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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혼의 사춘기
아직은 바람이고 싶다.
조용한 정원에 핀 꽃을 보면
그냥 스치지 아니하고 꽃잎을 살짝 흔드는
바람으로 살고 싶다.
스테이크 피자가 맛있더라도
조용한 음악이 없으면 허전하고
언제 보아도 머리를 청결하게 감은
아가씨가 써빙해야 마음이 허뭇한
노년의 신사이고 싶다.
선생님이라고도 부르지 마라
질풍 노도 같은 바람은 아닐지라도
여인의 치맛자락을 살짝흔드는 산들바람으로
저무는 노년을 멋지게 살고 싶어하는
오빠라고 불러다오
시대의 첨단은 이니지만
두손으로 핸드폰 자판을 누르며 문자 날리
고길가에 이름없는 꽃들을 보면
디카로 담아 메일을 보낼줄 아는
센스있는 노년이고 싶다.
아직은립스틱 짙게 바른 여자를 보면
살내음이 전해와서
가슴에 잔잔한 파동을 일으키는 나이
세월은 어느듯 환갑이 이미 지났지만
머물기 보단 바람 부는 대로
가고 싶은 충동을 느끼는 나이
이제는 선생님 이라고 부르지 말고
젊은 오빠라고 불러 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