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타는 오직 앞으로만 걸을 줄 아는 동물이다. 어느 동물 조련사가 뒤로 걷게 하는 데 성공하면 큰 돈벌이가 될 것 같아 낙타를 한 마리 장만했다. 그러나 아무리 채찍으로 때리고 먹을 것으로 얼러도 보았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낙타 발에 정강이를 채여 며칠 동안 끙끙 앓기까지 했다. 몇 년이 흘렀다. 그의 놀라운 인내심으로 드디어 낙타를 뒤로 걷게 하는 데 성공했다. 조련사는 신문에 대대적인 서커스 광고를 냈다. 극적인 효과를 내기 위해 아주 신기한 것을 보여 주겠다고만 기사를 실었다. 예정일이 가까워 올수록 조련사는 곧 부자가 될 꿈에 부풀었다. 마침내 기다리던 날, 광고를 본 사람들이 구름처럼 모여들었다. 화려한 복장의 조련사가 낙타를 무대 위로 끌고 나왔다.
"이제 제가 신기한 것을 보여 드리겠습니다. 낙타는 결코 뒤로 갈 수 없는데 제가 낙타를 뒤로 걷게 해보겠습니다." 말을 마친 조련사는 채찍으로 바닥을 힘껏 후려쳤다. 그러자 낙타가 뒤로 움찔거리며 천천히 뒤로 걷기 시작했다. 훈련사는 득의만만한 표정으로 양손을 펼쳤다. '둥둥 두둥 ….' 성공했음을 알리는 북소리가 서커스장 안에 울려 퍼졌다. 그러나 박수를 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당황한 조련사가 멀뚱한 표정으로 서 있자 객석의 한 남자가 큰소리로 외쳤다.
'그래, 그게 어떻다는 거요?'

- 나 종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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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총의 땅(언더우드의 기도)

주여, 오직 제 믿음을 지켜주소서.
오 주여, 지금 아무것도 보이지 않습니다.
주님, 메마르고 가난한 땅, 나무 한 그루 시원하게 자라 오르지 못하고 있는 땅에 저희들을 옮겨와 앉히셨습니다.
그 넓고 넓은 태평양을 어떻게 건너왔는지, 그 자체가 기적입니다.
주께서 붙잡아 뚝 떨어뜨려 놓으신 듯한 이곳, 지금은 아무것도 보이지 않습니다.
보이는 것은 고집스럽게 얼룩진 어둠뿐입니다.
어둠과 가난과 인습에 묶여 있는 조선 사람뿐입니다.
그들은 왜 묶여 있는지도, 고통이라는 것도 모르고 있습니다.
고통을 고통인 줄 모르는 자에게 고통을 벗겨주겠다고 하면 의심하고 화부터 냅니다.
조선 사람들의 속셈이 보이지 않습니다.
이 나라의 조정관리들의 내심도 알 길이 없습니다. 가마를 타고 다니는 여자들을 영영 볼 기회가 없으면 어쩌나 싶기도 합니다.
조선의 마음이 보이질 않습니다. 그리고 저희가 해야 할 일이 보이지 않습니다.
그러나 주님, 순종하겠습니다.
겸손하게 순종할 때 주께서 일을 시작하시고, 그 하시는 일을 우리의 영적인 눈으로 볼 수 있는 날이 올 줄 믿나이다.
"믿음은 바라는 것들의 실상이요 보지 못하는 것들의 증거니라."(히 11:1).
이 말씀을 따라 조선의 믿음의 앞날을 볼 수 있게 될 것을 믿습니다.
지금은 우리가 서양귀신, 양귀자(洋鬼子)라고 손가락질을 받고 있사오나 자신들과 우리 영혼이 하나임을, 하늘 나라의 한 백성, 한 자녀임을 알고 눈물로 기뻐할 날이 있음을 믿나이다.
학교도 없고 그저 경계와 의심과 멸시와 천대만이 가득한 곳이지만 이곳이 머지 않아 은총의 땅이 되리라는 것을 믿습니다.

주여, 오직 제 믿음을 지켜주소서!

- 양정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