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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시하면 안 되는 증상, 혈변과 혈뇨
건강 정보를 듬뿍 담고 있는 배변·배뇨 체크해 보세요
대변과 소변은 한 사람의 건강 상태를 나타내는 주요 지표가 된다. 횟수, 색깔, 모양, 굵기, 냄새 등 다양한 배변과 배뇨 양상을 살피면 나의 건강 상태를 알 수 있다. 그중에서 혈변과 혈뇨는 몸에 큰 이상이 있다는 신호일 수 있다. 혈변과 혈뇨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보자.
◆ 혈변·혈뇨 10명 중 3~4명은 암이다?
대변은 하부 소화기 건강을, 소변은 하부 요로기와 신장 건강을 반영한다. 따라서 자신의 대변과 소변을 그냥 내려보내지 말고, 잘 살펴보는 습관을 가져야 한다. 평소보다 횟수가 많거나 적은지, 대변이나 소변 볼 때 통증이 있는지, 모양이 평소와 다른지 등을 꼼꼼히 체크한다. 특히 신경 써야 하는 것은 ‘피’다. 피가 섞여 나오는 혈변과 혈뇨는 단 한 번이라도 놓치지 말아야 하는 적신호다.
평소 꾸준히 배뇨·배변 일지 작성해야
혈변과 혈뇨는 대변이 나오는 길(대장-직장-항문)과 소변이 나오는 길(신장-요관-방광-요도)에 출혈이 생겼다는 신호다. 이 길에 요로결석·방광결석 등 돌이 생겼거나, 세균이 침입해 염증이 생겼거나, 암이나 용종과 같은 종양이 생겨서 나오는 피가 대변과 소변에 섞여 나오는 것이다. 의료계는 40~50대 이상에서 혈변을 본 환자의 40%가 대장용종이나 대장암으로, 혈뇨를 본 환자의 30%가 방광암이나 요로상피암·신세포암 등으로 이어지는 것으로 추정한다.
혈변과 혈뇨는 환자 본인이 숨기려는 경향이 많기 때문에 진단하기가 쉽지 않다. 또 갑자기 나타나거나 비정기적으로 나타나고, 한 번 생겼다가 없어지는 경우도 많아 미리 정확하게 양상을 체크해 놓지 않으면 병원에 가서도 증상을 제대로 설명하기 어렵다. 따라서 평소 대소변 모양과 양, 횟수 등을 ‘배뇨·배변 일지’에 기록해 두면 좋다. 이규성 교수는 “평소 소변과 대변 모양과 횟수를 잘 살피다가 이상 징후가 보인다면, 어떤 점이 어떻게 달라졌는지 등을 적어도 1~2주 정도 기록한 후 병원에 가져와야 불필요한 검사를 막고, 정확한 진단을 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배뇨·배변 일지 쓸 때 이런 점 기록해야
배뇨·배변 일지에는 혈뇨와 혈변의 색깔을 꼭 기록한다. 이때 혈변은 단순히 붉은색이라고 적지 말고 선홍색, 적갈색 등으로 구별해 적는다. 혈뇨 역시 와인색, 콜라색, 짙은 갈색 등으로 반드시 구분한다. 혈변은 모양도 중요하다. 굵은지 가는지, 묽은지 된지를 의사에게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혈뇨는 소변이 시원하게 나오는지, 졸졸 흐르듯 나오는지 등을 기록한다. 통증 여부와 함께, 통증이 있다면 어디가 아픈지를 기록해 두는 것이 중요하다. 모양과 색깔, 통증 여부 등에 따라 어느 곳에 문제가 생겼는지 예측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소변이 시작할 때 혈뇨가 나오는지, 아니면 마지막에 나오는지, 처음부터 끝까지 계속 나오는지 등을 확인해 기록한다. 여성은 소변이 흐르는 것을 직접 보기 어려우니 투명 컵을 3개 정도 준비해서 처음 소변, 중간 소변, 끝 소변을 담아 색을 비교해 보면 출혈 시기를 확인할 수 있다. 혈변은 피가 대변 끝에만 떨어지는지, 아니면 변기 전체에 퍼지는지 등을 적어 놓는다.
◆ 잘못 알고 있는 혈변 & 혈뇨 상식
아프면 아플수록 암이다?
일반적으로 통증이 있어야 암과 같은 심각한 질환이라고 생각하지만 혈변과 혈뇨를 볼 때 생기는 통증은 병의 중증도와 큰 관련이 없다.
혈뇨의 경우 통증이 있다면 염증이나 결석이 있다는 의미다. 결석이나 염식이 소변과 함께 요로를 타고 내려가면서 내부 조직에 상처를 내면서 통증을 일으킨다. 오히려, 암은 배뇨 시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기 때문에 통증이 없다. 윤덕기 교수는 “소변 볼 때 통증이 없던 환자의 암 발생률은 54.8%로, 통증이 있던 환자의 암 발병률(29.3%)보다 오히려 높았다”고 말했다.
혈변 역시 병변 위치에 따라 통증이 없을 수 있다. 오른쪽 대장에 이상이 있으면 변이 묽고 가늘기 때문에 암이 있어도 배변 시 통증이 거의 없다. 반면 왼쪽 대장 이상이면 암이 아니어도 배변 시 통증이 심하게 생길 수 있다.
혈뇨와 혈변, 한 번은 괜찮다?
혈뇨나 혈변이 한 번 나타났다가 괜찮아지면 별것 아니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그렇지 않다. 이규성 교수는 “방광암은 눈으로 볼 수 있는 붉은색 혈뇨가 보였다가 멈추는 경우가 많다”며 “특히 40대 이상인데 한 번이라도 혈뇨가 눈에 보였다면 평상시에도 눈에 보이지 않는 혈뇨가 계속 나오고 있다는 의미이므로 반드시 검사를 받아 본다”고 말했다.
혈변 역시 단 한 번으로도 사망할 수 있다. 대장게실출혈이나 허혈성대장염의 경우, 혈변과 함께 빠르게 피가 빠져나가기 때문에 쇼크 등으로 사망할 위험이 높다.
검사결과 이상 없으면 괜찮다?
혈변과 혈뇨가 있어 검사했는데 검사 결과 특별한 원인을 찾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10~15% 환자에서는 모든 검사를 해도 원인을 찾을 수 없다. 그러나, 모두 정상이니 괜찮다는 의미는 아니다. 다른 신체 부위 증상은 ‘신경성’ 혹은 ‘스트레스성’으로 발생할 수 있지만 혈변과 혈뇨는 분명한 원인이 있다. 그 원인이 현재 진단방법으로는 찾기 어려울 정도로 미세하거나 조기 상태여서 못찾은 것뿐이다. 따라서, 혈변이나 혈뇨가 나왔다면 검사 결과가 정상이어도 방심하지 말고 정기 검진을 받는다. 대장내시경은 3~5년에 한 번, 소변검사는 1년에 한 번 정도가 받는것이 좋다.
가짜 혈뇨, 가짜 혈변도 있다?
피가 섞인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피가 섞이지 않은 경우를 가짜혈변, 가짜혈뇨라 한다. 신체 이상과는 무관한데, 어떤 때 이런 증상이 나타날까?
가짜 혈뇨 소변색은 붉지만, 종이 스틱에 소변을 묻혀 혈뇨가 있는지 검사해 보면 음성으로 나온다. 이는 음식이나 복용하는 약품 중에 함유된 분홍색 또는 오렌지색 때문에 소변색이 붉어진 것이다. 항결핵제 리팜핀이나 항전간제 딜란틴 등과 같은 약제, 마황, 블랙베리 등의 식품이 원인일 수 있다.
가짜 혈변 대변색은 분홍색 또는 붉은색이지만 분변잠혈검사에서 혈액은 검출되지 않는 경우다. 이 역시 음식이 원인이다. 비트, 토마토 등을 먹으면 색깔이 붉은색(진홍색) 변이 된다. 검은색 젤리나 납, 블루베리를 먹은 경우에는 적갈색 변을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