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을 것을 잊게 하소서!  (빌립보서 3:12-14)

어느 신문에서 국내 뉴스 중 올해 2000년 10대 뉴스를 뽑았습니다. 여러분이 짐작하시는 대로 제일 먼저 평양회담입니다. 지난 6월13일부터 15일까지 김대중 대통령과 북한의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평양에서 회담을 가졌습니다. 우리뿐만 아니라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한 일이었습니다. 그리고 12월10일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김대중 대통령께서 노벨 평화상을 받았는데 이것도 10대 뉴스중 하나입니다. 남과 북의 통일의 길이 열리고 또 대통령께서 노벨 평화상을 받았으니 좋은 일들이 많은 한 해였습니다.

그러나 10대 뉴스에 보면 이렇게 좋은 것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좋지 않은 일들도 10대 뉴스로 여러 가지가 뽑혔습니다. 경제상황이 악화되었다는 것도 10대 뉴스중 하나요, 의약분업으로 야기된 전 국가적인 사태도 10대 뉴스중 하나입니다. 그리고 주가가 폭락된 것도 10대 뉴스중 하나요, 올해 초에 벤처기업들이 엄청난 꿈을 갖고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제2경제 위기설이 돌면서 주가가 폭락되고 그로 인하여 여기 저기서 벤처기업들이 무너졌습니다. 개미투자자들이 100조원 가량을 휴지조각으로 날려보냈습니다.

정말 어둡고 힘든 한 해를 보냈습니다. 정치적으로 경제적으로 나라가 흔들렸습니다. 나라가 흔들리니까 국민 개개인의 생활 역시 안정을 찾지 못했습니다. 해마다 그렇지만 올해도 기쁜 날보다는 괴로운 날이 더 많았음을 말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러나 2000년 한 해가 즐거운 한해였든지 괴로운 한해였든지 간에 이제는 다 지나갔습니다. 2000년 한 해를 돌아보며 한숨짓고 땅을 친다 하더라도 이미 지나간 일들입니다.

미국의 하버드 의대교수인 케논 교수가 연구한 바에 의하면 사람이 화를 낼 때 그 몸에 일어나는 변화에 대한 것입니다. 사람이 화를 내면 다음과 같은 상태가 된다고 합니다. '호흡이 깊어진다. 심장이 더 빨리 뛴다. 혈압이 높아진다'는 정도는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러나 그 다음 말은 좀 전문적입니다. '피가 위에서 심장, 근육, 중추신경으로 옮겨간다. 간에 비축되어 있던 당이 배출된다. 그리고 소화작용이 멈춘다'라고 하였습니다.

의학에 대한 전문지식이 없다고 하더라도 위에 있는 말들 중 몇 가지를 들면 '호흡이 깊어진다. 심장이 더 빨리 뛴다. 혈압이 높아진다'는 말은 누구나 쉽게 이해가 되는 말들입니다. 누구든지 이 말을 들으면서 화를 낼 때 그것이 육체와 정신건강에 얼마나 좋지 않은 영향을 주는 지 알 수 있습니다. 화는 내는 사람에게 가장 불이익을 주는 것입니다.


엄마가 화를 내면서 아이에게 모유를 먹이면 그 젖을 먹는 아이가 소화불량에 걸립니다. 자세하게 말씀을 드리지 않더라도 '화를 내는 것은 좋지 않은 것이다'는 것은 우리가 다 아는 상식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하루에도 수십 번씩 화를 내며 살아갑니다. 화를 내고 후회하고, 또 화를 내고 또 후회를 하지만 우리는 또 언제 화를 내게 될지 모릅니다. 아무리 성자라고 하더라도 밖으로 표현되지 않아서 그렇지 화내는 것을 근본적으로 없앨 수는 없습니다.

그런데 성경 에베소서 4장 26절 말씀에 보면 "분을 내어도 죄를 짓지 말며 해가 지도록 분을 품지 말고"라고 하셨습니다. 이 말씀에는 특별히 풍기는 뉘앙스가 있습니다. "분을 내어도"라는 말은 화를 낼 수 있다는 것입니다. 화내는 그 자체를 뭐라고 하는 것이 아닙니다. 인간은 근본적으로 화를 낼 수밖에 없는 존재임을 암시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 다음 하시는 말씀을 보면 "분을 내어도 죄를 짓지 말며 해가 지도록 분을 품지 말고"고 하십니다. 화를 가슴에 품고 내일까지 가지 말라는 말씀입니다. 그래서 공동번역은 "화나는 일이 있더라도 죄를 짓지 마십시오. 해질 때까지 화를 풀지 않으면 안됩니다"라고 번역하였습니다. 화를 낼 수는 있지만 그것을 반드시 해결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하루 일과를 마치고 잠자리에 누워 눈을 감으면 여러 가지 일들이 생각이 납니다. '그 때 내가 왜 그렇게 했을까? 이렇게 했어야 하는데.........' '왜 저 사람이 내게 이렇게 했을까?' 온갖 잡동사니가 다 생각이 납니다. 그리고 뒤척이다가 나도 모르게 어느새 잠이 듭니다. 그리고 그 다음날 아침에 눈을 뜹니다. 그런데 지금 이 말씀은 어떤 말씀입니까? 그런 어지러운 생각들로 잠자리에 들지 말고 잠자리에 들어가기 전에 다 훌훌 털어 버리라는 말씀입니다. "해가 지도록 분을 품지 말아라"고 하여 하루가 가기 전에 그 분노를 해결하라는 것입니다.

오늘의 분노, 오늘의 미움, 오늘의 걱정을 내일까지 가져간다면 출발부터가 어두워집니다. 오늘의 분노, 오늘의 미움, 오늘의 걱정은 오늘로써 마감하고 내일은 새로운 기분으로 출발하는 것이 하나님이 바라시는 인생입니다. 오늘의 분노나 염려를 오늘로 마감하듯이 이 해의 분노와 염려도 이해에 마감하고 넘어가야 하겠습니다.

오늘 본문에 나오는 사도 바울을 보면 "내가 이미 얻었다 함도 아니요 온전히 이루었다 함도 아니라 오직 내가 그리스도 예수께 잡힌 바 된 그것을 잡으려고 좇아가노라 형제들아 나는 아직 내가 잡은 줄로 여기지 아니하고 오직 한 일 즉 뒤에 있는 것은 잊어버리고 앞에 있는 것을 잡으려고 푯대를 향하여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하나님이 위에서 부르신 부름의 상을 위하여 좇아가노라"고 말씀하였습니다.

뒤에 있는 것, 그 중에는 괴롭고 마음 아픈 일들이 많이 있고, 정말로 영원히 잊지 못할 일들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것에 너무 연연해 있다 보면 내가 달려가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무엇인가가 뒤에서 나를 잡아당긴다면 달리고자 하는 내가 얼마나 힘이 들겠습니까? 그러니까 뒤의 것들은 뒤에다 묻어두고 가벼운 마음으로 출발하라는 말씀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 2000년 12월 31일 오늘은 특별한 의미가 있습니다. 2000년 한 해가 지나가는 날입니다. 한 해가 지나가는 이 날, 올 한 해 동안 있었던 모든 일들을 오늘로써 마감하자는 것입니다. 슬펐던 순간들, 괴로웠던 순간들, 마음 아프고 분노했던 순간들, 미워했던 순간들 이 모든 순간들을 오늘로써 다 던져버리고 다 잊어버리는 것입니다.

설운도라는 가수가 부르는 '차차차' 노래가 있습니다. '근심을 털어놓고 다함께 차차차 슬픔을 묻어두고 다함께 차차차' 유행가 가사지만 맞는 부분이 없지 않아 있습니다. '근심을 털어놓고… 슬픔을 묻어두고…' 근심과 걱정 슬픔 미움 이 모든 것들을 없애버리자는 것입니다. 우리는 차차차 대신에 할렐루야를 넣으면 될 것 같습니다. '근심을 털어놓고 다함께 할렐루야! 슬픔을 묻어두고 다함께 할렐루야!'

뒤에 있는 것을 잊어버리는 것만으로 끝내서는 안됩니다. 앞에 있는 것을 잡으려고 푯대를 향하여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하나님이 위에서 부르신 부름의 상을 위하여 좇아가는 삶이 있어야 합니다. 예수 믿는 우리는 누구입니까? 찬송가 401장에 의하면 '천성을 향해 가는 성도들'이라고 하였습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천성을 향해 달려가야 합니다. 그리고 이제 새로운 2001년 12월 31일을 향해 달려가야 합니다. 예수를 모르는 사람들은 하늘나라가 없기 때문에 그저 12월 31일을 향해 달려갈 뿐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하늘나라가 있기 때문에 12월 31일을 향해 달려가면서 동시에 천성을 향해 달려가는 것입니다.

세상 사람들도 부지런히 달려갑니다. 그러나 분명한 목적이 없습니다. 가변적이고 세상적 이며 썩어질 목표 외에는 없습니다. 그러나 성도들이 달려갈 때는 우리를 기다리는 분이 있습니다. 찬송가 401장 후렴에 '앞으로 앞으로 천성을 향해 나가세 천성 문만 바라고 나가세 모든 천사 너희를 영접하러 문 앞에 기다려 서 있네'라고 하여 열심히 달려간 우리를 품에 안으려고 천사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하나님께서 기다리고 계신 것입니다. 기다리는 하나님이 계시기 때문에 우리는 달려갈 수 있습니다. 달려가다 보면 과거의 어두운 불행이 행복으로 바뀔 것입니다. 과거의 슬픔이 기쁨으로 바뀔 것입니다. 과거의 가난이 부유함으로 바뀔 것입니다. 과거의 질병이 건강으로 바뀔 것입니다.

지난 12월25일에 일본의 소고백화점이 문을 닫았습니다. 소고백화점은 17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일본의 굵직한 백화점입니다. 그런데 170년 만에 파산선고를 받고 문을 닫고 있습니다. 문을 닫는 날 백화점직원들은 찾아온 손님들에게 마지막 인사를 했습니다. 그리고 그들의 눈에서는 하염없이 눈물이 흘렸습니다. 우리 경제는 어떻습니까? 우리 경제도 통곡을 해도 부족할 형편입니다. 그러나 여러분! 이제 한해를 돌이켜보면서 어두웠던 과거들을 잊자는 것입니다. 물론 잊지 않고 두고두고 기억하여서 우리에게 교훈으로 남길 일도 있습니다.

그러나 아무튼 잊자는 것입니다. 무작정 아무런 방안도 없이 잊자는 것은 아닙니다. 주님을 바라보기에 잊자는 것입니다. 주님을 바라보기에 슬픔도 잊고 분노도 잊고 어두운 과거도 잊자는 것입니다. 우리를 슬프게 하고 힘들게 하던 모든 것들, 마땅히 잊어야 할 것들을 잊어버리고 새해에는 새로운 은혜 안에서 위에서 부르시는 부르심을 향하여 힘차게 달음질하는 귀한 성도들이 다 되시기를 기원합니다.  

출처/이용남목사 설교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