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집집마다 아이들이 전화를 너무 오래 사용하여 전화세 시비로 진저리를 치는 집이 많습니다. 내가 아는 목사님은 지난 달 전화세로 30만원을 냈다고 합니다. 얼마 전에 나도 전화세로 19만원을 낸 적이 있습니다.

아이들이 이렇게 오래 전화를 사용하니 밖에서 급한 일 때문에 집에 전화 걸라치면 계속 통화 중이라 곤란 할 때가 많습니다. 어른들이 보기에는 아무것도 아닌 내용인데 오래도록 전화통을 붙들고 있는 것입니다. 통화가 끝난 뒤 그 애가 어디 사느냐? 오랜만에 통화하는 친구냐? 물어보면, 바로 건너 편 에 사는 친구이고 조금 전에도 만나고 들어왔고 내일 아침에도 또 만날 거라고 합니다. 그런데 무슨 사설이 그리 긴지 모르겠습니다.

심리학자들은 이 점이 어른들과 아이들의 인식 차이라고 합니다. 어른들은 "전화란 급한 연락을 위한 도구"라고 생각하여 "용건만 간단히"가 기본입니다. 통화가 길면 전화세가 많이 나온다는 기본 인식 때문에 "용건만 간단히, 용건만 간단히,..."를 강조하고 또 아이들에게도 그렇게 교육시킵니다.

그런데 아이들에게는 전화란 레크레이션의 도구입니다. 긴하게 전할 말이 있어서 전화하는 것이 아니라 전화통 붙들고 수다떠는 그 자체가 즐거움이요 목적입니다. 따라서 어른들과 전화에 대한 인식이 근본적으로 다릅니다. 그래서 어른들이 아무리 이치에 합당하게 설명해도 그것을 한낱 잔소리로밖에 듣지 않습니다.

그것은 피할 수 없는 시대와 문화의 차이입니다. 전화에 대한 인식 차이가 바로 소위 세대 차이를 분명히 드러내 주고 있습니다. 어른들은 오랜 동안 몸에 밴 내핍 생활에서 온 격언으로 "용건만 간단히"로 프로그램 된 사람들이고, 모든 물자가 풍부한 시대에서 자라난 현대 아이들은 "언제나 즐겁게 전화한다"로 프로그램 된 사람들이기 때문입니다.

전화세 시비는 단순히 "전화세가 많다, 적다" 하는 사소한 문제가 아니라 어른들과 아이들의 시각 차이인 동시에 세대 차이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작은 것 같지만 실은 아주 중요한 문제입니다. 이 시각 차이, 세대 차이를 극복하지 못하여 부모와 자식 사이에 심각한 가정 문제가 일어나는 듯 합니다.

이 문제를 어찌할 것인가? 마음을 열고 어른과 아이가 함께 대화로 푸는 도리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집 전화세는 요즈음 3-4만원으로 돌아섰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