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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주 목요일마다 산행하는 두리 산악회를 따라 지난 6월 14일 아침 강원도 정선군 소재 가리왕산(1560M)에 다녀왔습니다. 이렇게 산악회를 따라가면 산악회 측에서 선두, 중간, 후미에 리더를 두어 초행 자도 별 무리 없이 따라올라 갈 수 있도록 하는 게 상례인데 이 날은 출발이 늦어, 귀가 시간 문제로 가리왕산 정식 등산 코스가 아닌 지름길로 올라갔고, 또 여러 사정으로 선두만 있고 중간 리더는 없는 어정쩡한 상태에서 줄줄이 앞사람만 보고 올라가게 되었습니다.
한참 가다보니 칠 팔 명의 앞사람들이 우왕좌왕합니다. 선두를 잃어버린 겁니다. 이미 한참이나 올라온 뒤라 내려 갈 수도 없고, 내려 갈래도 길을 잃어 내려 갈 수도 없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이제 남은 길은 죽으나 사나 정상까지 가는 수밖에 없다고 중론을 모으고, 어찌어찌 가다보니 내가 선두가 되었습니다. 나도 이 산은 초행이었고, 길은 없고, 감도 잡히지 않았지만, 어쩝니까? 올라가야지!
정상을 향하고 올라가는 데 길이 없으니 썩은 나무 등걸, 칡넝쿨, 빽빽한 가시나무 숲, 울퉁불퉁한 바위들이 길을 막습니다. 그런 장애물이 나타나면 도저히 뚫고 지나기가 힘겨워 그 옆에 좀 편한 쪽으로 방향을 틀면서 올라갔습니다. 몇 차례 이런 장애물을 만날 때마다 그 옆 좀 편한 길로, 그 옆 좀 더 쉬운 길로 이렇게 한 참 가다보니, 시간은 점점 더 걸리고 정상까지는 아직 멀었습니다. 이렇게 장애물을 피하면서 가다가는 산을 비스듬히 한 바퀴 돌아갈 수밖에 없고 그러다가는 날이 어두워질 수도 있겠다 싶은 생각이 부쩍 들었습니다.
이래선 안되겠다 싶었습니다. 이제부터는 무슨 장애물이 나오더라도 무조건 뚫고 올라가야겠다 마음먹었습니다. 그래서 걸음을 멈추고 허리띠를 바짝 묶고, 모자를 푹 눌러쓰고, 신발 끈을 고쳐 매고 오르기 시작하였습니다. 아름드리 썩은 나무 둥치를 넘고, 가시나무 숲을 헤치고, 이끼 끼어 미끌미끌한 바위를 기어 넘고, 나무 가지에 눈이 찔리면서, 바위에 긁히면서 올랐습니다. 내 뒤를 따라올라 오는 사람들은 내가 안보이면 야호- 합니다. 그러면 나도 야호- 화답하며 올랐습니다. 그렇게 오르기를 3시간만에 1560M 加里王山 산꼭대기에 올라섰습니다.
푯대를 정했으면 무슨 장애물이 나타나더라도 정면 돌파로 무조건 뚫고 나가는 것만이 살길임을 깊이 覺하였습니다. 산은 이런 깨달음을 줍니다. 下山 길에 내 뒤를 따라 올라왔던 한 남자가 이제까지 산행 중에 이번 산행이 가장 스릴 있고, 좋았다고 하였습니다. 온 몸이 쑤셨지만 기분은 댓길(大吉)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