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님의 제자(1) (마태복음 10 : 34∼39)
오늘은 사순절 첫 번째 주일입니다. 사순절 기간 동안 여섯 번에 걸쳐 예수님의 제자됨에 대하여 함께 생각하겠습니다. 따라서 이 기간 동안 예수님의 제자된 우리들은 신앙적 현주소와 정체성을 분명히 하고, 예수님을 따르는 자로서 자세를 새롭게 하기를 바랍니다.
오늘은 그 첫 주일로 예수님의 제자됨에 있어서 기본 요건이 무엇이며, 기본 자격이 무엇인가를 생각하겠습니다. 오늘의 본문에서는 그 기본 자격을 세 가지로 말씀합니다.
첫째는 아들이나, 딸이나, 부모, 그 어떤 것도 나보다 더 사랑하는 자는 내게 합당치 않다고 하셨습니다(34-37). 이것은 제자가 되기 위하여서는 예수님에 대한 절대적인 사랑이 요구된다는 뜻입니다.
둘째는 십자가를 지지 않는 자도 내게 합당치 않다(38절)고 하셨습니다. 예수님의 제자됨에 있어서 십자가를 지는 것이 필수과목임을 말해줍니다.
셋째로는 예수님을 위하여 목숨을 바칠 각오가 되어 있어야 한다고 하셨습니다(39절). 이것은 예수님의 제자의 길을 가는데 필수 조건이요, 기본 자격입니다.
1. 이것은 예수님 자신의 고백적인 말씀입니다.
예수님은 부모님에 대하여 지극한 효자였습니다. 그리고 적어도 육남매나 되는 형제와 가족 부양을 책임져 왔습니다. 그러나 공생에 나서게 되면서 가족부양과 복음전파가 양립이 불가능하게 되자 두 갈래 길의 기로에서 갈등이 있었음은 부정할 수가 없습니다. 예수님은 하나님 자신이면서도 완전한 사람입니다. 가족의 생계를 책임진 자로서 가족 부양과 공적 복음 사역을 함께 수행할 수 없을 때 맞게되는 갈등과 고민이 있는 것입니다. 순교자들의 글에도 자신은 믿음으로 순교하여 천국에 간다고 할지라도 두고가는 가족들의 고생을 생각하면서 가장 가슴 아파하였습니다. 교도소에 수감된 사람들도 갇힌 자신보다 더 염려하는 것은 그들의 가족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예수님은 이같은 그의 갈등과 인간적인 고민의 자리에서 하나님 사랑으로 결심하셨습니다. 그리고 "아비나 어미나 딸이나 아들이나 심지어 부모님이라도 나보다 더 사랑하는 자는 합당치 않다"고 하셨습니다. 그 후에는 십자가를 지는 일입니다. 십자가 없이 하나님의 뜻을 행할 수 없고, 또 하나님을 사랑한다고 할 수가 없습니다. 십자가를 진다는 것은 곧 죽음을 의미합니다. 한 목숨을 바치는 일입니다. 예수님은 어릴 때 갈릴리의 유다 사건으로 십자가에 달려 죽는 이들의 비참함을 직접 목격하셨습니다. 그럼에도 이 길은 피할수 없고 비껴갈 수도 없는 것임을 알았습니다. 그러므로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르지 아니하는 자는 내게 합당치 않고, 나를 위해 자기 목숨을 바치지 않는 자도 내게 합당치 않다고 하셨습니다. 이 말씀은 제자의 길을 가르치심과 동시에 예수님의 자기의 고백이라고 생각합니다.
2. 제자됨의 자격을 제자들에게 가르칠 필요가 있었습니다.
예수님이 본문의 말씀으로 제자들에게 가르치실 때는 예수님 제자들은 출세와 성공에 도취하여 심히 흥분하고 있었습니다. 마태복음을 조심스럽게 읽어보면 4장까지는 예수님의 공생애 준비의 말씀입니다. 그리고 5장부터 7장까지는 저 유명한 산상보훈의 말씀입니다. 어부로 있던 제자들이 예수님을 따르기 시작했을 때만 해도 예수님이 그 같은 교훈의 말씀을 하실지는 상상할 수가 없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산상보훈과 같은 기막힌 말씀을 들을 때 선생님에 대한 기대와 흥분하기에 충분했습니다. 마태 8장과 9장에서 예수님은 9가지의 이적을 행하셨습니다. 죽은 자를 살리고, 문둥병자를 깨끗이 하고, 중풍병자를 고치고, 바람과 파도를 잔잔하게 하였습니다. 이 사실을 목격한 제자들은 예수님을 따라 자기 자신들이 곧 출세하고 성공할 것이라는 기대와 흥분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것입니다. 그리고 이제 남은 것은 영화를 누리고 행복을 노래할 일만 남았다고 생각하였을 것입니다. 이같은 제자들의 마음과 예수님이 앞으로 일어날 일들은 생각하시는 것과는 너무나 대조적이요, 비교도 할 수 없는 것이었습니다. 이때 예수님은 제자들에게 제자의 길이 되는 오늘의 말씀을 가르치실 필요가 있었다는 것입니다.
3. 제자의 기본 자격은 십자가를 지는 일입니다.
예수님은 아비나 어미를 사랑한다, 또는 아들이나 딸을 사랑한다고 하실 때 본문에서 그 사랑의 글자를 필레오( )라는 단어를 사용하셨습니다. 헬라말의 "아가페"나 "에로스"의 사랑보다 우정을 뜻하는 이 단어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하나님의 사랑을 뜻하는 "아가페" 사랑으로 하나님을 사랑할 때 사실은 "에로스"나 "필로스"의 사랑이 완성되는 원리를 가르치시고 계십니다. 그리고 십자가를 지는 것은 인류의 속죄를 위하여 불가피한 하나님의 뜻입니다. 사실 하나님의 공의의 속성이 변하지 않으시는 한 예수님이 십자가를 지는 일은 필수적인 것입니다. 따라서 예수님의 제자들도 그 길로 가는 자일 때는 그 십자가를 져야 함은 너무나 당연합니다. 이를 피하거나 십자가를 지지않는 자는 가롯 유다와 같고, "니-체"의 말같이 위선자요, 교회에 다니는 사람에 불과할 것입니다. 십자가를 짐은 곧 목숨과 연결됩니다. 본문에서 사용되는 목숨 푸시케( )는 생물적 목숨을 뜻하나, 넓은 의미로서는 영혼의 생명도 의미합니다. 영원한 생명을 위하여 사는 자는 현재의 생명도 풍요롭지만, 현재의 안일과 향락과 지금의 육적 목숨을 위하여 사는 자는 영원한 생명도 잃을 것입니다. 그리고 이런 사람은 지금의 생명도 바르게 살 수가 없는 것은 진리입니다. 예수님의 참 좋은 제자가 되시기 바랍니다.
출처/강동수목사 설교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