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만성질환자 저체온증, 실내라고 안심 못해요
 
환자 30%는 실내에서 발생… 심부체온 35도면 위험 신호
혈액순환 안돼 장기손상·사망, 혈관 질환 있으면 더 위험해

올 겨울은 다른 해보다 추울 것이라고 한다. 심한 추위가 닥치면 노인, 고혈압·당뇨병 등 만성질환자는 저체온증에 빠지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저체온증이란 중심체온(항문 안쪽의 직장에서 잰 온도)이 35도 미만으로 떨어진 상태를 말한다. 이 경우 혈액 순환이 잘 안돼 각종 장기에 손상이 가고, 심하면 심장마비로 사망할 수도 있다.

2012121802566_0.jpg2008년 미국역학저널에 따르면, 15개 유럽 도시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추운 시기(10월~3월)에 평균 기온이 1도 떨어질 경우 전체 사망자는 1.35%, 심혈관계 질환자는 1.72%, 뇌혈관계 질환자는 1.25%, 호흡기계 질환자는 3.3%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대 보라매병원 응급의학과 송경준 교수는 "저체온증은 기온이 아주 많이 떨어질 때만 생길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기만 해도 노인이나 만성질환자는 저체온증 위험이 높아진다"고 말했다.

오한이 저체온증의 신호

체온이 정상(37.5도)보다 조금만 떨어져도 여러 증상이 나타난다. 저체온증 진단 기준인 35도가 되면 몸이 떨리는 오한이 생긴다. 송경준 교수는 "오한은 저체온증으로 진행되는 첫 번째 신호이므로, 즉시 실내로 들어가는 등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말했다.

 

체온이 33도로 내려가면 근육이 딱딱해지고, 30~31도가 되면 의식이 없어지며, 29도가 되면 맥박과 호흡이 느려지고, 28도가 되면 심장이 정지해 사망한다.

우리 몸은 추위에도 일정한 체온을 유지할 수 있는 체온조절 시스템이 있다. 체온이 떨어지면 이를 끌어올리기 위해 근육, 간, 심장 등 우리 몸에서 열을 생산하는 주요 기관의 대사활동이 활발해진다. 하지만 추위에 장시간 노출되거나 건강상태가 안 좋으면 이 시스템만으론 버티는게 힘들다.

혈관 질환이 있으면 더 위험

고혈압, 당뇨병, 말초혈관질환자, 동맥경화증 등과 같이 혈관 질환이 있는 사람은 저체온증에 특히 주의해야 한다. 체온 조절의 핵심 기관이 바로 혈관이기 때문이다. 체온이 떨어질 때는 열을 만들어 내는 근육, 간, 심장 등의 조직에는 혈관을 팽창시켜 혈액이 많이 가도록 하고, 열을 빼앗아가는 피부 등에는 혈관을 수축시켜 혈액이 가능한 적게 가도록 해야 한다. 삼성서울병원 응급의학과 송근정 교수는 "그러나 혈관이 손상돼 있는 경우에는 혈관의 수축과 팽창이 원활하지 않아 추위가 닥쳤을 때 저체온증에 빠질 위험이 더 높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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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이나 고혈압·당뇨병 환자는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면 저체온증 위험이 높아진다.
추위로 몸이 떨리는 오한은 저체온증으로 가는 첫 번째 신호이므로
빨리 보온조치를 취해야 한다.


갑상선기능저하증, 부신기능저하증과 같은 내분비계 질환이 있어도 대사 능력이 떨어져 열을 잘 만들어내지 못한다. 뇌졸중과 파킨슨병이 있는 사람은 체온을 조절하는 뇌의 시상하부 기능이 떨어져 있어 체온 유지에 주의해야 한다. 노인도 저체온증에 취약하다. 노인은 추위로부터 몸을 보호하는 체지방이 없고, 대사율이 떨어져 열을 잘 만들어내지 못 한다. 또 체온 유지에 어려움이 있는 여러 질환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다.

 

미국의 경우 매년 약 700명이 저체온증으로 사망하는데, 이 중 절반이 65세 이상 노인이다. 세브란스병원 응급의학과 박유석 교수는 "추위 속에서 의식을 잃고 움직임이 없는 사람을 보면 즉시 응급실로 데려와야 한다"며 "입을 통해 따뜻한 산소를 공급하고, 따뜻한 포도당 식염수를 정맥에 주사해 최대한 빨리 체온을 정상화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저체온증 30%는 실내서 발생

저체온증은 실외에서만 일어날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송경준 교수가 전국 17개 응급의료기관을 대상으로 89명의 저체온증 환자의 차트를 분석한 결과, 저체온증이 나타난 장소로는 실내가 33.7%(30건)를 차지했다.

송 교수는 "혼자 사는 노인이 추운 날 난방을 하지 않고 지낸 경우가 대부분으로, 낮에는 괜찮다가 밤이 되면 실내가 급격히 냉각되면서 자다가 저체온증에 빠진 것"이라고 말했다. 추운 날씨에는 적정 실내 온도(18~24도)인지 자주 확인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