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하시고 구원하시는 주님 (눅7:11-17)
오늘 본문이 전하는 일에 앞서 있었던 일이 무엇이었는지를 먼저 돌이켜 봅니다. 그것은 예수님께서 [가버나움]에서 어떤 백부장의 종이 병들어 죽게 된 것을 살려주신 일입니다. 그 일이 있은 후 예수님께서는 [나인]이라고 하는 성으로 가셨습니다. [나인]성은 [가버나움]에서 남서쪽으로 약 40킬로미터 떨어져있고 [나사렛]에서는 남남동 쪽으로 10킬로미터 못 미치는 거리에 있는 마을입니다. 오늘 본문은 그 [나인]성에서 있었던 일을 전하고 있습니다. 예수님과 그를 따르는 무리들이 성문에 가까이 이르렀을 때에 사람들이 죽은 사람 하나를 메고 성 밖으로 나오고 있었습니다. 그 죽은 사람은 청년이었고 한 과부의 외아들이었습니다. 여러 경우의 죽음 가운데서 가장 딱한 처지의 죽음이라고 여겨질 수 있는 경우입니다. 주님께서도 그 과부를 보시고 불쌍히 여기시며 "울지 말라"고 위로해주셨습니다. 그리고는 가까이 가셔서 그 관에 손을 대시며 관을 멘 사람들이 멈추어 서게 하셨습니다. 그리고 그 죽은 청년을 향해 말씀하셨습니다: "청년아 내가 네게 말하노니 일어나라." 그러자 그 죽었던 청년이 일어나 앉고 말도 하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예수님께서는 죽었던 외아들을 살리셔서 그의 어머니에게 되돌려주신 것입니다. [가버나움]에서는 병들어 죽게 된 사람을 살리셨는데 [나인]에서는 이미 죽은 사람을 살리신 것입니다. 사실은 죽었던 청년만 살리신 것이 아니라 과부의 처지에 외아들을 잃고 실의와 절망에 빠져 살아있어도 죽은 것이나 다름없었던 여인까지도 살려주신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우리는 불쌍한 처지에 놓인 사람을 불쌍히 여기시고 위로하시는 주님, 사람의 생사까지도 좌우하시는 권능으로 구원을 행하시는 주님을 보게 됩니다.
오늘 본문이 전하는 일은 예수님이 행하신 숱한 이적기사 중 하나입니다. 그런데 이 이야기에서 우리는 한 가지 사실에 주목하게 됩니다. 예수님께서 병을 고치시거나 귀신을 쫓아내시거나 죽은 사람을 살리시는 대부분의 이적기사의 이야기 속에서는 먼저 고침을 받는 당사자들이나 그들의 가족이나 친구들의 간곡한 구원요청이 있고 이에 응답하시는 예수님의 치유와 구원의 역사와 함께 당사자들의 믿음에 대해 언급하시는 예수님의 말씀이 있습니다. 예를 들면 "네 믿음이 너를 구원하였느니라" 하는 말씀이든가 앞선 본문의 이야기 속에서처럼 "이스라엘 중에서도 이만한 믿음은 만나보지 못하였노라" 하신 말씀 같은 것입니다. 그런데 오늘 본문의 이야기 속에서는 그 누구도 예수님께 그 불쌍한 과부의 죽은 아들을 살려달라는 간청을 하지 않았고, 따라서 예수님으로부터 그 누구의 그 어떤 믿음에 관해서도 언급이 없습니다. 예수님께서 일방적으로 그 과부를 보시고 불쌍히 여기셨으며 무조건 살려주셨습니다. 적어도 이 복음서를 쓴 누가는 이 일을 그렇게 기록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 사실을 우리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겠습니까?
이 사실은 본문을 뒤따르는 이야기와의 연관 속에서 그 의미를 찾아야 할 것입니다. 본문 바로 다음에 보면 세례 요한의 제자들이 "이 모든 일"을 그에게 알렸다고 했습니다(7:18). "이 모든 일"이란 예수님께서 행하신 모든 일들이며 특히 방금 전에 있었던 두 일, 즉 가버나움에서 어떤 백부장의 종이 병들어 죽게 된 것을 살려주신 일과 나인 성에서 한 과부의 죽은 외아들을 살려주신 일일 것입니다. 그러자 세례 요한은 그 제자 중 둘을 불러 예수님께로 보내며 "오실 그이가 당신이오니이까? 우리가 다른 이를 기다리오리이까?" 여쭈어보라고 했습니다(7:19). 그래서 세례 요한의 그 두 제자는 예수님께 나아가 세례 요한의 질문을 그대로 전했습니다(7:20). 그 질문에 예수님께서 대답하신 말씀이 7:22에서 보는 대로 "너희가 가서 보고 들은 것을 요한에게 알리되 맹인이 보며 못 걷는 사람이 걸으며 나병환자가 깨끗함을 받으며 귀먹은 사람이 들으며 죽은 자가 살아나며 가난한 자에게 복음이 전파된다 하라"였습니다. 이 말씀 중에 특히 "죽은 자가 살아나며 가난한 자에게 복음이 전파된다 하라"는 대답을 준비하시기 위하여 [나인]성에서 과부의 죽은 외아들을 살리시는 일은 예수님에게 안성맞춤의 기회였을 것입니다. 삶과 죽음까지도 주관하는 권능은 하나님의 아들로서의 예수님의 존재를 사람들에게 확신시키시는 데에 결정적인 요소로 작용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그러기에 예수님께서는 그 누구로부터도 요청을 받지 않으셨음에도 불구하고 죽은 사람을 살리시는 기회를 흘려보내지 않으신 것이라 생각합니다. 물론 단지 후에 하실 말씀의 증거를 마련하시기 위한 목적으로만 죽은 청년을 살리셨다고 말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예수님께서는 근본적으로 외아들을 잃고 슬픔과 고통에 잠긴 과부를 불쌍히 여기셨고 그 여인에 대한 순수한 사랑으로 그녀의 죽은 외아들을 살려주시는 놀라운 일을 행하셨지만, 또한 그 일을 통해 머지않아 세례 요한과 그의 제자들에게 당신이 죽은 자도 살리는 참 하나님의 아들임을 밝히실 말씀의 확실한 증거를 만들어놓으시는 오묘한 섭리를 보여주신 것이라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오실 그이가 당신이오니이까? 우리가 다른 이를 기다리오리이까?" 하며 확실한 대답을 원한 세례 요한과 그의 제자들에게 예수님께서는 먼저 그들 자신이 보고 들은 당신의 행적을 통해 판단해보라고 말씀하시고 이어서 의미 있는 한 마디 말씀을 덧붙이셨습니다. 23절의 말씀입니다: "누구든지 나로 말미암아 실족하지 아니하는 자는 복이 있도다." 이 말씀의 뜻이 무엇입니까? 예수님이 어떤 분이신지를 바로 아는 사람, 그가 행하신 모든 놀라운 일들을 보고도 그가 누구신지에 관하여 바른 판단을 하지 못하는 어리석음을 범하지 않는 사람, 그를 하나님의 아들이요 약속된 메시야로 받아들이는 사람, 그래서 그 외의 누구도 더 이상 기다리지 않는 사람은 복 있는 사람이라는 말씀입니다. 예수님의 이 말씀은 예수 그리스도를 바로 아는 것이 구원 받고 하나님나라의 백성 됨에 있어서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를 세례 요한과 그의 제자들뿐 아니라 모든 사람에게 그리고 오늘날 우리에게도 분명하게 가르치시는 말씀입니다.
예수 그리스도를 바로 아는 것이 구원 받고 하나님나라의 백성 됨에 있어서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를 가장 힘주어 강조하신 예수님의 말씀을 우리는 뒤에 나오는 7:28에서 발견합니다: "내가 너희에게 말하노니 여자가 낳은 자 중에 요한보다 큰 자가 없도다. 그러나 하나님의 나라에서는 극히 작은 자라도 그보다 크니라." 이 말씀은 충격적이기도 하고 우리를 퍽이나 혼란스럽게 하는 말씀으로 여겨집니다. 왜냐하면 세례 요한이 보낸 제자들을 그에게 돌려보내시고 난 후에 예수님께서는 무리에게 그에 대하여 말씀하시기를(7:24) "선지자"요 "선지자보다도 훌륭한 자"라고 칭찬하셨고(7:26), 물론 예수님과의 비교는 배제된 평가이지만, "여자가 낳은 자 중에 요한보다 큰 자가 없다"(7:28)고 단언하셨기 때문입니다. 세례 요한이 그렇게 위대한 인물이라고 말씀하시고도 "하나님의 나라에서는 극히 작은 자라도 그보다 크니라" 하신 말씀을 과연 어떻게 이해해야 하겠습니까? 그 해답의 열쇠가 바로 "구원 받고 하나님나라의 백성 됨에 있어서의 예수 그리스도를 바로 아는 지식의 중요성"입니다. 예수님께서 뭐라고 말씀하셨습니까? "나는 부활이요 생명이니 나를 믿는 자는 죽어도 살겠다"(요11:25) 하셨고 "내가 곧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니 나로 말미암지 않고는 아버지께로 올 자가 없느니라"(요14:6) 하셨습니다. 요한복음은 또 그 첫머리부터 뭐라고 증언하고 있습니까? "태초에 말씀이 계시니라. 이 말씀이 하나님과 함께 계셨으니 이 말씀은 곧 하나님이시니라. 그가 태초에 하나님과 함께 계셨고 만물이 그로 말미암아 지은 바 되었으니 지은 것이 하나도 그가 없이는 된 것이 없느니라. 그 안에 생명이 있었으니 이 생명은 사람들의 빛이라"(1:1-4) 합니다. "그가 세상에 계셨으며 세상은 그로 말미암아 지은 바 되었으되 세상이 그를 알지 못하였고 자기 땅에 오매 자기 백성이 영접하지 아니하였으나 영접하는 자 곧 그 이름을 믿는 자들에게는 하나님의 자녀가 되는 권세를 주셨으니 이는 혈통으로나 육정으로나 사람의 뜻으로 나지 아니하고 오직 하나님께로부터 난 자들이니라. 말씀이 육신이 되어 우리 가운데 거하시매 우리가 그의 영광을 보니 아버지의 독생자의 영광이요 은혜와 진리가 충만하더라"(요1:10-14) 합니다. 구원 받고 하나님의 나라 백성 되는 길은 오직 예수 그리스도를 확실히 아는 믿음입니다. 세례 요한은 하나님께서 당신의 뜻대로 당신의 나라를 이루어 가시는 구원의 역사 속에서 가장 크게 쓰임 받은 사람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는 인류의 구원을 이루시고 하나님의 나라를 성취하신 예수 그리스도의 길을 예비한 사람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오늘 본문이 전하는 이야기가 처한 당시의 그는 아직 완성된 하나님나라에 속한 사람은 아니었습니다. 완성된 하나님의 나라는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확실한 믿음을 가진 이들에게만 주어지는 나라입니다. 그런데 오늘 본문이 전하는 이야기 속에서의 요한은 아직 예수님이 누구신지에 관한 확고한 믿음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제자들을 예수님께 보내 "오실 그이가 당신이오니이까? 우리가 다른 이를 기다리오리이까?" 여쭈어보게 한 것이었습니다. 세상에서는 아무리 위대한 인물이라 평가를 받는다 하드라도 이렇게 확실하지 않은 믿음 가지고는 하나님의 나라에 들어갈 수 없다는 것이 "하나님의 나라에서는 극히 작은 자라도 그보다 크니라" 하신 말씀의 뜻입니다. 하나님의 나라에서는 비록 극히 작은 자라 할지라도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확실한 믿음을 가졌기 때문에 아직 그런 확실한 믿음을 갖지 못했던 세례 요한보다 큰 사람이라는 것입니다. 예수님의 이 말씀은 그러므로 당신을 바로 알라는 것입니다. 그래야 하나님께로 나아갈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 세상에서 그 믿음보다 더 사람을 위대하게 하는 것은 없다는 것입니다.
오늘 본문은 우리에게 우리의 위로자 되시고 구원자 되시는 예수님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오늘 본문 자체는 그 누구도 예수님께 "이 사람을 불쌍히 여기소서. 이 사람을 살려주소서. 우리를 도우소서" 하며 외치거나 간청하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그러나 예수님께서는 불쌍히 여길 사람을 불쌍히 여기시고 살릴 사람을 살리셨습니다. 주님께서는 아들 잃은 과부여인을 보시고 그녀에게 다가가셔서 "울지 말라" 위로와 희망의 말씀을 주셨습니다. 그리고는 죽음의 행렬을 멈추어 서게 하셨습니다. 그리고 죽은 청년을 향해 "일어나라" 말씀하셨습니다. 죽음을 생명으로 바꾸어 놓으셨습니다. 슬픔과 고통과 절망을 위로와 기쁨과 희망으로 돌려놓으신 것입니다. 이 위로하시고 구원하시는 주님을 우리는 보고 깨닫고 믿어야 합니다. 예수 그리스도는 언제 어디서 무슨 일에나 우리의 참된 위로자이시며 우리의 유일한 구원자이십니다. 그 어떤 상황에서 우리가 비탄과 절망 가운데 빠진다 할지라도 우리를 찾아오시고 우리를 불쌍히 여기시며 위로하시고 우리의 모든 문제를 해결하시며 우리를 구원하실 주님을 믿고 의지해야 합니다. 이 믿음은 단지 오늘의 우리의 어려움을 해결해줄 뿐 아니라 우리로 하여금 영원한 하나님의 나라의 시민이 되게 하는 것입니다. 우리를 이 세상의 그 누구보다도 위대하게 만드는 힘입니다.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사회와 나라와 국민을 병든 사회, 죽어가는 나라, 불안과 절망 속에 빠진 국민으로 여기게 된다 할지라도 우리에게는 위로와 희망이 있음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예수 그리스도께서 계시기 때문입니다. 그를 아는 것이 곧 우리의 위로와 희망입니다. 그를 영접하고 그를 의지하는 것이 곧 우리가 살고 일어서는 힘입니다. [나인]성 과부를 향해 "울지 말라" 하시고 죽은 자를 향하여 "일어나라" 하신 예수님의 말씀이 오늘날 실의와 절망에 빠진 모든 이들에게 새롭게 주시는 주님의 말씀으로 들려지기를 바랍니다. 본문 16절에 보면 "모든 사람이 두려워하며 하나님께 영광을 돌려 이르되 큰 선지자가 우리 가운데 일어나셨다 하고 또 하나님께서 자기 백성을 돌보셨다 하더라" 했습니다. 예수 그리스도를 만나고, 그가 행하시는 놀라운 권능 앞에서 우리를 돌보시는 하나님의 사랑을 깨달으며, 하나님을 경외하고 그에게 큰 영광을 돌리는 우리 모두가 되어야 하겠습니다. 이런 믿음의 백성들이 더 많아져야 합니다. 그것이 우리 대한민국이 이 세상의 그 어느 나라보다도 위대해지는 길입니다. "주 예수를 믿으라. 그리하면 너와 네 집이 구원을 받으리라", 이 말씀이 오늘 우리나라와 민족을 향하신 하나님의 말씀으로 들려지기를 바랍니다.
출처/이수영목사 설교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