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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부자의 으리으리한 집 앞에는 널찍한 빈터가 있었습니다. 동네 사람들은 그 빈터에 갖가지 쓰레기를 버렸습니다. 쓰레기장이 되어버린 빈터에서는 고약한 냄새가 났습니다.
부자는 많은 돈을 들여 쓰레기를 치웠습니다. 그러나 며칠 못가서 빈터는 다시 쓰레기장이 되었습니다. 부자는 또 돈을 들여 쓰레기를 치우고 "이 곳에 쓰레기를 버리지 마시오!"라고 큼지막한 팻말을 세웠습니다. 그랬는데도 별효과는 없었습니다. 부자는 또 돈을 들여 쓰레기를 치우고 철조망을 둘러치고, 이곳에 쓰레기를 버리는 자는 고발 조치 함!" 라고 쓴 팻말을 세웠습니다. 처음 얼마 동안은 효과가 있었지만 마찬가지였습니다. 마침내 부자는 쓰레기 버리는 사람을 붙들어 고발하고 벌금을 물게 하였습니다. 그제야 동네 사람들은 좀 조심하는 듯 하였으나 도로아미타불입니다. 부자는 이 동네 것들은 아주 쌍놈들이라고 욕을 하였습니다.
어느 날 시골에서 부자의 아버지가 상경하였습니다. 노인은 부자 아들의 불평을 들었습니다. 노인은 다음 날 아침 빈터로 나가서 철조망을 다 걷어내고, 쓰레기와 함께 넘어진 팻말 판자도 다 태워버렸습니다. 그리고 삽과 괭이로 빈터를 땀 흘려 파헤치고 돌을 골라내고 두둑을 만들어 밭을 만들어 갔습니다.
노인은 빈터에 만든 밭에다 무엇인가 정성껏 심었습니다. 며칠 동안 노인은 매일 아침, 저녁으로 밭에다 물을 주었습니다. 그리고 마침 촉촉한 비가 내리고 나자 빈터 밭에는 파란 새싹이 솟아났습니다. 그것은 시금치였습니다. 시금치는 며칠 사이 파랗게 먹을 수 있을 만큼 잘 자랐습니다. 그러자 노인은 빈터 시금치 밭둑에 "필요하신 분은 조금씩 뜯어 가십시오!" 라고 쓴 팻말을 세웠습니다.
노인은 부자 아들에게 "애야, 시금치가 다 쇠면 상추, 파, 오이 같은 것들을 심어두어라. 그리고 꽃도 좀 심고..." 그렇게 부탁하고 시골로 내려갔습니다. 부자 아들은 아버지가 일러 준 대로하였습니다. 그러다 보니 동네 사람들과 점점 친해졌습니다. 그리고 가만히 보니 이 동네 사람들이 그렇게 쌍놈들이 아니었습니다. 쌍놈들이기는커녕 오히려 참 순박하고 착한 사람들이라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어느덧 빈터는 이제 더 이상 쓰레기장이 아니라 동네의 사랑방이 되었습니다.
다음 해 봄, 그 동네 그 빈터에서는 "동네 노인정 준공 기념 잔치"가 열렸습니다. 그날 시골에서 올라 온 부자의 아버지 노인은 부자 아들에게 "애야, 내 기분이 그만이다. 내 술 한잔 받거라" 하며 시원한 막걸리 한 잔을 건네었습니다.
<유성 온빛교회 허광오 목사, 1997. 6.29.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