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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품위 있는 삶 life with dignity>을 살기 위하여 힘씁니다. 좋은 학교, 좋은 직장, 좋은 가정, 좋은 문화 생활을 추구하는 것은 모두 품위 있는 삶을 위한 것입니다. 그러나 <품위 있는 죽음 death with dignity>에 대하여는 거의 신경을 쓰지 않고 살고 있습니다. 그러다가 어느 날 갑자기 덜커덕 불치의 병에 걸리거나, 불의의 사고로 죽음이 절박하게 찾아오면 그만 당황하고 좌절하고 공포에 사로잡혀, 너무나 초라하고 불쌍한 모습으로 무너져 내립니다.
삶에 품위가 있어야 하듯, 죽음에도 품위가 있어야 합니다. 그래서 미국의 경우에는 1960년대부터 죽음학과 임종 정신의학(thanatological psychiatry)이 자리를 잡기 시작하여 지금은 거의 대부분의 대학에 죽음학이 개설되어 있다고 합니다.
죽음학이 다루는 문제는 임종을 맞은 사람, 불치의 병에 걸린 사람과 그 가족들의 정신적 치료, 죽음에 대한 철학적 고찰, 죽음에 대한 각 종교의 이해, 자살, 낙태, 사형제도, 안락사 등 죽음과 관련된 사회 문제와 그 법률 문제, 죽음에 대한 문학, 음악, 회화에 대한 연구, 죽음에 대한 관점과 태도, 죽음에 대한 극복 방법의 역사 등 광범위합니다.
예전에는 사람이 임종에 이르면 모든 일가 친척들이 모여 임종을 지켜보는 가운데, 유언도 하고, 울기도 하고, 임종 예배도 드렸습니다. 그래도 최소한의 품위 있는 죽음을 맞을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오늘 우리 시대의 풍조를 보면, 많은 사람들이 어느 정도 품위 있는 삶을 살고 있습니다만, 품위 있는 죽음을 맞는 사람은 별로 없어 보입니다. 불치의 병에 걸렸거나, 노환으로 병들었다 하면 곧 바로 병원에 갇혀 주사 바늘을 꼽고 누워서, 자신이 만나고 싶은 사람도 못 만나고, 자신이 원하는 그 무엇도 통제된 상태에서, 실험실의 개구리 마냥 약과 주사로 꼴깍 꼴깍하다가 죽습니다. 죽고 나면 곧바로 춥고 어두운 냉동실에 얼렸다가 집에 가보지도 못하고, 곧장 묘지나 화장터로 갑니다. 그리고 그것으로 끝입니다.
얼마나 을시년스럽고, 비인간적입니까? 얼마나 삭막합니까? 죽어 가는 사람의 실존적 입장에서 생각해보십시오? 나중에 죽을 때 그렇게 죽음을 맞이하고 싶습니까? 나는 그렇게 죽음을 맞고 싶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나온 것이 죽음학이며, 임종 정신의학입니다.
품위 있는 삶만큼 품위 있는 죽음도 중요합니다.
<참고:부위훈, 전병술 역, 죽음, 그 마지막 성장, 청계, 2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