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슬비가 내리는걸 보니 이제 봄이 왔나 보다. 겨우내 죽은것 같았던 나뭇가지의 싹을 자세히 들여다보니 끝에 아주 연한 연두색이 희미하게 보이기 시작한다.

새 봄에 피는 꽃과 열매는 지난 겨울 혹독한 추위속에 피어난 인고의 산물이리라. 지난 겨울, 마지막 추위가 기승을 떨때 강영우박사의 투병소식에 이은 별세의 소식을 접하게 되었다.

일면식도 없지만 저서를 통해 훌륭한 그의 삶에 존경심을 갖고 있었는데, 별세 후에 들려오는 뒷 얘기에 감동과 숙연함과 도전을 받게 되었다.

췌장암이 발견되고 수술을 받았지만 워낙 말기에 발견이 되어 결과가 좋지 않다는 소식이 인터넷과 뉴스를 통해 세상에 알려지자, 그를 사랑하는 많은 사람들이 치료에 도움을 줄 만한 명약을 선물하겠다는 의견을 피력하였다.

어떤이는 죽은 사람도 살릴수(?)있다는 아주 귀하고 오래된 산삼을 선물하겠다고도 하고 또 자기 자신을 교장 선생님이라고 소개한 분은 췌장암에 특효약을 드리고 싶다는 의사를 적극 표현 하기도 했다고 하였다.

그런데 이 소식을 들은 강박사는 그 모든 호의를 정중하게 사양을 하며 담담하게 죽음을 받아들이겠다고 하였다.

열네살에 불의의 사고로 실명을 당하고 설상가상으로 부모님이 세상을 떠나며 소년가장이 되어 동생들까지 돌봐야 하는 절망의 상황에서 자살을 시도 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그의 곁에 나타난 누나 뻘의 여대생 석은옥여사의 헌신적인 보살핌으로 박사학위를 취득 후 도미하여 백악관 장애담당 정책차관보까지 오른 입지전적인 삶을 살은 그였다.

그 동안 전 세계의 장애인 인권보호와 그들의 삶에 희망과 용기를 불어 넣어주며 그들의 멘토가 되어 비장애인들에까지도 인생의 모범이 되었던 훌륭하고도 멋진 하나님의 사람이었다.

아내인 석여사와의 사이에 두 아들을 두었는데 큰 아들은 아버지의 눈을 뜨게 하겠다며 안과의사가 되었고 둘째는 어려서부터 글재주가 좋아 지금 백악관의 선임고문이 되었다.

이렇게 살아온 그의 인생 70에 원치 않는 불청객인 췌장암이 찾아온 것이었다. 물론 초기에 의학적인 시술을 받았지만 그는 곧바로 그 상황을 자기 운명으로 받아 드리게 된 것이었다.

이유인 즉, 그간의 자신의 삶속에 베풀어 주신 하나님의 사랑과 축복과 은혜가 너무 과분하여 지금까지 살아온 것이 너무너무 만족하기 때문이라는 것이었다.

나는 강영우박사의 별세를 통해 나를 돌아보게 되었다. ‘만일 내게 이런 상황이 닥쳤을때 나는 과연 어떤 행동을 취할까? 조금이라도 더 살아 보려고 몸부림치진 않을까?’- 이제 며칠후면 죽은것 같았던 나뭇가지마다 노랗고 하얗고 핑크빛 각종 꽃들이 아름답게 피게 될것이다.

그러나 이 꽃들도 때가되면 지고 그 자리에 열매가 맺어 지기도 할 것이다.

아! 강영우 박사의 별세모습이 너무 부럽다.

오! 주여

사는 동안 후회없이 감사로 계속 살게 하소서

제게도 임하게 될 그 날, 강영우 박사님이 생각나게 하소서.

(주후 이천십이년 삼월 셋째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