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 음
구재구
하늘을 향하여 쭉 뻗은 나무는 부드럽다 그 부드러움으로 바람을 쉽게 만날 수 있다
바람으로 하여 이리저리 온 몸을 흔들며 누구보다도 먼저 허공을 가득 채우는 나무
나무는 귀를 가진다 그래서 겨울을 지나는 눈은 겨울눈이 아니라 하늘을 향한 열린 귀가 된다
나무의 귀가 활짝 열리는 날 지상에서 봄이 시작되고 비로소 초록이 눈을 뜬다
바람이 지날 때마다 나무에는 지음이 차고 넘친다 그래서 한결 부드러워진다
Acuarela En El Viento - Callejon De Brujas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