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간사한 게 사람의 마음, 아니 내 마음인 것 같다. 지난겨울이 유난히 추웠고 눈도 워낙 많이 오는 바람에, 새벽에 눈을 치우다가 허리가 삐끗하기도 해서 이젠 단독주택의 삶을 정리하고 눈 치울 걱정 없는 아파트로 이사 를 해야겠다고 결심을 했었다.

그러다 어느새 봄이 오기 시작하여 주변에 봄꽃이 피기 시작하더니, 이제 그만 살기로 했던 우리 집 마당의 손바닥만 한 정원에도 봄기운이 왕성해졌다.

죽은 줄 알았던 화분에 심겨진 포도나무가 엷은 이끼 색을 띄기 시작하더니 점차 싹이 트이는 기미가 보이고, 수돗가에 심어 논 대추나무에서 새싹이 돋았다.

그리고 마당 한구석에 심어 논 철쭉이 분홍빛을 띄며 피었고, 공을 들여 심어 논 감나무에서 드디어 싹이 나기 시작한 것이다.

요렇게 연녹색을 띄며 살아난 나무들과 꽃들을 보며 내 마음이 또 변했다. “아, 내가 지난겨울 눈 치우느라고 힘들었다고 괜히 이사 간다고 했었구나.

일 년 중, 눈 치우는 달이 길어야 서너 달이고 나머지 여덟 달 정도는 봄 여름 가을의 정취를 맘껏 누릴 수 있는데.” 하며 얄팍한 감정변화의 내 마음이 후회가 되었다.

사계절 중 겨울은 인생의 고난의 시기와 비슷하다. 이런 고난이 닥칠 때마다, 혹독한 이 겨울도 결국 지나가고 새 봄이 온다며 어려움을 당하는 성도들을 위로 하였지만 정작 나의 삶속에서는 겨울이 몹시 춥고 눈이 많이 와서 눈 치우느라 힘들다며 이젠 아파트로 옮기겠다고 마음먹은 것이 바로 나였다.

이렇게 말은 잘 하면서도 나의 삶속에 실천하지도 못하고 상황에 따라 변하는 내 마음이 나도 싫다. 어떻게 하면 이런 환경에 초연하며, 삶과 말과 가르침이 일치되는 삶을 살 수 있을까?

다윗 왕이 어느 날 궁중에 있는 세공인에게 자신을 위한 반지를 하나 만들고 그 반지에다 내가 큰 승리를 거두어 기쁨을 억제하지 못 할 때, 그것을 차분하게 다스릴 수 있고 또한 내가 큰 절망에 빠졌을 때는 용기를 줄 수 있는 내용의 글귀를 새겨서 가져 오라고 명령을 했다고 한다.

그러니까 어느 상황 속에서도 스스로의 마음을 다스릴 수 있는 글귀가 새겨진 반지 하나를 만들어 오라는 것이었다. 이것 때문에 고민하던 세공인이 지혜로운 솔로몬 왕자에게 자문을 구했더니 그가 이런 글귀를 새겨 놓으라고 했다고 하였다.

「이것 또한 지나가리라」(Soon it shall also come to pass). 이 말은 유대인들 사이에 전해져 오는 교훈이긴 하지만, 날씨와 계절의 변화 때문에 마음이 오락가락 했었던 나를 훈계하시는 하나님의 음성이었다.

앞으로도 여러 가지를 경험하게 될 나의 목회 길과 인생 속에서도 가슴 속 깊이 새겨놓고 적용해야 할 교훈으로서 절대로 잊지 말아야겠다.

오! 주여

이것 또한 지나가리라!

늘 이 말씀을 기억하며 살게 하소서. (주후 이천십삼 년 오 월 둘째 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