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 14:1-15

오늘 이 이야기는 여러분이 잘 아시는 이야기입니다. 이스라엘 백성성들이 가나안 땅에 들어가 그 땅을 차지하기 위하여 가나안 족속들과 싸우는 전쟁을 하는 가운데 유다 지파의 지도자인 갈렙이 85세의 노령에도 불구하고 가나안 땅 남부 지역의 요충지라고 할 수 있는 헤브론 성읍을 차지하기 위해서 용기있게 나가는 모습이 본문에는 잘 그려져 있습니다. 갈렙의 이야기는 흔히 그리스도인들은 아무리 나이가 들어도 얼마든지 하나님의 일을 할 수 있다고 하는 메시지를 전하는 데 사용되곤 합니다. 물론 이 이야기에 나오는 갈렙의 신앙자세는 그런 측면에서도 우리들에게 교훈을 주는 바가 많습니다. 그러나 저는 오늘 이 시간에는 본문 중에서 특별히 15절 말씀을 중심으로 살펴보고자 합니다. 본문의 15절을 보면 “헤브론의 옛 이름은 기럇 아르바라 아르바는 아낙 사람 가운데 가장 큰 사람이었더라. 그 땅에 전쟁이 그쳤더라” 고 했습니다. 말하자면 갈렙이 헤브론을 정복함으로써 가나안 땅을 차지하는 정복 전쟁이 끝나게 되었다고 하는 말입니다.
  하나님께서 이스라엘 백성들을 가나안 땅에 들어가게 하신 목적은 그 땅에 살고 있는 가나안 족속들을 다 쫓아내고 그 땅에 하나님 나라를 세우게 하시고자 함이었습니다. 하나님께서는 애굽에서 종살이 하던 이스라엘 민족을 구원해 내시고 젖과 꿀이 흐르는 가나안 땅을 주시겠다고 약속을 하셨습니다. 그러나 그 땅은 가만히 앉아 있어도 굴러 들어오는 축복의 땅이 아니었습니다. 이스라엘 민족은 반드시 그 땅에 들어가서 거기서 수백여년 이상 뿌리내리고 살아오는 가나안 일곱 족속을 쫓아내야만 했습니다. 이처럼 이스라엘이 가나안 땅에 들어가서 그 땅을 정복하는 전쟁을 거리켜 성경신학에서는 거룩한 전쟁이라고 말합니다. 그리고 이처럼 구약의 역사에 나오는 가나안 전쟁의 이야기는 오늘 우리가 살고 있는 신약 시대에도 하나님 나라는 영적인 전쟁을 통해서만이 확장된다는 사실을 말해 줍니다. 이스라엘 민족은 그런 의미에서 하나님의 백성인 동시에 하나님의 군대였습니다. 모세오경 중에서 민수기에 보면 이스라엘 백성들의 인구를 계수하는 기준이 나오는데, 그것은 ‘이십 세 이상으로 싸움에 나갈 만한 모든 자’였습니다(민1:3). 그리고 이런 인구 조사의 기준이 말하는 것은 이스라엘은 한마디로 하나님의 거룩한 전쟁을 수행하기 위해서 소집된 하나님의 군대였다는 사실입니다. 그리고 출애굽한 이스라엘 백성들이 광야에서 40년 동안 생활하는 것은 하나님께서 그들을 하나님의 군대로 훈련시키는 과정이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처음에 그들은 오합지졸과 같았습니다. 가나안 땅을 탐지하고 온 정탐군들의 보고를 듣고 하나님의 약속의 말씀은 신뢰하지 못하고 그저 육신의 눈으로 본 결과만을 가지고 “우리는 이제 다 망했다”고 통곡하며 하나님을 원망할 정도로 믿음도 없고 철부지와 같기도 했던 것이 이스라엘 민족이었습니다. 그러나 40년간의 광야생활 끝에 그들의 믿음이 자라나자 그들은 마침내 요단강을 건너 가나안 땅에 들어가서 가나안 족속들을 물리치는 전쟁을 수행하게 되는 것입니다.
  그런 가운데 오늘 본문에 보면 갈렙이라는 믿음이 용사가 헤브론은 차지함으로써 그 땅에 전쟁이 그쳤더라고 기록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성경을 전체적으로 읽어 보면 가나안 전쟁은 실제로 여기서 끝난 것이 아닙니다. 헤브론을 정복한 이후에도 가나안 족속들과의 전쟁은 계속됩니다. 그리고 여호수아서 다음에 나오는 사사기를 보면 사사시대에도 곳곳에 가나안 족속들이 살고 있었음을 보여 줍니다. 그런데 여호수아 기자는 왜 오늘 본문에서 갈렙이 헤브론을 정복하고 나자 마치 그 전쟁이 완전히 그친 것처럼 말하고 있습니까? 이것을 성경신학에서는 ‘선취적 표현(anticipated expression)’이라고 합니다. 즉 장차 반드시 이루어질 일을 완료형으로 표현하는 성경의 표현 방법을 말합니다. 그러니까 오늘 본문에서 갈렙이 헤브론을 차지하고 나서 “그 땅에 전쟁이 그쳤더라”고 한 것은 가나안 정복 사업에 있어서 갈렙의  헤브론 쟁취야말로 결정적 승리였다는 말입니다. 또 달리 표현한다면 갈렙이 차지한 헤브론은 가나안 전쟁에 있어서 최대의 요충지였다, 또는 가장 중요한 거점이었다는 말도 됩니다.
  이처럼 여호수아에 나오는 가나안 정복의 이야기를 보면서 우리 교회들이 반드시 새롭게 자각해야 할 개념이 있는데 그것은 영적 전투의 개념입니다. 조직신학에서는 이 땅에 있는 교회를 가리켜 전투적 교회(militant church)라고 말합니다. 즉 교회는 군대와 같은 것이라고 하는 말입니다. 그러나 오늘 대부분의 교회들은 군대보다는 목장의 개념으로 더 많이 설명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교인들을 너무 연약하게 키우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물론 교회는 예수님이 목자장이 되시고 목회자와 교역자들이 작은 목자가 되어서 교인들을 돌아보는 목장과 같은 측면이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그런 목장의 개념 때문에 많은 교회들에서 성도들이 마귀와 싸워서 이길 수 있는 군사로 길러내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그런 가운데 피터 와그너와 같은 선교학자들은 이제 21세기에는 교회란 영적 전투를 하는 하나님의 군대라는 인식이 새롭게 강조되어야 하며 교회의 지도자인 목사에 대해서도 인자하고 자상한 목자의 개념보다도 지휘관이라는 개념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런 영적 전투의 개념으로 본다면 오늘 여러 지역에 세워진 각지 교회들은 그 교회가 위치한 지역들을 담당한 전투부대와 같다고 할 수가 있습니다.
  저는 이런 영적 전쟁의 측면에서 오늘 여호수아서에 나온 갈렙의 승리에 대해서 말씀을 살펴보면서, 그렇다면 오늘 이 한국 땅에서도 하나님 나라를 이루기 위한 영적인 전쟁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과연 한국 땅에서의 전략적 요충지는 어디인가를 여러분과 함께 생각해 보고자 합니다. 여러분은 오늘 한반도 땅에서 벌어지고 있는 영적 전쟁에서 가장 중요한 요충지가 어디라고 생각하십니까? 또 그와는 반대로 질문을 해서 우리 연희 교회가 위치한 지역은 오늘 우리 한반도 땅에서 전개되는 영적 전쟁의 과정에서 어떤 중요성을 가진 지역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우리는 연희교회가 속한 지역을 넓은 의미에서 신촌 지역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런 가운데 저는 이 신촌 지역이야말로 오늘 이 한반도 땅에서 벌어지고 있는 영적 전쟁에 있어서 우리가 반드시 차지해야 할 요충지가 아니겠나 나름대로 생각을 합니다. 연희교회가 위치한 신촌 지역은 백여년전 기독교 복음이 가장 먼저 들어와 뿌리를 내린 곳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신촌 지역에는 여러 대학들이 많습니다만, 그들 대부분이 선교사들에 의해서 세워진 밋숀 스쿨들로서, 한국 복음화라는 선교사들의 기도와 꿈이 스며 있는 곳이 바로 이 신촌 지역인 것입니다.
  그러나 오늘의 현실은 어떻습니까? 신촌은 이제 강남의 사치와 향락 문화가 가장 먼저 이식되는 지역으로서 더 이상 기독교 복음의 중심지가 되지를 못하고 있습니다. 말하자면 우리는 마귀에게 이 요충지를 그동안 빼앗겨 왔는지도 모르는 것입니다. 그런데도 오늘 이 지역에 세워진 연희교회의 성도들이 이런 사실에 대해서 분노를 느끼지 않는다면 우리는 역사 의식이 너무나 빈곤한 것이라고 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그런 가운데 이제 우리는 이 지역을 다시 탈환하는 영적 전쟁을 전개해 나가야만 할 절실한 역사적 요구 앞에 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할 줄로 믿습니다. 그런 관점에서 오늘 우리는 믿음의 사람 갈렙이 여호수아에게 담대히 요청했던 말과 같이 “하나님이여, 이 지역을 이 시대에 우리에게 주소서”라고 요청하는 신앙적 결단이 필요하다고 믿습니다. John Stott 목사는 “비전을 본다는 것은 현상(status-quo)에 대한 분노에서 시작되어 어떤 대안(alternative)에 대한 진지한 탐색으로 성장해가는 것이다”고 말했습니다만, 오늘날 한국 교회의 교인들이 영적으로 허약해지고 비전도 없는 사람들이 되는 까닭은 오늘 우리를 둘러싼 영적 현실에 대한 분노가 없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 가운데 이제 우리들은 거룩한 분노를 가지고 일어서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하나님께 요청을 해야 할 줄로 믿습니다.
“하나님이여, 이 산지를 우리에게 주소서.   하나님이여, 이 신촌 지역을 우리에게 주소서“


출처/박봉태목사 설교 중에서

* 콜슨영스님에 의해서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07-11-03 19: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