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그 앞에 서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 때는 그가 누구인지 미처 몰랐습니다.
그가 직접 빛을 밝히지 않았기 때문에
나는 그가 등대였는지 알수 없었답니다.
언제나 등대 아래에 머물기만 했었기에
그때는 미처 그를 알아볼 수 없었답니다.
멀리 있을 때 비로소 그가 보인다는 것을
오랜 세월이 지난후 알게되었지요.
늘 가까이 있었기에 나는 알지 못하였지요.
그가 어둠 속에서 아름답게 빛나는 존재라는 것을...
그가 언제나 나를 밝혀주었음에도
나는 그때 그 것이 무엇인지 몰랐었답니다.
그의 앞을 늘 지나쳐 배회만 하였을뿐
나는 그에게 따스한 말 한마디 건네지 못하였답니다.
그에게 있어 내가 얼마나 큰 존재였는지...
그 때는 미처 알아보지 못하였기에...
아낌없이 주던 그가 내게 바라던 것은 오직 하나 -
내가 창공을 훨훨 날아 오르는 것이었지요.
푸른 창공을 마음껏 누비며
하얀 구름처럼 꿈을 펼지기를 원했던 그 -
하지만 그 때는 미처 알지 못하였답니다.
그가 거친 암반 위에 힘들게 서 있었던 것임을 ...
언제나 그 자리에 말없이 있어주었기에
그가 있던 자리의 힘겨웠음을 몰랐답니다.
그때 나는 그가 밝힌 빛을 외면한 채
세상의 관심만 쫒는 탕아(蕩兒)였을 뿐이지요.
때로는 그 고마운 등대를
오히려 빛을 가로막는 걸림돌이라 생각하기도 하였지요.
언제나 멀리 시선을 두라고 하던 그 -
그가 자신을 태워 나를 밝히려 했음을 이제야 깨닿습니다.
그가 나를 밝히기 위해 고난을 딛고 서 있었음이 분명한데도
나는 왜 그것을 깨닿지 못하였던 것일까요?
세월이 흘러 이제야 깨닿습니다.
그가 서있던 자리가 얼마나 힘들고 외로운 자리였는지....
꽃이 피고 지고, 감미로운 미풍이 세상을 어루만져도
그는 그 것을 차마 음미하지 못하였음이 분명합니다.
그가 서있던 자리는
그런 자리가 아니었으니까요.
언제나 거센 파도가 밀려오고 폭풍이 이는 자리 -
그래도 그 자리를 꿋꿋하게 지켜준 그였습니다.
지금 돌이켜 보면... 내가 힘들 때
은은한 빛으로 위안과 용기를 주던 그였습니다.
먼 세월이 지나
이제야 느껴봅니다.
그가 낮에도 그렇게 빛나고 있었음을....
그가 멀리서 나를 인도해 지금에 이르게 하였음을...
그가 있어 세상이 아름다웠고...
그가 있어 행복을 떠올릴 수 있었음을...
누구보다 빛나고 아름다웠던 그대 -
긴 긴 세월을 돌아 이제야 느껴봅니다.
흠 흠
그대를... 그대를 사랑해요...
****
등대가 그리워 집니다.
인생의 등대가 되어준 사람들...
아직 그 자리에 있어주면 좋을텐데...
세월이 조금은 두렵습니다.
기나긴 인생 길...
그리고 수 많은 삶의 질곡들...
그 속에 빛이 되어준 등대 -
과연 여러분의 등대는 무엇이었는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