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햇살 가득 안아

아직 바람이 찬 봄날,
밖에 나와보니 대여섯 살 또래아이들이 옹기종기 모여 소꿉놀이를 하고 있었다. 모여 앉은 아이들이 자기의 꿈을 도란도란 이야기하는 것이 내 어린 시절의 한 자락을 보는 것 같아 마음이 흐뭇했다. 그런데 마지막 한 아이가 한참을 말없이 가만히 있다.
"야, 너는 뭐가 될래?" "그래, 빨리 정해라." 친구들이 지친 듯 쪼그리고 앉아 재촉하는데도
그 아이는 망설였다. 그때 내가 빙긋 웃으며 한마디 거들었다.
"빨리 말해라. 친구들이 기다리잖아." 그러자 머쓱해진 아이는 뭔가를 결심한 듯 벌떡 일어서더니 햇볕이 잘 드는 벽으로 뛰어가 기대어 섰다.
"난 햇볕이야. 너희들 모두 이리로 와봐." 나는 속으로 '허허, 제법이네'하며 그 아이를 힐끗 쳐다봤다. 어리둥절해하던 아이들도 모두 달려가 그 아이 옆에 섰다.
"와, 따뜻하다!"하며 벽에 나란히 붙어 서있는 아이들의 모습이 정겨웠다.
햇볕이 되고 싶어한 아이에게 그 이유를 물었다.
"우리 할머니가 시장에서 나물을 파는데요, 할머니가 앉아 계신 곳에는 햇볕이 잘 들지 않아요."
그 아이는 잠깐 동안만 할머니를 비춰주고 금방 다른 데로 옮겨 가는 햇볕이 얄미웠단다. 그래서 어른이 되면 햇볕이 되어 할머니를 하루종일 따뜻하게 비춰 줄 거라고 했다. 나는 그 아이가 너무 사랑스러워 꼭 안아주었는데 햇살을 가득 품은 것처럼 따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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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 한 마을에 관광버스가 운행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내리막길에서 브레이크가 고장나 점점 속도가 빨라지고 위험에 처하게 되었습니다. 관광객들은 비명을 질러대고 아우성이었지요. 게다가 앞 도로에는 다섯 개의 커브 길 표시까지 보였습니다. 그러나 운전 기사는 침착하게 커브 길을 하나하나 잘 돌았습니다. 마침내 마지막 커브를 돌 때였습니다. 그곳부터 오르막길이라 안심했는데 그때 도로에서 놀고 있는 아이들이 보였습니다. 기사는 지금까지와는 달리 매우 당황했습니다. 경적을 계속 울렸고 아이들은 피했지만 한 아이가 미처 피하지 못하고 우물쭈물했습니다. 기사는 큰 갈등에 휩싸였습니다. '저 아이를 치고 많은 관광객들을 살릴 것인가, 아이를 살리고 관광객들을 다치게 할 것인가 ….'
기사는 곧 결정을 내렸고 아이는 버스에 치였습니다. 버스는 멈췄고 기사는 황급히 내려 아이를 가슴에 품었지만 아이는 이미 숨을 거둔 뒤였습니다. 아저씨는 아이를 안고 흐느꼈습니다. 그때 버스에서 내린 관광객들이 기사에게 손가락질을 하며 '살인자'라며 욕을 퍼부었습니다. 기사는 아무런 대꾸 없이 아이를 안고 근처의 오솔길로 향했습니다.
그때까지도 관광객들은 야유와 비난을 퍼부었습니다. 한 젊은이가 뛰쳐나와 말했습니다.
"모두 조용히 하세요! 당신들은 모릅니다. 당신들을 살리려고 … 버스에 치인 아이는 바로 그의 아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