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수 410
술만 먹으면 아내를 때리고 아이들에게 폭언을 일삼던 술주정뱅이가 같은 마을에 살고 있었습니다. 그는 자신의 가족에게만 피해를 입히는 것이 아니라 지나가는 동네 사람들에게 싸움을 걸어 마구잡이로 폭행을 가하는 못된 인간이라고 소문이 났습니다. 그가 저쪽에서 술을 먹고 나타나면 대부분 그를 피해 멀리 돌아가던지 상대를 하지 않으려 했습니다.
저희 교회에 연세가 90이 되신 할머니 권사님이 한 분 계신데 여전히 정정하셔서 새벽기도회에 나오시고 열심히 마을 사람들에게 전도를 하십니다. 그 권사님이 이 술주정뱅이를 전도하시겠다고 나선 겁니다. 그리고 무려 10년 동안 새벽마다 간절히 눈물로 기도하고 찾아가 전도를 하였더니 마침내 흔쾌히 새해 첫 주일부터 나가겠노라고 대답하더랍니다. 할머니 권사님은 그 말을 듣고 뛸 듯이 기뻐 담임목사인 저에게 찾아와 반드시 그분이 새해 첫 주일 교회에 나오기로 약속했으니 기도해 달라고 하셨습니다.
그리고 그는 약속한대로 1994년 새해 첫 주일에 할머니 권사님과 함께 예배를 참석한 것입니다. 그는 예배시간 내내 얼굴을 숙이고 앞을 쳐다보지 못했습니다. 저런 사람이 어떻게 술을 먹으면 그렇게 포악한 사람으로 변할까 의심이 갈 정도였습니다. 그리고 다음날 새벽부터 그는 목사보다 먼저 예배당에 찾아와 머리를 숙이고 있다가 새벽예배를 드리고 무엇인가를 중얼거리며 기도하고는 집으로 갔습니다.
이렇게 2년 동안 하루도 빠지지 않고 새벽기도회에 참석하던 술주정뱅이는 그렇게도 좋아하던 술과 깨끗이 이별하고 주인 되신 예수님을 영접하여 성령의 새 술에 취해 항상 찬송으로 부르며 행복하게 살게 되었습니다.
그런 그가 저에게 찾아와 간증으로 또 한번 저의 가슴을 뭉클하게 만들었습니다. 자신이 어느 날 화장실에 앉아서 일을 보는데 무심코 빨래가 눈에 들어오더랍니다. 여러 빨래 가운데 부인의 속옷이 걸려있는데 구멍난 부분을 기우고 또 기워 누더기처럼 된 것이 눈에 들어오는 순간, 그는 자신이 살아온 지난 날이 얼마나 잘못된 삶이었나를 깨닫게 되었답니다. 하루 술값으로 몇백 만원씩을 펑펑 쓰고 있을 때 내 아내는 저렇게 구멍난 속옷을 기워 입고 누더기를 걸치고 살았구나 생각하니, 얼마나 미안하고 부끄럽고 죄송스러운지, 지금까지 살아온 삶이 그렇게 미울 수가 없더랍니다. 그는 그 자리에서 엉엉 소리내어 울고 주님 앞에 참회의 눈물을 쏟아냈습니다. 그리고 다음날 그는 자신의 아내를 데리고 동대문 시장에 가서 속옷도 한아름 사고 예쁜 옷도 사주었답니다. 그의 아내는 오랜만에 얼굴 가득 웃음을 머금고 그렇게 행복해 하더랍니다. 그 다음주일, 부인도 교회에 나와 예배를 드렸습니다.
부인은 처음에 남편이 교회에 나가는 것을 보면서 그저 몇 주 나가다 말겠거니 했답니다. 그 지긋지긋한 술주정을 견뎌내며 모진 인생을 살아온 터라 으레 술 먹고 들어오는 날이면 매를 맞거나 집안이 시끄러워질 것을 운명처럼 여겼습니다. 그래서 남편의 변화를 전혀 믿으려 하지 않았던 것입니다. 그런데 한 달 두 달 그가 새롭게 변화되어 가면서 부인은 점점 믿기지 않는 일을 겪게 되었고 남편을 변화시킨 예수님을 자신도 영접하게 되었던 것입니다.
지난 설날 수요일 저녁예배 시간에 술주정뱅이 인생에서 변화된 그분이 아내와 아들 내외 그리고 시집간 딸들과 사위들을 모두 불러모아 예배에 참석해서 특송을 하였습니다. 찬송가 495장 내 영혼이 은총 입어를 부르면서 얼굴 가득 행복한 웃음과 눈물의 찬양을 하시는 것을 지켜보면서 예수님이 주인되신 가정은 이렇게 평화가 넘치는 천국이구나 생각했습니다.
그 가정에 더욱 주님의 평화가 넘치기를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