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곡으로 내몸챙기기

콩, 찹쌀, 찰수수, 팥, 차조 등을 넣어 지은 대보름 절식 오곡밥으로 겨우내 살을 에던 추위와 사투를 벌이느라 늙고 지친 몸에 영양을 보충해줄 때다.

◆ 온갖 잡곡을 모아 만든 훌륭한 웰빙방 푸드 오곡밥

설을 쇠고 나니 어느새 정월대보름이다. 설에 신나게 먹고, 열흘 남짓 지나 또 먹고 놀자는 단순한 의미의 날이 아니다. 정월대보름은 모든 곡식이라는 의미의 오곡으로 열나흗날 저녁에 밥을 지어 보름날까지 먹으면서 한 해 농사를 무사히 치르게 해달라거나, 한 해의 액운을 쫓고 행복과 안녕을 기원하는 날이다. 이런 기원의 의미까지는 아니어도 웰빙이니 슬로푸드  건강 염려 시대에 찹쌀, 수수, 팥, 조, 콩 등 온갖 곡식을 혼합해 부족한 영양소를 보완한 오곡밥과 채소를 구하기 어려웠던 옛날에 한겨울 해를 넘겨 말려둔 무청, 아주까리, 고사리, 도라지 등을 먹는 것으로 비타민을 공급하는 대보름 음식은 그야말로 훌륭한 웰빙 음식이다.

농촌진흥청에서도 잡곡밥을 정월대보름뿐만 아니라 건강식으로 꾸준히 먹으면 건강에 큰 도움이 된다며 권장한다. 다양한 폴리페놀 성분을 함유해 항암, 항산화, 혈당 조절 등에 탁월한 효과가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는 설명이다.

일반적으로 잡곡을 섞어서 먹을 때는 쌀과 잡곡의 비율은 7:3 정도가 적당하며, 한꺼번에 많이 먹기보다는 꾸준히 섭취하는 것이 중요하다.

오곡밥에는 쌀, 콩, 찰수수, 차조, 팥 등을 넣는 것이 보통이나 보리, 녹두, 강낭콩을 넣기도 한다. 오곡밥에는 별다른 반찬이 필요 없지만 찰떡궁합은 기름에 볶은 고사리, 시래기, 토란 줄기, 호박오가리 등의 검은 나물이다. 나물이 없어도 상관없다. 들기름 발라 구운 김만 있어도 충분하다. 놀랍게도 김치만이 오곡밥과 그다지 어울리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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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곡(五穀) 건강 그래프

잡곡은 쌀 이외의 곡류를 일컫는데, 일반적으로 재배 면적이 많은 보리, 콩, 밀을 제외한 조, 기장, 수수, 팥 등을 말한다. 쌀의 보조 식량, 대체 식량 정도로 여기는 잡곡은 사실 영양 면에서 쌀보다 뛰어나다. 잡곡은 일반 곡류에 비해 도정 과정을 훨씬 덜 거치고 통곡으로 먹기 때문에 위장 운동을 좋게 하고, 무기 성분과 비타민 등이 많고 생체 조절 기능이 우수해 잘못된 식습관과 운동 부족으로 인해 발생하는 비만이나 성인병을 예방할 수 있다. 당뇨병은 식이요법이 매우 중요한데, 잡곡이 중요한 항암 효과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혈당 수치를 높이는 데 영향을 미치는 소화효소를 저해해 혈당 상승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으며, 식이섬유, 미네랄, 비타민 B군도 풍부해 채소와 육류 섭취가 많은 식생활에 적합한 영양소 공급원이다.

◇ 가슴이 답답하거나 신경성 소화불량, 오십견 증상 완화에 효과적인 조(粟)

쌀에는 부족한 식이섬유, 칼슘 등 각종 미네랄과 영양소가 풍부하며, 특히 예전부터 산모의 젖이 잘 나오게 하는 식품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또 철분이 쌀의 10배나 함유되어 조혈 효과가 있어 빈혈 개선에도 도움이 된다. 비타민 B1과 B2 등을 골고루 갖추고 있어 불면증이 있거나 폐 기능이 약할 때 꾸준히 섭취하면 좋다. 노릇한 조는 필수 자방산과 식이섬유 함량이 매우 높아 장의 활동을 도와 정장작용과 대장암 예방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시력 저하와 변비, 이뇨작용 등의 증상 완화를 기대할 수 있다.

◇ 성인병 예방에 탁월한 수수(蜀黍)

수수는 콜레스테롤 흡수를 억제해 고지혈증 예방과 혈당강하, 혈전 억제 등 주요 생활습관병 예방에 탁월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양한 검증 방법으로 항산화 활성을 평가한 결과 수수의 경우 대표적인 항산화제로 알려진 토코페롤보다 항균, 항바이러스 효과가 탁월해 계절이 바뀌는 정월대보름에 먹으면 특히 좋은 잡곡이다. 수수 추출물을 이용해 동맥경화나 고혈압 등을 일으키는 고지혈증의 주요 원인인 콜레스테롤의 흡수 억제 효과를 실험을 통해 분석한 결과, 최고 50% 정도 콜레스테롤 흡수를 억제하는 효과가 나타났다. 또 수수는 혈당과 관련 있는 글루코스와 인슐린의 함량을 떨어뜨려 고혈당증의 예방과 함께 혈전 생성을 억제하는 데도 크게 도움이 된다.

◇ 슈퍼 푸드 콩(豆)

콩과 식물에는 강낭콩, 리마콩, 렌즈콩, 병아리콩, 흑태, 건조 콩류가 있다. 저렴하면서도 맛이 좋고 영양가와 보존력이 뛰어나며 어떤 요리에나 잘 어울려 여러 나라의 요리에 이용되고 있다. 검정콩 껍질에는 토코페롤, 안토시아닌, 이소플라라본이 많이 들어 있어 항산화 및 항암, 골다공증 예방 효과가 탁월하며, 식이섬유와 단백질뿐만 아니라 인, 칼륨 등 무기질이 풍부해 우리 몸의 면역력 증진에도 효과가 높다. 또한 비타민이 풍부하고 저지방에 훌륭한 단백질 공급원인 콩은,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고 심장 질환을 예방하며 혈당을 안정화하고 비만을 감소시키고 변비, 고혈압, 2종 당뇨병을 해결하고 암 발병 위험을 줄일 수 있는 그야말로 슈퍼 푸드다.

◇ 변비와 다이어트에 꼭 필요한 여자들의 필수 잡곡 팥(小豆)

쌀밥이 주식인 한국인에게 부족하기 쉬운 비타민 B₁이 곡류 중 가장 많이 함유되어 있다. 특히 팥에 많이 함유된 항산화 물질과 식이섬유의 효능이 각광받으며 팥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팥은 지방이 소화되지 않고 축적되는 현상을 방지해 소화 흡수율을 높여주고, 이뇨 효과가 뛰어나 체내의 불필요한 수분을 배출시켜주기 때문에 다이어트에도 좋다. 팥에 들어 있는 사포닌은 피부의 때와 모공의 오염 물질을 없애 아토피 피부염과 기미, 주근깨를 제거하기 때문에 팥물로 세안을 하는 등 미용 관리에도 이용되어 왔다. 팥에 많이 들어 있는 항산화 산물인 폴리페놀은 노화, 암 등의 원인이 되는 활성산소를 제거해 노화를 늦추는 데 도움을 주며, 콜린은 간장의 기능 개선에 큰 도움이 된다. 팥은 췌장과 신장의 기능을 강화해 당뇨병 예방에도 효과적이며, 특히 다른 곡물보다 10배 이상 많은 칼륨은 나트륨을 몸 밖으로 배출시키는 역할을 해 혈압 조절에 효과적이다. 이소플라본과 베타카로틴 함량이 높아 폐경기 증후군, 골다공증, 심혈관계 질환, 종양 및 스트레스 예방 효과가 있으며, 비타민 B₁을 다량 함유하고 있어 각기병에도 좋다.

◇ 기가 허약해 힘이 없고 더위를 먹었거나 속이 쓰릴 땐 기장(黍)

한방에서는 기장을 기운이 찬 음식으로 분류한다. 기장은 혈액을 차게 해서 더위를 해소시키고 기를 보충하기 때문에 평소 기장 음식을 자주 먹어두면 더위를 많이 타는 사람도 무더위 속에서 건강하게 보낼 수 있다. 해열 및 상처 치료에도 도움이 되며, 비장과 폐 기능 회복을 도와 기침 완화는 물론 설사, 위통, 화상 등에도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