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오십 여년 전, 어릴 적 본 밤하늘을 필리핀 민도르 섬 산속 망얀족 마을에서 다시 보게 되었다.

우리 요셉 아카데미 3,4반 16명의 학생들과 처음 갖게 된 해외체험학습 선교현장에서 본 아름다운 밤하늘과 별들이었다.

전기도 들어오지 않는 산속 마을 교회에 도착한 우리 아이들은 모든게 신기한지 이리저리 뛰며 새로운 미지의 세상을 탐닉하고 있었다.

반딧불이가 날라 다니고 깜깜한 밤하늘의 별들은 마치 은가루를 뿌려 놓은 듯 선명하게 빛나고 있었다. 이번 체험학습의 마지막 프로그램인 망얀족 선교현장 방문을 위해 바탕가스 항구에서 배로 2시간 그리고 이곳까지 거의 쉬지도 않고 3시간 넘어 달려온 산속의 깊은 마을 이었다.

16세기, 스페인의 침략시 해변에 살던 토착민들이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 산속으로 도망쳐 와서 오백 여년을 세상 문화와 단절된 채 부족을 이루며 살아가는 이들이었다.

발전기를 돌려서 전깃불을 켜고 우리 일행이 온 걸 아는 마을 사람들이 점점 교회로 모이기 시작하더니 즉석 환영식 예배가 열리게 되었다. 거의 맨발의 아이들 그리고 아무렇게나 걸친 옷과 씻지 않은 듯한 얼굴들이 마치 낯선 이방인을 본 듯 큰 눈망울을 껌벅이며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우리 아이들을 쳐다 보았다.

그러나 이내 예배가 시작되자 찬송을 하는데 언제 수줍었냐는 듯 큰 소리로 찬양을 부르며 목사님의 선창에 할렐루야를 크게 외치기 시작하였다.

‘아! 이들도 우리와 같은 믿음의 식구들이구나’... 이제 모든 환경과 생김 등을 초월해서 우리는 금방 하나가 되어 ‘앙조스 마부띠♬앙조스 마부띠♬앙조스 마부띠, 마부띠 싸아킨♬’... 역시 찬양은 능력이었다.

우리교회 골프선교회에서 준비해준 노트와 볼펜과 사탕등을 나눠주며 그 밤이 깊어만 갔다. 어제까지만 해도 선교센터의 침대에서 잤던 우리 아이들이 생전 처음 교회 바닥에 은박지를 깔고 이불도 거의 덮지 않은 채로 그냥 잠이 들었다.

나도 밤새 잠을 못 이루다가 새벽에 일어나 보니 옆에 암탉이 알을 품고 있었다. 장작불을 펴서 아침을 해 먹으면서 반찬은 없지만 가난한 망얀족 믿음의 형제들을 생각하면서 그 동안 내가 얼마나 부요하게 살았는지를 회개하며 그 산을 떠나왔다.

우리 요셉 아이들은 과연 무엇을 깨달았을까?

오! 주여

왜 순수한 그들이 그렇게 부러웠는지요.

저와 우리 아이들보다 그들이 훨씬 찬양을 힘껏 부르고

할렐루야도 힘차게 하더군요.

(주후 이천십일년 시월 다섯째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