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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문희교수 (연세대학교 교수)
:: 여성해방운동의 여파로 결혼생활에서 해방되고자 하는 젊은 여성들이 늘어나고 있는것 같다. 남성위주의 결혼생활에서 더 이상 희생자가 되고 싶지 않다는 독한 마음에서 결혼을 거부하는 이들도 있다. 생산성경쟁이 너무나도 불행해 보이니까 독신으로 살기로 결심한 이들도 있다. 생산성 경쟁이 치열하고 일중심적인 현대 사회에서 당당하게 살아남고자 하는 젊은 여성들은 그들의 발목을 잡을지도 모를 결혼생활을 연기하거나 꺼려하다가 기회를 놓치는 이도 있다. 그런가 하면 자아실현이라는 원대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 결혼생활보다는 자신이 선택한 직장생활에 전념하느라 결혼을 멀리하는 이도 있다.
:: 자식낳아 양육하고 남편을 내조하며 가정을 꾸려가는 전업주부는 무능한 여성이거나 후진 여성으로 생각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이런 저런 이유와 놀리로 결혼은 젊은 이들에게 필수과목이 아니라 선택사항으로 지각되는 모양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혼은 가까운 장래에 대부분의 학생들이 선택할 인생행로이기에 이에 대한 준비를 해야 한다. 자기 자신과는 아무 상관도 없는 일인 듯이 딴전을 피우다가 뒤늦게 허둥지둥 준비되지 않은 결혼을 할 학생들이 있을 것 같아서 하는 말이다. 아니면 나이가 들면 누구나 사랑할 수 있고, 믿을 만한 직장이 생기면 언제나 결혼 생활은 가능하다고 믿는 이들에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말을 하고 싶다.
::최근 들어 이혼으로 끝나는 결혼의 비율이 높아지고 있다. 그것도 결혼한지 3~4년 이내에 결단이 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그렇다면 무엇이 문제일까?
:: 첫째, 옛날이나 지금이나 남들에게 좋은 인상을 주기 위해 외모에 신경을 많이 쓴다. 첫인상이 중요하기 飁문이리라. 그러나 결혼생활에서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심신이 건강한 사람을 만나 사랑해야 한다. 겉으로는 근사한 한 쌍으로 보이지만 행복하지 못한 결혼 생활을 자주 목격하게 된다. 젊은 날에 그토록 중요시하던 외형적인 매력보다는 배우자의 건전한 성격이나 인간됨이 중요하다는 점에서 대부분의 기혼자들은 공감할 것이다.
:: 둘째, 자부심과 긍지가 있는 사람이 되도록 노력해야 한다. 마음속 깊은 곳에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마음과 자신감이 있는, 긍정적인 자아개념을 가진 사람이 되도록 노력하고 그런 사람을 만날 수 있어야 결혼 생활에서 그 만큼 더 안도감을 얻을 수 있다. 가정과 학교와 친구들 사이에서 자신의 위치가 자기 마음에 들도록 살아야 한다. 그리고 자신이 선택한 일이나 활동에서 유능한 사람이라는 자기 확신이 생기도록 대학생활을 해야 한다. 20세 이후의 인생은 각자가 책임져야 한다고 말하지 않던가?
:: 셋째, 건강한 사람은 정직하고 성실하다. 속과 겉이 같으므로 편안한 마음으로 진솔한 자기 자신을 내보여 줄 수 있는 사람이다. 그래서 대인관계에서나 이성관계에서 가면과 가식을 앞세울 필요를 느끼지 않는다. 심리적으로 건강한 사람들은 자발저긍로 말하고 자유롭게 행동할 수 있다.숨김이나 꾸밈이 적으므로 서로 만나서 사귀고 사랑하고 결혼한다 하더라도 상대방을 실망시키거나 놀라게 할 이유가 적다. 따라서 결혼한지 3~4년만에 울고불고 헤어질 확률이 아주 작다는 말이다.
인간은 저마다 존재가치가 있는 유능한 사람이 되고 싶고, 사랑하고 사랑받는 사람이 되고 싶어서 한 평생 노력하게 마련이다. 그런데 자기 자신이 마음에 들지 않거나 자신감이 없는 사람은 불안하다. 불안한 사람은 인간관계에서 잘 보이려고 꾸미기 시작한다. 자기가 아닌 다른 사람 흉내를 내려고 한다. 부족하고 못났다고 믿는 사람일수록 자기 방어를 잘하게 된다. 자신있는 체 하거나 문제가 없는 척하기 쉽다. 대인관계에서 부족한 자신의 모습을 의식적, 무의식적으로 숨기게 되어 있다. 가면을 아세우고 가식에 힘쓰며 살아가는 까닭에 남들에게 참 모습을 보여줄 수가 없다. 그런 젊은 이들이 만나서 사귀고 사랑한다는 것은 정도에 따라 서로 상대방을 속이는 게임이 되기 쉽다. 얼마동안은 서로의 참모습을 숨길 수 있으나 결혼생활이 시작되면 더 이상 숨기기가 어려워 문제가 발생한다. 진실하지 못한 사람, 자신의 속내를 보여주기를 망설이는 사람, 겉 다르고 속 다른 사람일수록 인간에 대한 신뢰를 저버릴 사람이다. 사랑은 정직한 인간관계에서 자라고, 진솔한 관계라야 건강한 사랑이 가능하다.
:: 넷째, 남녀의 차이, 개인의 차이에 대한 이해와 포용력이 있으면 좋겠다. 우리는 보통 남들이 나와 같기를 기대한다. 상대방이 나와 같은 생각이나 감정을 가지고 있을 것으로 믿고 행동할 때가 자주 있다. '남자도 여자도 다 인간이므로 독같다'라고 과잉일반화하는 오류를 자주 범한다. 그 과정에서 갈등이나 오해가 생기고 인간관계가 상처를 받게 된다. 우리는 인간이기 때문에, 같은 사회문화에서 성장한 까닭에 쉽게 통하는 면을 발견할 수 있다. 같은 지역사회출신이거나 사회경제적 환경이 비슷하면 더욱 쉽게 동질감을 느낄 수 있다. 그래서 서로 이해하고 협조하고 사랑할 수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저마다 같은 사물에 대해서도 느낌이 다르고, 생각을 달리하며, 태도에 차이가 있을 수 있음도 인정해야 한다. 그것을 이해하고 받아들이지 못하면 서로 존중하기가 어렵다. 서로 존중하고 이해하는 마음없이 협조하고 사랑하기는 힘든 일이다. 사랑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에는 남녀의 차이가 있다. 감정 표현방법에서 남녀가 다르다. 일이나 친구의 중요성에서 남녀가 서로 다르고, 신체 생리적 반응이 서로 차이가 있다는 등등을 충분히 경험하고 이해하여야 한다. 가치관이나 생활태도의 차이를 인정하고 이해하며 존중할 줄 알아야 더불어 잘 살아갈 수 있다. 개인의 차이와 남녀의 차이를 체험하고 이해하고 수용하는 법을 배워야 결혼 생활에 준비된 사람이다.
:: 다섯째, 남녀관계가 처음에는 소집단 활동에서 차차로 일대일의 관계로 발전하기를 바란다. 남녀 학생들이 어울려 활동하면서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경험을 넓혀야 한다. 이 충고를 따를 사람이 얼마나 되는지 알 수 없으나 최소한 1, 2학년 시절에는 일대일의 관계보다는 소집단활동을 할 기호를많이 만들어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이해하고 사귀는 경험이 우선되어야 한다. 이성을 보는 안목이나 작자신에게 어울리는 상대를 선택할 줄 아는 지혜를 얻기까지는 시간과 경험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서둘러 일대일의 관계로 깊이 발전하는 남녀 대학생들의 사귐은 폭없은 인간관계의 기회를 빼앗아가기 일수이다. 너무 빨리 사랑과 결혼을 약속하여 서로의 성장발달에 부담을 주는 경우가 자주 있다. 이성에 대한 호기심과 왕성한 성욕때문에 서두르는 심정은 이해할 수 있으나 헤어나기 어려운 상처를 주고 받지 않도록 유의하여야 한다.
:: 여섯째, 자아 정체감이 확립된 사람이 되도록 노력하고 그런 상대를 만났으면 좋겠다. 나는 무엇을 위해 이 땅에 태어났으며 어떻게 살다 갈때 의미있고 보람있는 삶을 살았다고 할 수 있을까를 곰곰히 생각해보고 나름대로의 대답을 얻어낸 사람을 만나자는 말이다. 급변하는 현대사회에서 미래를 예측한다는 것이 사실상 어려운 일이고 그래서 행복한 결혼생활을 보장받을 길이 없어 불안할 수도 있으나 자아정체감이 서 있는 사람을 만난다면 믿을만한 결혼 보험에 든 기분은 된다고 할 것이다. 문제는 대학을 졸업하기까지 정체감을 확립하지 못하는 이들이 많다는 사실이다. 어쩌면 한 평생 던져야 할 질문이고 사춘기 청년기 성인기로 성장 발달함에 따라 그 답이 변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자기자신을 발견하고 확립하기 위해서 젊은 날에 그 질문을 진지하게 해 본 사람과 그냥 나이든 사람과는 삶의 질에서 차이가 있을 것이 틀림없다. 성숙한 사람들은 자신의 가치관을 확립하고 그 가치관에 따라 비교적 일관된 삶을 산다. 그런 삶이 자부심과 긍지를 높여주기 때문이리라. 의미와 보람있는 삶이란 그런 모습으로 나타날 것이기 때문이다.
:: 일곱째, 행복한 가정, 원만한 부부관계를 관찰하고 배울 기회가있어야 한다. 그런 가정에서 자랐으면 더 이상 바랄 것이 없지만, 그렇지 못하다면 부부관계가 원만한 가정을 자주 방문해 보는 것도 도움이 된다. 그것이 외삼촌 댁일 수도, 고모댁일 수도 , 아니면 친구네 집일 수도 있다. 다복한 가정의 부부관계를 그림 작품이나 영화도 좋다. 우리는 바람직한 남편역할과 아내 역할을 관찰하면서 배워야 나중에 결혼해서 더 좋은 아내와 남편이 될 수 있다. 대학생들이 명절이나 집안의 애경사에 바쁘다는 핑계로 참여하기를 소홀히 한다면 그런 경험을 놓치는 셈이다.
:: 여덟째, 가정을 이루어 사는것이 소중함을 알고, 행복한 가정이 개개인의 발전과 자녀 양육을 위해서 필수적이라는 믿음이 있어야 한다. 사회적 나이가 적령기라고 해서 부모들의 압력이나 사회적 기대때문에 수동적으로 결혼하는 것은 현명한 일이 아니다. 살다보면 다 정이 들고 사랑하게 되니까 딴 생각하지 말고 결혼하라고 몰아가는 어른들도 없지 않다. 그러나 나이에 지나치게 구애받지 말고 결혼하고 싶은 사람을 만날때까지 기다린考 젊은 이들이 늘어날 것이 확실하다. 왜냐하면 경제적 필요때문에 결혼하는 예가 옛날에 비해서 줄어들었고, 부모로부터 독립하려는 몸부림이 전보다 더 허용되는 사회이니까
:: 아홉째, 이 하늘 아래 온전한 사람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온전한 사람을 찾으려고 방황하거나 자기자신이 완전해 진 다음에 결혼하겠다는 사람을 가끔 접하게 되는데 안타까운 일이다. 자기 자신에 꼭 맞는 결혼 대상을 찾겠다는 것도 부족한 경험탓이거나 사랑이 무엇인지 모르기 때문이 아닐까? 완전한 사람을 만나면 경외하는 마음은 생겨도 사랑하기는 어려운 법이다. 더더군다나 젊은날에 아직도 성장하고 있는 과정에서 완전한 자기를 기대할 수도 온전한 상대를 바랄 수도 없다. 우리는 자기가 부족하기 때문에 사랑하는 사람이 없다고 말하지만부족한 자기 자신을 시인하고, 자기 자신을 진솔하게 보여줄 용기가 없어서 사람을 사귀지 못하고, 그래서 외로울 수 있다. 자신의 허물을 숨기기 위해서 가리다 보면 자신의 장점도 또한 가리게 된다는 것을 잊을때가 많다.
남들을 믿지 못해서 담벼락을 높이 쌓다보면 자기자신을 가두게 되는 것이 아닌가? 그래서 외로워지고 사랑할 기회를 만들지 못하는 이들이 자주 보인다. 우리는 되어져 가는 과정에 있다. 더 성숙한, 보다 완전한 인간이 되려고 애쓰고 있고, 그런 방향으로 가고 있는 중이라고 말하는 것이 옳다. 그런 사람들끼리 모여서 이해하고 협력하고 사랑하며 사는것이 인간세상이고 결혼이 아닌가?
오늘날 결혼은 선택사항이니까 하고 남의 일로 생각하는 대학생들이 늘어가고 있다. 혹은 외적인 조건에만 신경쓰고 결혼했다가 초전박살되는 경우가 있다고 하니 노파심에서 몇가지 유념할 사항을 적어보았다. 내가 보기에는 새 천년에도 결국 대부분의 대학생들이 결혼하기로 선택할 것이기 때문에 기왕이면 준비된 결혼을 할 수 있길 바란다.
(연세대학교 연세상담센터 '만남' 제 20권 1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