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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사람이 미워지는 밤에는
 


 
사랑하는 사람이 미워지는 밤에는

몹시도 괴로웠다

어깨 위에 별들이 뜨고

그 별이 다 질 때까지

마음이 아팠다



사랑하는 사람이 멀게만 느껴지는 날에는

내가 그에게 처음 했던 말들을 생각했다


내가 그와 끝까지 함께하리라

마음 먹던 밤

돌아오면서 발걸음마다 심었던

맹세들을 떠올렸다



그날의 내 기도를 들어준

별들과 저녁하늘을 생각했다



사랑하는 사람이 미워지는 밤에는

사랑도 다 모르면서

미움을 더 아는 듯이

쏟아버린 내 마음이 어리석어

괴로웠다.




도종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