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어느 가을날,
저는 열차를 타고
당신이 사는 델 지나친다고
편지를 띄웠습니다
5시 59분에 도착했다가
6시 14분에 발차합니다
하지만 플랫폼에 나오지 않았더군요
당신을 찾느라 차창 밖으로 목을 뺀 십오 분 사이
겨울이 왔고
가을은 저물 대로 저물어
지상의 바닥까지 어둑어둑했습니다
- 이병률(1967 - ) ‘장도열차’
우 리에게 남은 시간은 겨우 15분입니다. 가을이 저물고 빈 플랫폼에는 이미 겨울이 발을 들여놓고 있습니다.
졸병시절 생각이 납니다. 내리기 시작한 눈들이 지나가는 자동차와 함께 이리저리 날아다녔지요. 기다리던 당신은 오지 않고, 내 생애 가장 추운 겨울이 찾아왔었습니다.
나는 얼어붙어 금방이라도 쨍그랑 깨질 것만 같았습니다. 어서 역으로 달려 나가세요. 지상의 바닥까지 더 어두워지기 전에.
*** 김동찬, 미주한국일보 <이 아침의 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