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작스런 경제불황과 환율상승의 부담 때문에 유학중인 큰 아들의 가족을 철수 시키고 작년 8月부터 올 3月까지 며느리와 두 손주와 함께 사택에서 생활 했었다.

그 동안 컴퓨터 화면을 통해 감질나게 보다가 두 손주와 함께 사니 얼마나 좋았는지 모른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한 아파트에서 함께 사는 게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님을 서서히 알게 되었다.

아파트가 46평으로 우리 부부만 살때는 넓고 좋았는데 며느리와 손주 두 녀석이 들어오니 온 집안이 어린이집처럼 바뀌게 되고 거실까지 미끄럼틀과 각종 장난감으로 놀이터가 되었다.
게다가 손주들을 보면 너무너무 예쁘고 사랑스러워서 안아주고 놀아주면서 우리 부부의 생활리듬도 어쩔수 없이 바뀌게 되었다. 사실 올해 9月에 아들 가족이 귀국하면 조금 불편해도 우리 집에 함께 살 계획을 하고 있었는데 현실적으로 동거하는게 불가능함을 알게 된 것이다.

그러면 아들가족이 살집을 얻어줘야 하고 또 내년초에 둘째도 결혼하게 되면 또 집을 얻어줘야 하는데 어떡하나- 하다가 문득 지금 사는 아파트를 정리하고 두 아들의 방을 얻을 돈을 모아 단독 주택을 지어 세 가족이 함께 사는 게 나을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작년 11月, 주변의 주택부지를 알아보니 마침 시세보다 많이 싼 땅이 급매물로 나와 있어 그걸 구입하고 지난 4月부터 주택을 짓기 시작하였다.
이 집은 목회자의 사택으로서 교회 명의로 등기가 된다. 집을 지을수 있는 바닥 평수가 약 30여평 정도이고 아파트 같은 베란다가 없어서 지금 사는 집보다 많이 옹색하지만 그래도 이 집으로 두 아들의 거처 문제를 해결할수 있어서 얼마나 감사한지 모른다.

사실 사택을 지으면서 성도들과 함께 기공예배도 드리고 싶었지만 사택부지 뒷편에 그전 통나무 교회를 지을때 격렬하게 방해하고 괴롭히던 분이 살고 있어서, 또 교회 사택을 짓는다고 하면 불필요한 방해를 받을까봐 교회 장로님들과 몇몇 성도들에게만 알리고 그동안 건축을 진행해 온 것이다.

교회 재정이 넉넉해서 사택을 지으면 맘이 편하겠는데 일부 대출을 받아 짓게 되어 사실 내 맘이 그리 편하진 않다. 그러나 목회자가 돈 버는 사람이 아니니 모아논 재산도 전혀 없고 또 아들들이 결혼하여 가정을 이루니 아비로서 살 방은 얻어줘야 되는데 하나님께서 좋은 땅을 예비해 주셔서 얼마나 감사한지 모른다. 어차피 이세상은 잠시 잠깐 살다 가는 곳이라 미련도 욕심도 없지만 이렇게 한지붕 세 가족으로라도 살게 해주신 하나님의 은혜가 너무 감사할 뿐이다.

오! 주여

늘 천국의 나의 집을 사모하며 살게 하소서

절대로 이 땅에 허탄한 욕심 품지 말게 하소서

(추후 이천 십년 유월 셋째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