그 날 음식 가운데 나는 해파리 냉채가 제일 맛있었습니다. 그 때가 여름이었는데, 해파리 냉채는 아주 시원하였고, 졸깃졸깃하고, 자근자근 씹히는 게 여간 맛깔진게 아니었습니다. 그리고 해파리 냉채의 묘미는 겨자의 배합에 있는 법인데, 그 날 그 해파리 냉채는 일류 중국 집에서 만든 것보다 더 우수하였습니다. 그래서 나는 이 해파리 냉채가 제일 맛있다 에서부터 시작하여 해파리 냉채 예찬을 한참하고 자리를 파하고 돌아왔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그 다음에 터졌습니다. 그 잔치 날 이후부터 목사님 때문에 그 권사님이 시험에 들었다는 것입니다. 아니 무엇 때문에 시험에 들었는가? 이유가 무엇인가? 그 이유는 참 공교로운 것이었습니다. 그 날 차린 그 여러 가지 많은 음식들은 모두 그 권사님이 장만하고 손수 요리한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내가 제일 맛있다고 예찬한 바로 고 해파리 냉채만은 그 권사님이 만든 것이 아니고, 그 남편 집사님의 친구 부인이 만들어 가지고 온 것이었다는 것입니다.

내가 그런 줄을 알았나? 거 참 곤란한 일이 벌어진 것입니다. 얼마 후 그 권사님도 기분을 풀고 화평케 되었지만 그 당시에는 참 곤혹스러운 일이었습니다.

그 일이 있은 후 나는 어느 자리에 가서도 이것도 맛있고 저것도 맛있다는 식으로 두루뭉수리로 맛있다는 소리는 해도, 어느 한 가지를 족집게로 집어내어 요것이 그중 제일 맛있다는 칭찬은 결코 하지 않게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