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가는 거니?
- 이화영 -
뜨거운 수증기가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탕에서
나가는 여자의 허리 아래 나비가 앉았다
물에 젖은 날개가 무거운 것인지
날아가는 법을 잊은 것인지 한 쌍의 더듬이가
실룩거리는 여자의 엉덩이 위에서 살짝 뒤틀린다
나비를 훔쳐보던 나는 문득 궁금하다
누구에게 보여주기 위한 장식일까 아니면
한 남자와 뜨거운 맹세일까
먹물을 먹은 침이 여자의 몸을 촘촘히 건너가며
골반을 수놓을 때
여자는 숨 막히는 통증에 몸을 비틀었을라나
몸의 푯대를 나비로 세운
그녀의 중추에 사내의 자국이 깊다
샤워를 하는 여자의 몸에 거품 꽃이
타래처럼 흘러내린다
목욕탕이 꽃밭인 듯
향을 좇아 갑자기 늘어난 나비 떼
그녀를 좇던 내 입술이 나비를 부르자
말라붙어 보이지 않던 나비의 겹눈이 커지며 나를 돌아다본다
습기를 먹은 나비가 카르마(karma)의 눈 속으로 들어간다
Thomas Otten - Sanz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