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삼십대에 우리 어머니와 장모님의 회갑 잔치가 있었는데 그때 나의 느낌은 두 분의 어머니가 굉장히 연세 많이 드신 어르신이고 할머니로 보였었다.

그런데 어느새 우리 내외가 그 나이가 되어 회갑을 운운하게 되어 사실 조금은 당황스럽다. 올 회갑을 앞둔 작년 말엔 나는 개인적으로 회갑 감사예배를 성도들과 함께 하나님께 드리고 싶었다.

개인적으론 신앙생활을 시작한지 오십년이 되는 해이고 삼십대 중반부터 사역의 길로 들어서 개척교회를 시작으로 수많은 연단과 고난과 환란속에서 오늘 이곳까지 인도해 주신 하나님의 은혜가 감사하고 또한 부족한 나를 목회자로 도우며 함께 해준 사랑스런 성도들과 기념감사예배를 드리고 싶었었는데 워낙 쑥스럼을 많이 타는 아내의 고사로 그냥 평소처럼 미역국 한 그릇으로 가족과 함께 아내의 회갑 생일을 치루게 되었다.

나는 그 동안 나이는 숫자에 불과할 뿐이라고 자신만만하게 주장했었는데 교회에서 만난 어느 권사가 나를 보더니 ‘목사님, 그전에는 얼굴이 뽀얗고 탱글탱글하여 젊어 보였는데 요샌 멀리서 보면 할아버지처럼 보여요’-하는 말을 듣곤 새삼 나이에 대해 신경이 쓰이게 되었고 거울을 자꾸만 더 쳐다 보게 되었다.

이번 겨울, 조금 무리한 스케쥴로 인해 기침 감기로 고생을 조금 했더니 그것이 나를 할아버지로 만든 것 같았다.

세월이 정말 빠르게 지나간다. 그래서 언제부턴가 내 나이를 세지 않으려고 의식적으로 노력했었는데 회갑이라는 것이 나의 나이를 의식하게 하였고 새삼 젊고 늙음에 대해 피부로 느끼게 되었다.

얼마 전에 손녀인 은후가 ‘할머니, 제가 할머니가 될 때까지 건강하게 오래 사세요’-하며 안타까운(?) 마음으로 말했다는 얘기를 들었다.

어린 손녀가 보기에도 할머니가 늙는 것이 싫었나 보다. 아내의 회갑 날 오후에 겸사겸사해서 함께 드라이브를 하였다.

아내는 지금까지 큰 질병 없이 건강으로 지켜주신 하나님의 은혜가 감사하고 또한 하나님께서 맡겨주신 사역을 위한 돕는 배필로 살게 해 주신 것이 너무너무 감사하다고 고백하였다.

그러면서, 당신이 있기에 오늘의 자신이 있다며 어떻게 해서든지 건강을 지키며 무리하지 말라는 아내의 말이 새삼 가슴에 깊이 와 닿았다.

그렇다. 누가 가는 세월을 이길수 있으랴. 좀 더 겸손한 맘으로 남은 생애를 주의 뜻대로 잘 쓰임 받도록 노력을 해야겠다고 다짐을 해 본다.

오! 주여

지금까지 지내온 것이 전적 하나님의 은혜입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주후 이천십삼년 삼월 첫째 주)