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자궁의 건강에 대해 특별히 신경 쓰는 여성은 드물다. 특히 미혼인 경우에는 산부인과 찾는 것을 껄끄러워하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결혼을 하거나 임신이라도 해야 산부인과에 가는 발걸음이 가볍다. 이런 사회적 분위기 때문인지 여성은 자신의 몸 안에 있는 자궁에 대해서 무관심으로 일관한다. 늦은 결혼으로 불임이나 난임 등으로 고생하는 여성들이 많은 이유도 바로 그 때문이다. 우리가 나이 들어가는 것처럼, 자궁 역시 나이가 들고 있다는 걸 아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서울 라헬 여성의원 김명희 원장은 "사람들이 잘못 알고 있는 부분이 있다"라며 "자궁이 늙어가고 있다는 것은 더 정확히 말하면 난소가 노화되고 있다는 뜻이다"이라고 밝혔다.
"자궁이 호르몬을 만들어내거나 나이가 들어서 변하는 건 난소 때문이에요. 자궁 상태가 좋아도 난소가 없으면 아이를 낳을 수 없지요. 그래서 자궁과 난소의 건강 상태를 놓고 보면, 노화되는 장기는 난소라고 볼 수 있어요."
물론 자궁근종이나 자궁선근증, 자궁내막암 등의 질환들로 인해 자궁 내 환경이 나빠질 수도 있는데, 이런 질환들이 꼭 나이가 들어가는 것과 큰 관련성이 있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여성은 태어날 때 1, 2백만 개의 난자를 가지고 태어나지만 폐경이 되고 나면 난자의 수가 하나도 남아 있지 않게 된다. 이 중에서 배란이 돼 실제 사용되는 난자의 수는 일생에 거쳐 4백 개뿐이다. 매달 배란이 되고 생리를 하면서 난자를 배출하는 난소 역시 시간이 흐를수록 노화가 된다는 것.
"환자들이 병원에 와서 왜 난소의 기능이 떨어지느냐고 물어봐요. 쉽게 생각하면 사람이 태어나서 살다가 병들어 죽는 건 명확한 사이클이잖아요. 장기가 노화되는 속도는 모두 달라요. 난소는 다른 장기들에 비해 더 빨리 노화가 됩니다."
난소 속에 남아 있는 난자들이 노화되면 자체의 질이 떨어져 염색체에 이상이 있는 난자들이 늘어나고, 임신이 더욱 어려워지며 유산이 될 확률도 높아진다. 즉, 난소가 노화된다는 건 유산이 잘 될 수 있고, 임신하기 어려우며, 폐경이 빨라진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특히 요즘은 사회활동이 활발한 여성들이 늘면서 결혼 연령이 늦어지는 경향이 있는데, 30대 중반 이후에 고령 임신을 시도하는 여성들이 늘고 있기 때문에 임신 능력이 떨어진 난소의 상태를 고려해 임신 준비에 더욱 신경을 써야 한다.
난소 노화의 원인
개인에 따라 난자의 노화 속도가 빠르거나 느린 경우가 있는데, 이 중에서 특히 환경적인 요인이 난자의 노화 속도에 큰 영향을 미친다. 이를테면 항암치료나 방사선치료 등은 인위적으로 우리 몸의 세포를 줄이는 기능을 하기 때문에 성장하고 있는 난소는 큰 타격을 받게 된다. 때문에 이런 치료를 받게 되면 한순간에 조기 폐경이 오기도 한다.
난소 노화의 증상
여성이 몸으로 직접 느낄 수 있는 주요 증상은 바로 생리주기가 빨라진다는 것이다. 만약 생리주기가 30일이었는데 갑자기 26일 이하로 줄었다면 난소의 기능이 떨어지는 신호로 받아들이고 긴장해야 한다. 또 생리 양과 생리를 하는 기간이 반으로 줄었을 때와 그동안 없었던 생리통이 생겨도 난소에 문제가 있다고 인식해야 한다. 이 밖에 피로감, 홍조, 열감, 식은땀 등도 난소 노화가 진행되어 나타나는 증세들이다. 난소 노화로 인해 겪게 되는 질환으로 첫 번째는 불임이 올 수 있다는 것이다. 난자의 노화로 인해 원하는 시기에 임신이 안 되는 것. 두 번째는 조기 폐경이다. 조기 폐경은 골다공증을 동반한다.
난소 노화 검사법
피검사를 통해 난소의 나이를 알 수 있다. 대표적으로 생리주기와 상관없이 혈액검사로 난소 기능을 평가하는 AMH(항뮬러리안호르몬: 난소 안에서 배란이 되는 어린 난포들에서 분비되는 호르몬), 생리 2~4일 사이에 혈액검사로 난소 기능을 평가하는 FSH(난포자극호르몬: 뇌하수체에서 분비되는 성선자극호르몬) 수치를 보고 판단할 수 있다. 초음파로는 생리 초기에 난포의 수를 체크해서 난소의 노화 검사 AFC(기저동난포수: 초음파로 측정한 성숙 난포로 진행할 가능성을 가진 난포의 개수, 불임치료시 난소 반응을 예측하는 인자)를 한다. 일반 산부인과에서 하는 초음파 검사로는 난소의 노화를 알기 힘들기 때문에 불임치료를 하는 병원에서 추가로 검사해보는 것이 좋다.
난소를 건강하게 만드는 생활습관
불규칙적인 생활, 영양 부족, 체지방 과다, 술과 담배, 과도한 스트레스나 환경호르몬 등도 노화를 부추키는 원인이다. 또 비만을 예방하기 위해 체지방이 쌓이지 않게 건강관리를 해야 한다. 기본적으로 생리를 규칙적으로 해야 건강하다는 걸 명심하고 생리에 이상이 생길 수 있는 위와 같은 습관을 들이지 않도록 주의한다.
Experts Advice
민간요법으로 알려진 음식
된장국과 두부 요리
콩은 여성에게 반드시 필요한 식품이다. 콩은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과 비슷한 피토에스트로겐을 함유하고 있어 여성의 생식기관을 튼튼하게 하기 때문. 콩을 넣은 잡곡밥도 좋고 두부를 넣은 된장국, 두부조림 등 두부와 콩으로 만든 요리를 자주 섭취한다.
당귀잎 겉절이
당귀잎은 천연 보혈제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생리불순 예방과 혈액순환을 도와준다. 당귀잎은 향이 강하므로 다른 채소와 함께 겉절이를 해서 먹으면 맛도 좋고 영양도 만점이다. 식단을 구성할 때 실파, 부추, 갓, 미나리, 익모초, 쑥, 택란, 질경이풀 등 녹황색 채소와 산나물을 넣도록 한다.
브로콜리 마늘볶음
마늘을 꾸준히 먹으면 여성의 호르몬 분비 체계가 개선된다. 녹황색 채소와 함께 볶음 요리로 만들면 많은 양을 먹으면서 채소를 풍부하게 섭취할 수 있으므로 일석이조의 효과가 있다. 다양한 마늘 볶음 요리를 먹는 것도 좋다.
부추무침, 부추죽
부추는 몸이 냉한 사람의 어혈을 풀어주고 소화 기능을 원활하게 하는 데 탁월한 효과가 있다. 특히 냉대하를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되므로 신선한 부추로 무침을 해 먹거나 죽을 끓여 먹어도 좋다.
석류 드레싱
석류에는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과 비슷한 성분인 에스트라디올과 에스트론이 들어 있어 호르몬의 균형을 찾아주고 생리불순을 해소하는 데 좋은 과일로 꼽힌다. 석류를 드레싱으로 만들어 채소에 뿌려 먹으면 간편하게 즐길 수 있다.
닭살조림
음식의 성질이 따뜻하면 몸의 찬 기운을 없애주는데, 육류 중에서는 차가운 성질의 돼지고기 대신 따뜻한 성질의 닭고기를 먹는다. 음식을 조리할 때 열을 가해 따뜻하게 만들고 겨자, 후춧가루, 카레, 고춧가루 등 몸에 열을 내는 조미료를 이용하면 좋다.
인삼 꿀절임
철분과 비타민을 충분히 섭취해야 하므로 하루 1, 2회 정도 꾸준히 먹으면 좋다. 인삼을 썰거나 가루를 내 꿀에 재워 일주일 정도 보관한 뒤 하루에 한 숟가락 정도 그대로 먹거나 물에 타서 먹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