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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지방 식사 하면 유해균 늘고 유익균은 줄어
태아일 때는 장내세균이 없다. 태어날 때 산도(産道)에 있는 젖산균(유산균, 유익균의 일종)이나, 주위에 있던 균들이 입을 통해 뱃속에 들어가면서 장내세균이 정착하기 시작한다. 그 이후에는 나이가 들면서 균의 수나 종류 등이 계속 변한다.
이왕림 고대안암병원 통합의학센터 외래교수는 장내세균의 상태가 변하는 이유에 대해 "장내세균은 종류별로 좋아하는 먹이가 다르다"며 "우리가 먹는 음식이나, 건강 상태에 따라 분비되는 물질이 달라지면 잘 자라는 장내세균도 바뀐다"고 말했다.
장내세균이 사는 공간과 우리가 섭취하는 음식의 양이 한정돼 있기 때문에, 유익균과 유해균은 제로섬(zero-sum·한쪽이 늘면 다른 쪽은 줄어듬) 관계에 있다. 식습관에 따라 유익균이 늘 수도, 유해균이 늘 수도 있는 것이다. 유익균은 탄수화물과 식이섬유를, 유해균은 단백질과 지방을 먹이로 삼는다. 탄수화물과 식이섬유를 많이 먹으면 유익균이 많아지면서 저절로 유해균이 줄지만, 육류 위주의 고단백·고지방식을 많이 하면 반대로 유해균이 늘어난다. 유해균은 인체에 해로운 독소와 노폐물을 만드는데, 이런 물질은 다시 유해균을 잘 증식하게 해 악순환이 반복된다.
스트레스에 의해서도 장내세균 비율이 변한다. 스트레스는 교감신경을 활성화해 스트레스 호르몬인 부신피질 호르몬의 분비를 촉진한다. 이는 소화관의 운동과 소화액의 분비를 억제해 장내 환경이 유해균이 증식하기 좋게 만든다.
항생제 복용도 주의해야 한다. 전국 17개 대학병원과 대한장연구학회가 참여한 대규모 역학조사 결과, 항생제가 원인인 장염의 발생률이 매년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백병원 소화기내과 김유선 교수는 "모든 항생제는 유익균을 파괴하고, 유해균을 잘 증식하게 하는 성질이 있다"며 "이 때문에 장 기능이 약해져 장염 발생률이 늘어나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