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지럼증은 두통과 더불어 흔한 증상이다. 하늘이 빙빙 돌고, 눈앞이 캄캄해지는 경험을 하고 나면 덜컥 걱정이 앞선다. 어지럼증의 80%는 귀 속에 원인이 있다. 그 원인이 무엇인지 알아내 증상 개선에 나서 보자.
어지럼증의 원인, 어떻게 구분하나?
갑자기 심한 어지러움을 느끼는 사람은 먼저 두통이나 빈혈, 뇌질환을 떠올린다. 내과, 신경과, 가정의학과를 찾아가 보지만 대부분 원인을 찾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심한 구토, 두통, 손발저림 등이 함께 나타나는 어지럼증의 원인은 귀, 뇌, 혈관, 심장, 시력의 이상 등인데, 이 중 80%는 귀의 이상으로 생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 사이에 어지럼증으로 이비인후과 치료를 받은 환자는 43.7% 급증했다. 귀 속에는 몸의 균형을 잡아 주는 기관인 전정기관과 세반고리관이 있다. 귀의 제일 안쪽에 있는 이 기관에 문제가 생기면 순간적으로 참기 힘든 어지럼증이 나타난다. 시간이 지나면 증상이 없어지지만 반복되는 경우 치료가 필요하다.
어지럼증을 유발하는 원인은 다양
어지럽다고 하면 먼저 빈혈을 의심하지만 빈혈로 어지럼증이 생길 가능성은 아주 낮다. 빈혈은 어지럼증보다 전신에 힘이 없고 무기력하게 느껴지는 것이 일반적이다. 앉았다 일어서거나 사우나에서 나올 때 순간적으로 핑 도는 어지럼증은 대부분 기립성 저혈압에 의한 증상이다.
뇌에 원인이 있는 중추성 어지럼증은 수일에서 수주 동안 지속된다. 어지러움과 함께 의식을 잃거나 팔다리에 마비가 온다. 말이 어눌해지는 증상, 한쪽 얼굴에 감각이 떨어지는 느낌, 머리가 깨질 듯한 두통 등이 동반되는 경우가 많다. 특히 고혈압이나 당뇨병을 앓는 중년이나 노인이 이런 증상과 함께 어지러움이 있다면 뇌질환이 의심되므로 신속히 치료받는다. 귀에 원인이 있는 말초성 어지럼증은 어지럼증의 지속 시간이 비교적 짧고 반복적으로 나타난다. 눕거나 고개를 돌리는 등 자세 변화와 연관 있는 경우가 많다. 주변이 빙글빙글 도는 듯하고, 구토 이외에 다른 증상은 잘 동반되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다.
귀에서 돌이 떨어져 나왔다? 이석증
이석증은 어지럼증으로 이비인후과를 찾는 환자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 40~50대 중년 여성에게 많이 나타나는데, 갑작스럽게 머리를 움직이다가 어지러움을 느끼는 게 특징이다. 고개를 돌리거나 누울 때는 물론이고 고개를 숙여도 어지러운데, 머리를 움직이지 않고 가만히 있으면 1분 이내 회복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중력과 선형운동을 감지하는 전정기관에 존재하는 이석(Otoconia)이 떨어져 나와 반고리관에 들어가 생리학적 변화와 평형감각 이상을 유발한다. 회전성 안구 움직임을 일으켜서 어지러움을 느끼게 된다.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이석정복술로 재활치료
정확한 원인이 밝혀지지 않았기 때문에 스스로 진단하는 방법도, 예방책도 없다. 다만, 두부 외상이나 바이러스 감염, 스트레스 등을 원인으로 본다. 골다공증으로 인한 칼슘 농도의 저하도 이석을 전정기관에서 떨어뜨려 발병시키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하나이비인후과 귀전문클리닉 추호석 전문의는 40~50대 여성의 발병률이 남성에 비해 2배 이상 높다는 점에서 골다공증과의 상관관계를 설명했다. 그는 “폐경 이후의 여성에서 골다공증의 빈도가 증가하는데, 이석의 주된 성분이 칼슘이기 때문”이라며 “골다공증으로 인해 칼슘 농도가 감소하면 이석이 전정기관에서 더 쉽게 떨어져 나와 이석증을 유발하기 쉬울 것”이라고 말했다.
어지럼증을 진단하는 기본적 방법은 안구의 움직임을 확인하는 비디오안진검사(VNG, Video-Nystagmography)다. 이 검사는 안구가 규칙적·지속적으로 움직이는지를 기록한다. 고글처럼 생긴 커다란 안경을 쓰고 고개를 좌우로 돌리면서 회전 자극에 반응하는 안구의 움직임을 비디오로 촬영한다. 30분 정도 검사로 어지럼증 원인이 귀에 있는지, 대뇌나 소뇌, 뇌간 등 중추신경계에 있는지 파악할 수 있다. 어지러움을 일으키는 검사이기 때문에 구토가 유발될 수 있으므로 가능한 한 3시간 전부터 금식한다.
이석이 일으키는 어지러움증은 물리치료로 쉽게 치료할 수 있다. 앉거나 누운 자세에서 머리 방향을 돌려 이석을 원래 있던 위치로 돌아가게 하는 자세운동요법이다. 단, 재활치료 후 40개월 이내 재발률이 50%에 달한다.
급성현기증을 일으키는 희귀질환, 메니에르증후군
가수 김경호와 배우 한지민, 영화배우 유지태가 앓은 것으로 알려진 메니에르증후군은 급성현기증을 일으키는 희귀질환이다. 어지럼증과 몸이 휘청거리는 증상이 나타나고, 속이 메스껍거나 토하는 증상이 동반된다. 수십분에서 수시간 지속되기도 하는데, 어지럼증이 반복적으로 나타나면서 난청·이명 등을 동반한다. 달팽이관과 전정기관 내에 순환하는 림프액이 과도하게 생성되거나 흡수에 문제가 생겨 달팽이관과 전정기관이 점점 부풀어 생기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림프액이 과다생성되거나 흡수에 방해가 생기는 정확한 이유는 알 수 없다.
진단은 미국 이비인후과학회(AAO-HNS, 1995) 기준을 널리 사용한다. 이명이나 귀의 충만감이 있으면서, 20분 이상 지속되는 자발적인 회전감으로 인한 어지러움으로 힘이 빠지고 구역질(오심)과 구토가 동반된다. 이때 청력검사를 해서 청력소실이 있을 경우 메니에르병으로 진단한다.
저염식과 스트레스 완화 필요
최근 메니에르 환자가 급증하는 것으로 보아, 짠 음식을 좋아하는 한국인의 식습관이나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환경을 원인으로 보는 견해도 있다. 급성발작 시 조기에 어지러움을 감소시키고 동반되는 구역질이나 구토를 줄이기 위해 신경안정제, 진토제, 항히스타민제 등을 사용한다. 급성기가 지난 후에는 일반적으로 약 3개월간 지속적으로 약물을 투여하며, 이뇨제·혈액순환제 등을 사용한다. 항생제를 고막 안으로 주사해 전정기관 세포를 파괴함으로써 어지러움을 느끼지 못하게 하는 화학적 미로절제술을 가장 널리 사용한다.
모든 치료법에는 식습관 개선과 스트레스 완화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하나이비인후과 추호석 전문의는 “짜게 먹는 식습관은 귓속 림프액의 압력을 높여 병을 심화시킬 수 있으므로, 하루 2g 이하의 저염식을 한다. 술, 담배, 커피 섭취를 줄이고 충분한 수면을 통해 피로를 줄여 스트레스를 완화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메니에르병의 가장 적절한 치료법은 약물치료를 포함한 보존적 치료다. 하지만 20% 내외는 지속적으로 재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