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가 차매 아들을 보내셨다 (단9:24-26 갈4:1-7)
어떤 목사님이 교인 가정을 돕기 위해 심방을 갔습니다. 문을 노크하니까 집안에서 아무런 응답이 없었습니다. 사실 주인은 그 집안에 있었는데도 빚쟁이에게 시달려 왔기에 빚쟁이가 온 줄 알고 문을 열어 주지 않았던 것입니다. 목사님은 헛걸음을 하고 돌아갔습니다. 자신의 편견 때문에 도와주러 온 사람을 만나지 못한 안타까운 이야기입니다.
2천년 전 예수님이 이런 불행을 당한 것입니다. 오늘 성탄절에는 예수님에 대한 신앙의 편견을 벗어버리고 우리 가운데 오신 예수님을 만나는 축복이 있기를 바랍니다.
오늘 본문말씀 중에서 신약인 갈라디아서는 당시 유대인들과 이방인들이 가지고 있던 신앙의 편견을 깨어 버리고, 그리스도를 오신 그대로 보고 영접하게 하려고 쓰여진 말씀입니다. 유대인들은 메시야가 오셔서 이스라엘 나라를 회복하실 것을 믿고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유대인들은 메시야가 오실 때의 징조와 행하실 일에 대한 호기심 때문에 메시야에 대한 편견을 갖고 있었습니다. 이것을 깨트리기 위해 바울 사도는 갈라디아교회를 향해 "때가 차매 하나님이 아들을 보내셨다."고 선포한 것입니다.
그러면 유대인들이 가진 편견이 무엇인가를 살펴보기로 하겠습니다.
1. 예수 그리스도의 오시는 '때'에 대한 편견이 있었습니다.
이 '때'를 시간의 개념으로 이해하면 오시는 그리스도를 만나지 못할 수도 있는 것입니다. '때'를 시간의 개념으로만 이해할 것이 아니라 사람이 당하는 상황과 연관지어 이해해야 하는 것입니다. 본문에 '때가 찼다'는 말은 사람의 상황이 한계에 도달했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것은 개인의 인생문제가 아주 절망적인 가운데 처해 있다는 의미가 포함되어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또한 사회나 국가가 죄악으로 가득 차 모든 가치가 전도되고 불의가 팽배하여 더 이상 개선될 여지가 없는 상황을 가리키고 있는 것입니다. 이 '때가 찼다'는 말 속에는 '구원의 때'가 되었다는 뜻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개인이나 사회나 국가가 경제적, 정치적, 사회적으로 막다른 골목에 다다랐기에 더 이상 빠져 나갈 희망이 없고, 구멍이 없는 상황을 '때가 찼다'고 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때에는 하나님께서 인간을 구원하시기 위해 "그 아들을 보내사", 즉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구원하신다는 의미가 담겨져 있습니다. 정치적 메시야가 아니라 인류를 죄악에서 구원하러 오시는 메시야이심을 알고 편견을 버려야 하는 것입니다.
2. 그리스도가 오시는 '모습'에 대한 편견을 버려야 합니다.
유대인들은 신성을 가지고 초자연적인 모습으로 세상권세 위에 군림할 통치자로서의 메시야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예수님은 4절의 "때가 차매 하나님이 그 아들을 보내사 여자에게서 나게 하시고, 율법 아래 나게 하셨다."는 말씀과 같이 '가장 작은 자'로 이 땅에 오셔서 '섬기는 종'의 모습으로 사신 것입니다. 여기서 "여자에게서 나셨다."는 의미는 인간의 몸을 입으시고 겸손한 모습으로 오셔서 섬기는 자로 우리 가운데 계시는 예수 그리스도이심을 나타내는 것입니다(눅 22:27).
"율법 아래 나게 하셨다."라는 말씀은 여기서 율법이 평화와 질서를 파괴하여 희망까지 말살시키는 악한 용어로 쓰인 것을 보여 줍니다. 예수 그리스도는 인간의 몸을 입고 악하고 거짓된 율법, 잘못된 제도, 그릇된 가치관의 제약 아래 나셔서 친히 고통을 맛보며 사신 분입니다. 또한 메시야이신 예수님은 우리 인간들이 처한 열악한 환경에도 개의치 않으시고 찾아오신 분입니다. 질병의 자리, 가난의 자리, 슬픔과 고통의 자리에도 오셔서 우리를 도우시고, 위로해 주시고, 일으켜 주시는 분입니다.
그러므로 총체적인 위기 속에 있는 우리에게 찾아 오셔서 힘을 주시고, 용기와 위로와 희망을 주시는 메시야이심을 믿어야 합니다.
3. 셋째로 그리스도가 행하시는 '구원의 내용'에 대한 편견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5절에 "율법 아래 있는 자들을 속량하시고 우리로 아들의 명분을 얻게 하려 하심이라."고 하셨습니다. 유대인들은 예수 그리스도가 심판의 주로 오셔서 한번에 불의와 불법을 행하는 자들을 심판하시기를 원하고, 또한 악법과 모순된 제도를 뜯어 고쳐 주시는 일을 행하시는 메시야로 기대하고 있었습니다. 세상 권세자들처럼 물리적인 힘으로 세상을 혁명해서 뒤집어 주기를 원하는 자들도 많았던 것입니다.
신약 본문 5절과 7절에 하나님께서 아들을 이 땅에 보내셔서 구원하시는 일을 두 가지로 언급하고 있습니다. 첫째로 속량하시어 자녀로 삼으시는 일과, 둘째로 하나님 나라의 상속자가 되게 하시는 일입니다. 따라서 오늘 우리들은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하나님의 자녀가 되는 축복을 받게 된 것을 감사해야 합니다. 뿐만 아니라 받은 은혜와 사랑과 구원을 증거하는 사명도 잘 감당해야 합니다.
그런데 오늘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아들 메시야를 통해 구원해 주신 그 일을 증거하는 사명보다 오히려 "하나님께서 나를 위해 무엇을 해 주실 것인가?" 하는 데 관심과 생각이 많습니다. 하나님께서, 예수님께서 무엇인가를 해 주시기를 바라고 기대하고 있는 것입니다. 받은 바 은혜가 풍성한데도 감사할 줄 모르는 것이 오늘날 한국의 크리스천인 것입니다.
케네디 대통령은 "나라가 나를 위해 무엇을 해 주기를 기다리지 말고, 내가 국가를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를 생각하라."는 유명한 말을 남겼습니다. 오늘 우리들도 지금까지 하나님의 은혜로 살았는데 "하나님이 내게 무엇을 해 주실 것인가?"라고 하는 것보다 "내가 주님을 위해, 교회를 위해 무엇을 하면 좋을 것인가?"를 생각하며 살아야겠습니다. 오늘 예수 그리스도를 향한 우리의 질문도 "주께서 우리 가정, 사업, 교회, 민족을 회복하심이 이 때입니까?"(행 1:6-11)라고 한다면 어떤 답변을 할 수 있겠습니까? 예수님은 우리의 관심을 '우리'에게서 '하나님'에게로 돌리시고, '미래'에서 '오늘'로 바꾸어 놓으신 것입니다. "주님께서 나를 위해 무엇을, 언제 해 주실 것인가?"에서 "내가 주님을 위해 지금 무엇을 할 것인가?"로 우리의 관심을 바로 가르쳐 주고 계시는 것입니다.
좌절과 절망의 위기에 처한 오늘, 국가 안에서 내가 국가를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를 생각하시며, 우리들의 충성과 헌신을 바침으로 뜻깊은 성탄절이 되기를 바라는 바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