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잔의 커피를 마시며 / 이보숙
한 잔의
커피를 마시며 창 밖을 바라본다
바람의 칼에 베인 꽃잎
떨어지며 내는 이별의 꽃울음 소리
사랑을 하고 이별을 했던가
그 흔적 지우지 못해 헤맸던 거리
길가에 서서 붙잡고 통곡했던 전봇대
어둠 속에서 남몰래 숨죽여 울었던
그런 이별이 그대에겐 있었던가
어둠이
깊숙이 파고드는 창가에
마음의 여유로움보다
사랑한만큼 외로움이 몰려와
눈물이 왈칵 쏟아질 것만 같은 밤
어느 밤부턴가 나는
수도꼭지의 누수처럼
집요하게 잠을 파고드는 외로움과
함께 앉아 있기를 좋아하게 되었다
낮에 마신 커피 한 잔을 탓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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