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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날

나는 어떻게 울음을 그쳤는지 모른다
나는 미쳐있었고
나에게 놀라움마저 느끼고 있었다
내 몸 어디에 이렇게 많은 눈물을
저장하고 있었는지, 있다면
가스밸브 잠그듯 그만 잠그고 싶었다


어쩌면 신생아 실
아직 채 눈도 뜨지 못한 아이가
떠보지 못한 눈을 그대로 감아야하는
억울할 만치 안타까운 죽음처럼
나의 채 다하지 못한 사랑도
억울하게도 이별로 흐르고 있었다
우린 과연 사랑을 나누었는가...


나는 가끔
손가락으로 더듬어 심장을 찾아야할 만큼
심장이 지금 뛰고는 있는지
내가 숨이 붙어 있는지 알 수가 없었다


가슴팍에 수십 개의 상처를 새기고
그리움의 길로 가는 길바닥엔
수십 개의 바늘이 깔려 있음을 알면서도
단 한 번도 뒤돌아 보지 않는 너에게
나는 자꾸만 간다
사랑했던가?
우린 과연 사랑을 나누었는가 ...

하지만
이젠,

네가 나를 사랑했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아무도 사랑하지 못하고 살아가는 것보다는
차라리 사랑하다 죽어버리리라
산산이 부서지리라


하지만, 행여 나에게 미안해 하지 말아라
비록,
너는 나에게 사랑을 주지는 못하지만
그나마, 너는 아직 나에게
아픔은 줄 수 있지 않은가
그것으로 충분하다

 김종원 - 헤어진 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