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llasSohn.jpg “‘다음 생엔 부디 같이 남자로 태어나요.’ 슬프고 미안합니다”

이 말은 지난 18일 차기 대권의 야당 주자로 ‘꿈’꾸고 있다는 문재인이 이번 ‘묻지 마 살인’을 당한 20대 여성의 추모장소가 된 강남역 10번 출구를 방문, 문상하고 자신의 트위트에 올린 글이다. 그러나 이를 본 사람들이 ‘유력한 대선주자가 살인 피해자를 추모하며 쓰기에 적절한 문구였는지?’ 논란이 일자, 그 아랫것들이 나서 ’한 여성 추모객이 현장에 남긴 글을 문 전 대표가 인용한 것‘이라고 얼른 해명(?)을 했다.

얼핏 보면 그냥 넘어갈 수도 있는 일이다. 그러나 한편 곰곰 생각해보면 이번 사건은 이른바 도매금으로 ‘여성 혐오 범죄’라고 못 박기 전에 먼저 우리 사회에는 너나 할 것 없이 ‘남성 우위’라는 뿌리 깊은 사고가 은근히 자리하고 있음을 간과할 수가 없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범인 김모 씨는 미리 술집 화장실에 숨어들어 범행 대상이 오기를 1시간 30분가량 기다렸다가 생면부지의 여성을 살해했다고 전한다. 범인은 경찰에서 ‘여성들에게 무시를 당해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했다고 한다. 그렇다고 이 사건을 앞뒤 없이 바로 ‘여성 혐오 범죄’로 섣불리 단정하는 것은 동의하기엔 무리다. 우선 진술의 신빙성이 약하고, 정신분열증을 앓던 범인은 2008년부터 4차례나 장기 입원을 한 병력이 있었다고 전한다.

그렇다면 범인의 ‘맨탈리티’에 우선 초점이 맞춰져야 할 것이고, 그리고 공연한 세상에 대한 ‘분노’가 순간적으로 표출되어 그 분풀이 할 상대를 찾던 중 하필이면 그날 그 대상이 방어 능력이 약한 여성이었다고 봐야 할 것이다. 만약 그날의 피해자가 여성이 아니라 웬만한 남자라도 무방비로 홀로 화장실에 갔어도 범죄는 일어났을 것으로 추정되기 때문이다.

헌데, 왜 정치꾼들은 이러한 그릇된 인식의 사회적 범죄가 마치 현 정부나 정권의 잘못으로 은근히 몰아가는 우(愚)를 범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솔직히 말해 이러한 그릇된 사회적 ‘삐딱사고(思考)‘ㅡ 즉 만성적인 이기심, 양심불량, 진짜같이 말하는 거짓말, 뭐가 잘못인지도 모르는 사회인식...등등은 사실 2-30년 전부터 키워진 것이다. 특히 정치꾼들이 그 주범들이다. 지금 와서 누가 누구를 탓하며 아무리 ‘공자 말씀’을 내밀어도, 사람들은 그 ‘말씀’ 조차도 ‘헛소리’로 아는데... 피해자 문상 와서 뭐? ‘다음 생엔 부디 같이 남자로 태어나요. 슬프고 미안’’하다고? 그따위 흰소리를 하는지, 남자든 여자든 ‘묻지 마 범죄’의 희생자가 될 수 있는 것이 지금 세상이다. 문씨는 후생에 혹 여자가 된다면 지레 자살이라도 할 것인가? 그냥 ‘앞으로 이런 세상이 안 되도록 분골쇄신 하겠다’고 해도 사람들이 그 진정성을 믿을지 말지 할텐데...

언젠가, 현 정부의 여성가족부 장관이던 조윤선 씨도 “다음 생에서는 비록 곤충으로라도 남자로 태어나고 싶다”고 했다는 말을 한 적이 있었다. 2013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주최한 ‘WSJ 카페 인 서울’이란 행사에서 한 발언이었다고 한다. 그 때 언론들은 엘리트 중의 엘리트로서 양지 바른 곳만 걸어온 여성 장관이 본인에 빗대 수컷 곤충으로 태어나고 싶을 정도로 차별 받았다는 말에 공감할 수 없다는 비판을 했다고 한다. 물론 그분의 말도 ‘공감’할 수 없지만, 이 나라 남성(특히 정치꾼)들이 여자를 얼마나 깔보았으면 그때 그가 그런 생각을 했을까...하지만 이번 경우 문재인의 말과는 그 본 뜻이 달랐다.

동아일보 정성희 논설위원은, “이번 ‘묻지 마 살인’의 피해자를 추모하는 것은 정치인으로서 충분히 고려할 수 있는 일이다. 그러나 지도자라면 사안의 본질은 정확히 꿰뚫고 있어야 한다. 이번 사건을 ‘여성 혐오 살인’이라는 프레임으로 보는 일부 의견을 무비판적으로 몰고 가는 것 자체가 실망스럽다. 설령 여성 혐오 살인이라고 해도 정치인이 해야 할 일은 남녀가 서로를 차별하지 않고 여성이 안심하고 살 수 있는 나라를 만드는 일이기 때문”이라고 썼다. *

Texas Dallas에 살고 계시는 손남우님 불로거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