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은 이상이 없다는데… 가슴 통증, 어디에 문제가 있는거야?

45세 남자. 2년 전 왼쪽 가슴 부위가 가끔 타는 듯이 아파서 찾은 동네병원과 종합병원에서 각각 협심증
의심 진단을 받았다. 그러나 약을 먹어도 증상은 좀처럼 낫지 않았다. 왼쪽 젖꼭지 1∼2㎝ 안쪽이 아팠고,
그 통증이 다른 부위로 퍼지진 않았다.

문제는 한 번 아프면 3∼4분 지속할 때도 있지만 때때로 1시간 이상 지속되기도 한다는 점.
통증은 타는 듯 할 때도 있고 콕콕 찌를 때도 있는 등 종잡기 힘들었다.
어떤 때는 그 부위를 누르면 통증이 조금 감소되기도 했지만 왼쪽으로 누우면 통증이 심해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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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늑골연골염이란 진단을 받은 권모씨의 사연이다.
늑골연골염은 갈비뼈 쪽에 원인불명의 염증이 생겨 흉통을 일으키는 병이다.
물론 생명에 전혀 지장이 없고, 잘 쉬기만 해도 낫는 경우가 많지만 당사자들은 권씨처럼 심각한 심장병으로 오인,
헛고생을 하는 경우가 많다.

가슴이 아파서 심장에 무슨 문제가 생겼는지 알고 종합병원을 찾았으나 심장엔 특별한 이상이 없다는 진단을 받고
가슴앓이를 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자신은 아파 죽겠는데, 검사 상으로는 이상이 없는 꾀병 환자 취급을 받으니
문제다. 통증은 분명히 어딘가에 문제가 생겼음을 알리는 위험신호인데, 통증을 느끼는 원인을 쉽게 밝힐 수 없으므로 의사도 갑갑하기는 마찬가지.

왜 이런 일이 생길까. 여의도성모병원 순환기내과 박철수 교수는 "흉통의 원인 질환을 밝히는 것은 환자의 병력을 캐는 문진에서 사실상 거의 결정된다"며 "진단의학이 많이 발전했지만 병원에서 이뤄지는 모든 검사가 100% 정확한 것은 아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따라서 가슴이 아플 때는 급성심근경색증과 같이 당장 생명을 위협할 수 있는 질환인지,
아니면 외래를 통해 시간을 갖고 치료에 임해도 될 질환인지를 우선 감별하는 일이 중요하다.
가슴 안에는 심장을 비롯해 폐, 식도, 기관 등 생명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주요 장기가 들어 있다.

◇심장내 이상으로 인한 흉통=흉통 중 가장 심한 것이 협심증에 의해 유발되는 아픔이다.
대개 가슴 한복판에 옥죄는 듯한 통증이 나타나는데, 곧 죽을 것 같다고 느낄 정도이다.

이런 통증은 짧게는 몇 십초에서 길게는 3∼5분간 지속되다 가라앉으며, 얼마 후 다시 나타나는 게 특징. 통증이 목, 턱, 팔의 안쪽 등 방사형으로 퍼질 때도 있다.

일반적으로 흉통은 빨리 걷거나, 언덕을 오르거나, 무거운 것을 들거나, 마음을 급하게 먹거나, 흥분했을 때 일어나지만 안정을 취하면 가라앉는다.

그러나 불안정성 협심증의 경우 이와 달리 안정하고 있을 때나 야간에도 통증이 일어날 수 있고, 흉통의 지속시간도 길며 자주 발생하는 양상을 띤다. 이때는 빨리 병원에 가서 응급치료를 받지 않으면 심근경색증에 의한 심장마비 등 치명적인 상황에 놓일 수 있으므로 조심해야 한다.

급성 심근경색증의 경우에도 협심증과 같이 가슴 한복판이 아프다.
다만 이때의 흉통은 협심증에 의한 것과 달리 30분 이상 장시간 지속되는 것이 특징이므로 주의해야 한다.

◇심장 외의 원인으로 인한 흉통=잠을 자고 아침에 일어났을 때 명치 부위가 쓰리고 아픈 경우도 있다.
역시 심장에 이상이 있는 것으로 오인하기 쉽다. 하지만 이때는 대부분 위산이 식도 쪽으로 역류해 염증을 일으키는
역류성식도염에 의한 것이라고 삼성서울병원 순환기내과 권현철 교수는 말했다.

눅막염이나 폐렴의 한 증상으로, 간혹 폐기흉이나 폐동맥색전증, 대동맥박리증, 대상포진,
흉부타박상 등의 한 증상으로 흉통이 나타나기도 한다.

예컨대 숨을 깊이 들이쉬거나 기침, 재채기를 할 때 옆구리와 가슴 뒤쪽이 바늘로 찌르는 듯이 아플 때가 있다.
이것은 늑막염 때의 아픔이다. 식도의 연동운동 장애로 인한 흉통도 증상이 협심증과 비슷하므로 주의가 필요하다.
그러나 이들 질환은 그렇게 흔한 병이 아니다.

참고로 폐렴이나 폐질환이 있을 때는 가슴 통증이 거의 나타나지 않는다는 것도 알아둘 필요가 있다.
폐에는 아픔을 느끼는 신경이 없기 때문이다. 폐렴, 결핵, 폐농양과 같은 병이 여기에 해당된다.
이 경우 가슴이 답답하고 뻐근한 느낌은 병이 심해져 흉막을 자극할 때에야 비로소 나타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