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꿈 하나 慕恩 최춘자 낭송:이재양 오솔길 끝 작은 오두막 내 몸 하나 책상처럼 단정하게 다만 책 몇 권 마주앉으면 그만이니 작으면 작을수록 좋겠네 천장엔 들창을 내겠네 별빛이 달빛이 혼불이 바람이 밤이면 밤마다 하늘에서 내려오리 동쪽으로 창을 내겠네 아침 햇살 방안으로 팔을 뻗으면 그게 내 이마를 흔드는 자명종 부지런한 새처럼 일찍 일어나 세상의 첫날처럼 정갈한 숨을 쉬겠네 툇마루에 누우면 구름이 지척이겠지 텃밭 쑥갓 사이로 오색 넥타이를 걸친 꽃뱀 스멀거린들 어쩌랴 종일 책을 읽으니 머리엔 솔바람 별 할일이 없어 또 글을 쓰겠네 잽싼 새들은 날아와 첫 번째 독자가 되시라 장작불 스러진 아궁이엔 감자를 넣어야지 다람쥐처럼 소탈한 식사가 좋겠네 뜰엔 꽃피는 나무를 심어야지 앵두나무 아래엔 샘을 파겠네 꽃 그림자 내린 샘물 떠 차를 우려야지 뒤란 대숲엔 종일 서걱이는 선율 싸릿대 엮은 울짱 아래로 번지는 풀꽃들 사립은 늘 열어두겠네 멀리서 애인이 올 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