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수 410
영원히 사랑한다는 것은
조용히 사랑한다는 것입니다.
영원히 사랑한다는 것은
자연의 하나처럼 사랑한다는 것입니다.
서둘러 고독에서 벗어나려 하지 않고
기다림으로 채워간다는 것입니다.
비어 있어야 비로소 가득해지는 사랑
영원히 사랑한다는 것은 평온한 마음으로 아침을 맞는다는 것입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는 것은
몸 한 쪽이 허물어지는 것과 같아
골짝을 빠지는 산울음 소리로
평생을 떠돌고도 싶습니다.
그러나 사랑을 흙에 묻고, 돌아보는 이 땅 위에
그림자 하나 남지 않고 말았을 때,
바람 한 줄기로 깨닫는 것이 있습니다.
이 세상 사는 동안 모두 크고 작은 사랑의 아픔으로
절망하고, 뉘우치고, 원망하고, 돌아서지만,
사랑은 다시 믿음, 다시 참음, 다시 기다림, 다시 비워두는 마음으로
하나가 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사랑으로 찢긴 가슴은 사랑이 아니고는 아물지 않지만,
사랑으로 잃은 것들은 사랑이 아니고는 찾아지지 않지만,
사랑으로 떠나간 것들은 사랑이 아니고는 다시 돌아오지 않지만,
비우지 않고서야
어떻게 큰 사랑 그 속에 들 수 있습니까?
한 개의 희고 깨끗한 그릇으로 비어 있지 않고서야
어떻게 거듭 거듭 가득 채울 수 있겠습니까?
영원히 사랑한다는 것은
평온한 마음으로 다시 기다린다는 것입니다.
<나는 이 시를 쓴 시인을 알지 못하지만, 이렇게 초가을이면 나는 이 시를 읽습니다. '사랑은 다시 믿음, 다시 참음, 다시 기다림, 다시 비워둠, 그리고 영원히 사랑한다는 것은 평온한 마음으로 다시 기다린다는 것입니다' 라는 시인의 마음에 거듭 거듭 공감합니다. 초가을 이 처연한 느낌은 나만 그런 것이냐? 아니면 너도 그런 것이냐? 아, 가을은 왜 이리 나를 헤매게 하는가? 경고컨대, 오늘은 나를 건드리지 말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