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승중교수  

I. 들어가는 말

오늘 현대인들은 물질은 풍부해졌는데, 그 마음은 오히려 더욱 가난해지고 피폐해져 가고 있다. 그리고 사람들은 삶의 현장에서 일어나고 있는 의심, 염려, 불안, 실패, 좌절, 외로움, 우울, 문제, 갈등, 위기 등의 수많은 문제로 인하여 상처받으며, 신음하고 있다. 한마디로 현대인들의 모습은 아버지를 떠난 탕자가 재산도 잃고 친구까지 다 잃어버린 상태에서 외로움의 상처를 앓고 있는 상황에 비유할 수 있다.

그런데 미국에서 지난 1930년에서 1940년대 중반에 이르기까지 절망 속에서 허덕이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소망의 빛을 던져주고, 상처 입은 사람들의 마음을 말씀으로 위로하던 설교자가 있었는데, 그가 바로 헤리 에머슨 포스딕(Harry Emerson Fosdick)이다. 그리고 그는 "설교는 상담이다"라고 주장한 바가 있다. 그는 말하기를

"나의 목회의 핵심은 설교라기보다는 상담이라고 하고 싶다. 내가 설교하는 동안 나는 어떤 사람들과의 상담 내용이 내 설교의 클라이맥스가 되도록 하기 위해 끝없이 노력한다. 나의 설교는 그 자체가 청중을 상대로 하는 집단상담이다. 사실 모든 설교는 정신적으로 방황하는 사람들과 깊이 만날 수 있어야 하고, 심리적으로 무거운 짐 진 사람들의 문제 속으로 파고 들 수 있어야 한다"

고 하였다. 그래서 그는 설교를 준비할 때부터 설교하는 순간까지 시종일관 한 사람 또는 여러 사람을 상담하는 심정으로 임했다고 한다.

이렇게 현대인들의 상처를 하나님의 말씀으로 치유하는 또 하나의 설교의 형태가 바로 상담설교이다. 사실 상담설교는 한국교회에서는 그다지 알려지지 않은 것이다. 한국교회에서 상담설교가 소개된 것은 상담학으로 유명한 미국의 보스톤 대학 신학부에서 상담을 전공한 김만풍 목사에 의해서이다. 그러므로 본 강의는 두 번에 걸쳐 그의 ㊢상담설교㊣(서울:크리스찬 서적, 1995)를 중심으로 상담설교의 이론과 실제를 소개하고자 한다.

II. 몸말

1. 상담설교의 정의

김만풍은 가장 쉽게 상담설교는 상담을 목적으로 하는 설교라고 말한다. 교리설교가 교리 교육을, 전도설교가 복음 전파를, 부흥설교가 회중의 심령 부흥을, 윤리설교가 성도들이 지켜야 할 윤리 제시를, 절기설교가 교회 절기에 관계된 말씀을 전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면, 상담설교는 회중의 삶의 현장에서 상담의 필요를 채워주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는 상담설교는 신구약 성경 66권에 문자로 기록된 하나님의 말씀을 회중의 상담적인 필요에 적용하여 보고 들을 수 있는 시청각적인 언어로 선포하는 설교라고 말한다.

그런데 상담설교라는 이름에서도 볼 수 있듯이 상담설교는 상담을 내용으로 하는 설교이다. 즉 상담설교는 회중 개개인의 일상생활 현장에서 일어나는 의심, 염려, 불안, 실패, 좌절, 외로움, 우울, 문제, 갈등, 위기 등을 극복하고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되는 내용을 제공한다. 물론 성경을 본문으로 하기 때문에 다른 설교들과 비슷하고 서로 중복되는 부분들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담설교는 예방과 치료의 차원에서 회중에게 도움을 주는 상담의 내용을 담고 있다는 점에서 다른 설교들과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김만풍은 상담설교를 종합하여 이렇게 정의한다. "상담설교란 삶의 현장에서 당면하는 회중 개개인의 다양한 문제들(problems)과 갈등(conflicts)을 해결하고, 위기(crisis)를 극복하며 상처를 회복하고 그러한 과정에서 파생되는 역기능(dysfunction)과 부적응(maladjustment)을 예방하고 치료하는 데에 필요한 하나님의 말씀을 전하는 설교이다"

2. 상담설교의 성경적 근거

상담설교는 고난 당하는 성도들에게 찾아오셔서 그들을 돌보시며, 그들을 치유하시는 주 하나님을 선포하는 데 초점을 둔다. 그러므로 상담설교는 그 역사를 에덴동산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즉 인류최초의 상담설교는 에덴동산에서 있었다는 것이다. 창세기 3장에서 뱀의 유혹으로 하와가 에덴동산 중앙의 선악을 알게 하는 나무의 실과를 따먹고 자기와 함께 한 남편에게도 주어 먹게 함으로 그들은 하나님께 범죄하게 되었다. 그들은 범죄의 결과로 인하여 위기와 문제에 부딪혔다. 그 때 그들의 대처방법은 무화과나무 잎으로 엮은 치마로 수치를 가리고 동산 나무 사이에 숨어서 하나님의 낯을 피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런 방법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가 없었다. 그런데 이런 문제의 현장에 하나님께서 찾아 오셨다. 아담과 하와를 자기 형상대로 지으시고 사랑하신 선한 목자 여호와 하나님께서는 먼저 그들의 위기 현장에 찾아가셨다. 그리고 아담의 이름을 불러 "네가 어디 있느냐?"고 물으셨고, 바로 여기서부터 인류 최초의 상담은 시작되었다. 결국 이 사건에서 하나님께서는 아담과 하와가 당면했던 위기와 문제에 대해서 정확하게 진단을 내리고 그 해결책을 그들에게 제시해 주셨다. 그러므로 이 최초의 상담설교는 에덴동산에서부터 찾아 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김만풍은 상담설교의 보다 직접적인 근거는 기묘자(wonderful)시오, 모사(Counselor)이신 주님, 놀라우신 상담자(Wonderful Counselor)이신 주님(이사야 9:6)에게서 그 출발점을 찾는다.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는 놀라우신 상담자로서 밤중에 찾아온 니고데모의 신앙적인 문제를 해결해 주셨고(요 3:1-15), 사마리아 여자의 문제와 갈등을 근본적으로 풀어 주셨으며(요 4:4-42), 간음 중에 잡혀 온 여자의 위기를 해결해 주셨고(요 8:1-11), 세리장으로 심적 갈등을 안고 있던 삭개오를 만나 구원해 주셨으며(눅 19:1-10), 시험에 빠져 실패한 베드로를 찾아 가셔서 회복시켜 주셨다(요 21:1-23).

주님은 그의 회중의 일상생활에서 일어나는 온갖 문제들을 익히 알고 계셨다. 그들이 처한 영적, 정신적, 정서적, 육신적 형편을 잘 이해하셨다. 그리고 주님은 그들의 문제가 무엇인지 파악하시고, 민감하게 기회를 포착하여 그들의 필요를 채워주셨다. 그들의 필요를 채워주시는 방법은 복음서에 아주 다양하게 나타나 있는데, 거기에는 심방(막 1:29-31, 눅 8:51-58), 친교(마 9:9-13, 눅 14:1-24), 논쟁(마 12:1-22, 눅 20:27-40), 책망(마 11;20-30, 눅 11:37-52), 권면(눅 12:1-59), 가르침(눅 15:1-17:10), 이적(마 4:23-25, 막 5:1-43, 눅 5:12-16:1, 요 9:1-41)과 설교(마 5:1-7:27, 요 12:12-16:16) 등이 포함되어 있다. 예수님은 이처럼 다양한 사역을 통해서 상담설교자로서 본을 보여주셨다. 그러므로 상담설교는 주님의 사역에 그 근본적인 근거를 둔다.

더 나아가서 김만풍은 베드로와 요한, 야고보, 그리고 바울 등이 교회들에게 보낸 신약성경의 서신서들이 교회에 속한 양무리들을 위한 양육지도 편지들이었다고 말한다. 즉 목회상담에 관계된 주제를 가지고 있는 많은 서신서들의 내용은 그 자체가 상담설교의 원고였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렇게 성경은 상담설교가 에덴동산에서 시작되었고, 주님께서 친히 그 모본을 보이셨으며, 사도들도 서신서들을 통해서 상담설교 사역을 직간접으로 수행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으며, 그러므로 상담설교는 성경적인 근거가 너무나도 분명하다는 것이다.

3. 상담설교의 특징

김만풍은 이처럼 성경적인 근거가 분명한 상담설교는 세 가지 특징이 있다고 말한다. 첫째는 상담설교는 말씀에 적용에 초점을 맞춘다는 것이다. 즉 상담설교는 하나님의 말씀을 회중의 삶의 현장에 적용하는 데에 초점을 맞춘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상담설교자는 회중의 삶에 민감해야 하는데, 회중들의 삶의 현장에서 만나는 어려움 들이 무엇인지를 부지런히 파악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하여 설교 시에 회중의 표정을 살피고, 기회가 있을 때마다 심방을 하며, 개인상담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상담설교를 상담설교 되게 하는 특징이 바로 하나님의 말씀을 이와 같이 회중의 삶에 적용하여 그들의 필요를 구체적으로 채워주는 데 있다.

그 다음에 상담설교는 상담의 기술을 사용한다는 것이다. 상담설교는 설교의 형식에 상담의 기술을 조화시켜서 하는 설교이다. 상담에서는 먼저 내담자자가 어떤 형편에 처하여 있는지(where they are)를 알아보고, 그 다음에 현재 형편에서 어디로 나아가야 할 지 그 목표(where to go)를 정하고, 그 목표에 도달한 구체적인 방법(how to go)을 찾아낸 후에, 마침내 그 해결의 방법을 실제의 문제 상황에 적용하도록 격려하는데(encourage to apply), 상담설교는 바로 이런 상담의 기술을 설교에 도입한다는 것이다.

그 다음에 상담설교는 심리학의 건전한 제안들을 활용한다는 것이다. 즉 상담설교자는 특별계시인 성경 말씀을 선포하는 상담설교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할 경우 하나님의 진리를 이해하고 적용하는 데에 필요한 심리학의 이론과 제안들을 조심스럽게 분별해서 활용한다. 그러나 이 점에서 주의할 것은 주객이 전도되어서는 안 된다는 사실이다. 즉 성경말씀을 위해서 심리학의 이론과 제안들을 사용해야지, 심리학의 이론과 제안을 위하여 성경 말씀을 사용하는 일이 없어야 한다.

4. 상담설교의 주제 선정

상담설교에서는 주제 선정이 아주 중요한데, 김만풍은 주제를 선정하는 데는 다음과 같은 원리들이 있음을 제시한다. 첫째는 성경말씀이 해답을 제시하는 주제를 선정해야 하며, 둘째는 회중의 필요에 대해 객관성이 있는 주제를 선정해야 하며, 셋째는 가장 우선적으로 필요한 주제를 먼저 선정해야 한다. 넷째는 가장 준비를 잘할 수 있는 주제는 먼저 선정해야 하며, 다섯째는 특정한 개인에게 바람직하지 못한 부담을 줄 가능성이 없는 주제를 선정해야 하며, 여섯째는 다양한 주제들을 균형 있게 선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일곱 번째는 가능한 경우에는 연속적인 주제를 선정하는 것이 좋으며, 여덟째는 적절할 경우에는 연속설교를 할 수 있는 주제를 선정해야 한다. 그리고 아홉 번째는 다른 분야의 설교들과 조화를 이루는 주제를 선정해야 하며, 마지막으로 열 번째는 다른 분야의 설교들과 균형 있는 배열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바람직한 상담설교의 주제를 선정하려면 상담설교자들은 먼저 균형 있는 시각으로 성경을 보아야 하며, 회중의 필요를 민감하게 파악하기 위하여 힘써야 한다. 그리고 목회상담의 다양한 기회들을 제공하도록 힘써야 하며, 설교자 스스로 목회상담의 역량을 키우기 위하여 부단히 노력해야 한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