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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태 (Ph.D in Family Therapy 횃불트리니티 신학대학원 교수)
1. 머리말
프로이드는 마음에 대한 종합이론을 발표하였다. 마음의 구조, 발달, 역동 등 여러 가지 측면에서 프로이드 마음에 관한 종합적 사고를 바탕으로 정신분석을 만들어냈다. 프로이드의 정신분석이론은 여러 가지 철학적 생각들을 가지고 있다. 철학적 생각들은 위상 가정, 역동 가정, 발생 가정, 구조 가정, 경제 가정들이다. 이러한 생각들을 여러 가지 모양으로 짜맞추는 방식으로 프로이드는 마음에 관한 이론을 발표하였다. 이 글에서는 여러 가지 철학적 생각들을 하나씩 밝혀보고자 한다. 먼저 위상의 가정이 무엇인지 살펴보고 위상의 가정이 사람들의 일상에 얼마나 광범위하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알아보고자 한다. 또한 위상의 가정은 사람의 여러 영역에 걸쳐서 막대한 영향력을 미치고 있음을 살펴보고자 한다.
2. 마음에 관한 위상의 가정
위상의 철학적 가정이란 마음의 위치에 관한 생각을 말한다. 사람의 마음에는 일정한 위치가 있다는 생각을 말한다. 위상학은 영어로 topology라고 부른다. Topology는 수학의 한 분야로서 물체의 위치에 관한 학문을 말한다. 높은 건물, 즉 빌딩을 지을 때 상층부, 중층부, 하층부에 걸리는 하중이 다르다. 이러한 하중들을 고려하고 계산하여 빌딩을 짓는다. 만일 하중을 각각 다르게 계산을 하지 않으면 건물은 태풍이 불거나 다른 위기가 발생할 경우에 위험하게 된다. 건물을 하중을 가장 많이 받는 하층부는 넓게 그리고 깊게 시공을 하여야 한다. 중층부는 건물의 허리의 역할을 하기 때문에 건물이 잘 견딜 수 있도록 설계가 되어야 한다. 상층부는 가장 가볍게 그리고 작게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 건물이 전체적으로 잘 견딜 수 있기 때문이다. 프로이드는 사람의 마음에 대해서 이렇게 건물의 상층부, 증층부, 하층부와 같은 방식으로 생각을 하였다. 건물의 상층부에 해당하는 곳이 사람의 의식의 세계(the world of consciousness)이다. 의식의 세계는 사람의 마음에서 가장 작고 가벼운 부분에 해당된다. 사람들이 알아차리고 느낄 수 있는 부분이다. 건물의 중층부에 해당하는 부분이 곧 마음의 전의식의 세계(the world of preconsciousness)이다. 전의식의 세계는 평상시에는 보이지 않는 곳이다. 그러나 사람이 노력을 하면 이해를 하고 알아낼 수 있는 부분이다. 공부를 하는 사람들은 이러한 경험들이 있을 것이다. 시험 공부를 전날에 했는데 막상 시험을 보려고 하면 생각이 잘 안 난다. 그러나 집중을 해서 어제 공부한 내용을 생각을 해보면 다시 의식의 세계에서 알아차릴 수 있게 된다. 이러한 내용들은 전의식의 세계에 저장되어 있다가 다시 의식의 세계로 올라온 것이다. 전의식은 사람이 노력을 하면 도달할 수 있는 곳이다. 건물의 하층부에 해당되는 부분이 바로 사람의 무의식 세계(the world of unconsciousness)이다. 무의식의 세계는 사람의 마음 중에서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 그리고 무의식 속에 들어있는 내용들은 평상시에 사람들이 의식의 세계로 떠올릴 수 없게 된다. 무의식의 세계에 들어있는 내용들은 꿈속에서, 위기의 상황에서,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나오는 말들이나 실수 속에 들어있다. 무의식 속에 들어있는 내용들은 오랜 시간을 통해서 만들어진 부분들이기 때문에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무의식에 의한 행동들을 하게 된다.
사람의 마음에 대한 위상학의 사고는 다른 여러 영역들에서 쉽게 발견된다. 첫째로 무의식의 부분이 제일 크고 많은 부분을 나타내는 생각들을 여기 저기서 볼 수 있다. 즉 상층부에 해당하는 의식의 부분은 아주 작고 무의식의 부분이 대부분이다라는 생각은 "빙산의 일각"이라는 말에 잘 나타나 있다. 남극이나 북극과 같은 곳에 있는 빙산들을 보면 눈에 보이는 부분은 전체 빙산의 아주 일부분에 불과하다. 물 속에 잠겨서 보이지 않는 부분들은 전체 빙산의 거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따라서 사람들이 범죄현장이나 비리에 대해서 언급을 할 때 빙산의 일각이라는 말을 사용한다. 이러한 생각은 곧 위상의 생각을 반영하고 있다. 또한 만화가들이 만화 속에서 돌맹이를 걷어찬 사람이 발의 앞부분을 잡고 아파서 뛰는 장면들을 묘사하고 있다. 돌맹이는 날라 가지 않고 발이 아파서 뛰는 사람 앞에 빙산과 같이 커다란 바위를 그려 놓는다. 돌맹이처럼 보였던 작은 부분은 사실 땅 밑에 있는 커다란 바위의 일부분이었던 것이다. 이러한 만화의 그림들도 위상의 생각을 반영하고 있다.
둘째로 상층, 중층, 하층은 절대로 뒤집어 질 수 없다. 즉 마음의 구조는 의식, 전의식, 그리고 무의식의 구조를 이루고 있는데 의식은 항상 마음의 제일 위에, 전의식은 항상 마음의 가운데 그리고 무의식은 항상 마음의 맨 아래에 위치를 한다. 이러한 생각은 사람들이 조직의 도표를 그릴 때 명백하게 나타난다. 조직표의 맨 위에는 조직의 장과 임원들이 있고 조직의 중간에는 중견 간부들이 있고 조직의 하부에는 말단 직원들이 있다. 조직의 대표와 임원들은 항상 상층부를 점유하고 있다. 중간에는 항상 중간 간부의 직원들이 있다. 하부에는 가장 많은 수의 말단 직원들이 있다. 사회학에서 상류계급, 중류계급, 하류 계급의 분류도 이러한 위상의 생각을 반영한다. 마찬가지로 정치학에서도 상류층, 중류층, 하류층으로 국민들을 분류하고 있다. 이러한 분류 속에서는 반드시 상류계급 또는 상류계층은 맨 위에 자리를 하고 중류계급, 중류층은 중간에 위치를 하고 하류계급, 하류층은 반드시 아래에 위위치를 한다. 흔히 사람들이 "높으신 분들이 잘해야한다 또는 선처를 해야한다"라고 말을 할 때 위상의 생각을 읽을 수 있다. 높은 분들은 곧 상류의 사회 또는 정치적으로 대통령이나 장관들을 의미한다. 이러한 사람들은 항상 높은 곳에 위치한다고 생각을 한다. 또한 서민들을 지칭할 때 "민초"라는 말은 곧 위상의 생각인 하층을 의미한다. 항상 낮은 곳에 위치를 한다고 생각을 한다. 또한 서울을 중심으로 하는 말들도 위상의 생각을 반영한다. 서울에서 지방에 가는 경우에 "지방으로 내려간다"라는 말을 쓴다. 또한 지방에서 서울로 가는 경우에 "서울에 올라간다"라는 말을 사용한다. 서울은 위에 있고 지방은 밑에 있다는 생각을 반영한다. 지리학적으로 볼 때 서울이 높거나 지방이 낮거나 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서울을 높은 곳으로 지방을 낮은 곳으로 인식을 하고 있다. 이러한 인식은 곧 위상의 생각이 많은 사람들 속에 있다는 의미이다.
셋째로 위상의 생각은 "마음이 깊다"라는 표현에 잘 나타나있다.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에 대해서 "속이 깊다 또는 마음이 깊다"라는 표현을 쓴다. 사람의 마음은 의식에서 무의식으로 갈수록 깊이를 더하게 된다. 깊은 곳을 알아내기 위해서 정신분석을 하는 사람들은 분석이라는 것을 한다. 분석이란 곧 파내는 작업을 말한다. 땅 속에 있는 것을 알아내고자 할 때도 파낸다. 곧 분석을 한다. 흔히 첩보 영화에 보면 첩자가 적의 심장부 깊숙이 침투를 하였다 라고 말을 할 때 위상의 생각을 읽을 수 있다. 공부를 하는 경우에도 "깊이가 있는 분석"이라는 말을 사용한다. 위상의 생각이 반영된 표현이다. 엷다에서 깊다에 이르는 연속선상에서 사고하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위상의 생각에 서있는 사람들이다. 엷다에서 깊다에 이르는 생각은 곧 수직의 생각을 말한다. 위상의 생각에 관한 두 번째 포인트에서 밝힌 것처럼 사람들은 수직적으로 생각을 한다. 깊다라는 말은 물의 깊이 또는 땅의 깊이와 같이 사람의 마음도 수직적으로 깊을 수 있음을 가정하면서 사람들은 말을 한다. 의식은 위에 존재하고 무의식은 아래에 존재를 하면서 마음은 수직적으로 구성되어 있다. 무의식의 세계 속으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사람들은 밑으로 내려가야 한다는 인식을 갖게된다.
3. 맺는 말
프로이드는 사람의 마음에 관하여 위상의 생각을 가지고 마음을 세 가지로 나누었다. 의식, 전의식, 무의식이 그것이다. 마음은 맨 위에 위치하면서 가장 작은 부분을 점유한다. 전의식은 마음의 중간에 위치하면서 의식보다는 많은 부분을 점유한다. 무의식은 마음의 맨 아래에 위치를 하면서 가장 많은 부분을 점유한다. 마음에 관한 위치는 곧 여러 가지 사람들의 삶의 영역에서 발견된다. 정치, 사회, 경제, 조직, 예술 등 여러 분야에서 같은 방식의 생각들이 살아있다. 물론 프로이드의 위상에 대한 생각이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쳤는지 아니면 프로이드가 이미 존재하는 사람들의 생각에 영향을 받았는지에 대해서는 이 글의 범위를 넘어선다. 분명한 사실은 위상의 생각이 사람들의 생각과 프로이드의 마음에 관한 가정에 관련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위상의 생각을 밝히는 일은 곧 사람들이 왜 그렇게 사고를 하는지에 대해서 질문을 던져볼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이러한 질문은 곧 대안의 생각을 만들어낼 수 있는 필요한 조건이다. 위상의 생각에 대한 대안 생각이 나온다면 사람들의 의식의 구조에 대한 혁명이 생긴다. 또한 프로이드의 정신분석이론에 대해서도 경쟁할만한 이론이 발생된다. 이러한 점에서 비록 위상의 생각에 대한 대안을 제시하지 못한다 할지라도 위상의 생각을 이해하는 일은 매우 중요한 작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