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수 1,558
-
내가 사랑하는 사람은 어디를 가든지
빛이 나는 사람이었으면 합니다.
함께 있으므로 해서 모든 게 아름답게 보이고
그 빛을 통해 바라본 세상을
보여주고 싶기 때문입니다.
그 성숙 속에서 더 큰 사랑을 키울 수 있기에
내가 사랑하는 사람은 한 번쯤
이별을 통해 성숙한 사람이었으면 합니다.
아파 본 사람만이 큰 가슴을 가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은 이번만큼은
꼭 약속을 허물지 않는 사람이었으면 합니다.
사랑한다면서 힘없이 돌아서는
많은 엇갈림 속에서 그 소중한 약속만큼
나를 지켜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은 누구보다 외로움을
싫어하는 사람이었으면 합니다.
늘 혼자 있는 것에 익숙해져 힘없이
걸어가는 길 위에서 그 외로움 끝에는
언제나 내가 기다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은 하늘이 벌써 맺어준
운명 같은 사랑이었으면 합니다.
꼭 만나야 할 사람이라면
지금쯤은 내 앞에 와 있을
그 운명을 믿고 마지막까지
있어줄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사랑하고 싶습니다.
마음이 따뜻한 사람과 사랑하고 싶습니다.
가끔은 나의 말도 안 되는 투정도
따뜻한 웃음으로 보듬어 사랑해주는
그런 사람과 사랑하고 싶습니다.
한 번쯤은 사랑의 깊은 상처로
너무나 많이 아파야 했던 사람과 사랑하고 싶습니다.
사랑의 상처가 얼마나 고통스럽고 아픈지
너무나 잘 알기에 내게는 아니 서로에게
사랑의 상처 따위는 주는 일 없는
그런 사람과 사랑하고 싶습니다.
이별의 아픔이 얼마나 큰 형벌인지
잘 아는 사람과 사랑하고 싶습니다.
이별 후에 잊기 위해서 보내야만 했던
가슴 시린 시간을 너무나도 잘 알기에
이별하는 일 따위는 없는
그런 사람과 사랑하고 싶습니다.
눈물을 흘릴 줄 아는 사람과 사랑하고 싶습니다 .
아직은 마음에 온정이 남아서
작은 일에도 감사하고 감동할 줄 아는
사랑할 줄 아는 그런 따뜻한 눈물을
흘릴 줄 아는 사람과 사랑하고 싶습니다.
강물이 저 혼자 흐르다가 또 다른 강물을 만나
하나가 되듯 우리도 서로 손잡고 물이 되어
한 세상 흐르다가 먼바다에 이르러
갈대꽃처럼 피어나면 좋겠어,
그 어느 한 계절의 모퉁이에서 금방 불붙은 사랑처럼
금세 피었다가 시들고 마는 진한 향기보다는
있는 듯 없는 듯 풍기는 구절초 같은
은은한 향기였음 좋겠어,
억새처럼 머리가 하얘지고
잔주름이 늘어난다고 해도
두 손 꼭 잡고 서서 저녁 숲에 내리는
풀벌레 소리에 귀 기울이며 살았으면 좋겠어.
가을비 찬바람에 나뭇잎은 떨어지고
산비탈 모여드는 낙엽 같은 그리움을
허전한 가슴속에 차곡차곡 쌓으면서 살았으면 좋겠어,
가을처럼 깊어가는 사랑'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